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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공짜폰 프로모션에 '부모마음'이용 논란

'가방 산뒤 안심서비스 가입' 권유…알고보니 인기떨어진 공짜폰 밀어내기?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0.01.26 10:48:47

[프라임경제] 초등학교에 들어가는 자녀를 둔 임모 씨. 어느날 KT 요금 안내서와 동봉된 각종 고객용 할인쿠폰과 홍보물을 훑어보는데, 초등학생 자녀에게 보디가드폰을 선물하라는 작은 광고를 발견한다. 바쁘고 불규칙한 업무특성상 늦게 들어가고 아이를 잘 챙기기 어려운 업종에서 맞벌이를 하는 임모 씨는 이 상품을 가입할까 생각하는데…. 이런 전단지는 최근 임모 씨 등 KT에 가입한 휴대전화 사용자들에게 발송된 DM이다. 행사 시간이 2월까지라는 말에 임모 씨는 더욱 조바심이 난다.

이통통신계의 공룡 KT가 초등학생용 상품에서도 고가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휠라의 초등학생용 가방, 삼성 애니콜 전화기 SPH-W7100과 KT SHOW 가입을 결합한 페키지 상품을 내놓은 것이다. 휠라 가방을 구입한 다음 이 핸드폰 상품을 KT에 등록하면 된다는 것이다.

휠라 가방은 어두운 곳에서 빛을 발하는 재귀 반사 소재 3M Scotch Light를 사용해 야간에 식별이 용이해 사고를 방지할 수 있도록 했고, 보디가드폰은 당기면 상당한 거리에서도 들을 수 있는 경고음을 발해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핸드폰으로 이미 입소문이 나 있다. 아울러 보디가드폰과 함께 KT 이동통신망을 활용, 자녀의 위치를 실시간 추적할 수 있는 GPS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한다. 이런 통신 요금제 무료 이용권을 책가방 세트 구매 고객에게 제공해 자녀 보호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도록 한다는 것이 이 상품의 기본 뼈대다.

하지만 이런 상품에는 여러 맹점이 있는 것으로 보여, 무리한 프로모션이 아니었느냐는 우려 또한 높아지고 있다.

◆철저한 고가 마케팅, 사치 조장 우려

하지만 이같은 세트 활용을 위한 전제조건이 별로 싼 편은 아니라는 데 문제가 있다.

대체로 이 상품 초등학생용 가방을 세트로 구매할 경우 수표 한 장을 꺼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휠라 오프라인 매장에서 구매하는 경우는 말할 것도 없고, 네이버나 네이트 등의 검색엔진을 동원, 이 세트를 온라인으로 싸게 파는 경우를 찾아보더라도 약 7만원에서 8만원을 써야 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고가 지출로 베이스를 구성하게 된 것은 KT가 이번 상품패키지를 내놓는 상황에서 휠라와 파트너로 손잡았기 때문. 이미 지난 90년대 중반 청소년층에서 인기를 누리며 폭발적 유행을 보였던 바로 그 브랜드다. 약간의 부침이 있기는 했지만, 부담없는 서민형 브랜드로 떨어지지는 않고 있다는 것.

결국 이런 기획 자체가 KT 이석채 회장이 늘상 내비쳐온 명품 전략, 고가 전략에 뿌리를 둔다는 분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사진=이번 휠라 초등학생 가방+보디가드폰+KT 안심서비스 상품에 관련한 관련업체 사진>  

이 회장은 'KT 회장 내정자' 시절에 가장 먼저 인터넷전화(VoIP) 확산에 따른 KT의 대응전략 수립을 하면서 이같은 전략적 사고를 선보인 바 있다.

가격이 저렴하고 초고속인터넷과 함께 사용할 수 있는 인터넷전화 확산은 막을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었다. 하지만 KT는 2000만이 넘는 유선전화 가입자를 놓치고 싶지 않다는 점에서 적극적 대응이 어려웠다. 하지만 이 회장은 달랐다. 인터넷 전화의 확산을 막을 수 없는 대세로 받아들이되, 고가 인터넷 전화인 스타일폰 등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상품을 출시했다. 또 통신서비스 결합을 통해 비용절감 등 다양한 혜택도 제공하면서 '전화국 마인드'에 젖어있던 KT에 고가 전략을 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줬다.

하지만 초등학생용 패키지, 더욱이 안전 문제를 내걸어 학무모의 지갑을 열게 하는 상품에 철저히 상업논리를 적용, 싸지 않은 상품을 판매한다는 점은 고가 마케팅이라는 경영학 기법을 감안하더라도 좋은 사례는 아니라는 뒷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공짜폰으로 풀린 전화 갖고 프로모션…'밀어내기'아니냐?

한편, 이번 초등학생용 보디가드폰 패키지는 사실상 공짜폰으로 풀린 상품을 활용한 패키지라는 점에서도 눈길을 끈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젊은층에 어필하는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통해 보디가드를 상당히 많이 판매했다. 1월 현재 알려진 보디가드폰 지난 한 해 누적판매 대수는 40만대. 이 정도로 히트한 상품을 찾기 어려울 정도다. 같은 회사에서 출시, 고공인기 행진을 한 것으로 정평난 매직홀도 2009년 60만대 누적판매량을 기록했을 정도니까 보디가드폰 인기를 간접적으로 비교할 수 있다.

문제는 이제 이렇게 많은 판매로 한 고비를 넘기면 마케팅 기법상으로는 사양아이템 전략을 향해 한발한발 들어간다는 것.

더욱이 스마트폰이 대세인 현시점에서 폴더폰은 입지가 좁고 그 영향으로 폴더폰인 보디가드폰은 어느 정도 인기를 누리고 나면 급속도로 비인기폰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이런 전략적 예측은 이미 일찍이 사실상 보디가드폰이 속칭 공짜폰으로 시장에 풀린 것이나 다름없는 상황에서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이미 지난 여름부터는 여러 핸드폰 고객들과 잠재수요군이 보디가드폰을 2년 약정을 하면 공짜로 인수해 쓸 수 있는 속칭 공짜폰으로 인식하고 여러 평가를 형성하고 있는 것이 여러 커뮤니티 등에서 발견된다.

결국 KT가 이번에 기존 가입고객들을 대상으로 자녀용으로 보디가드폰 DM을 발송한 전략은 '좋은 가방 사주는 김에 공짜폰 얹어주는 상품'을 구매하면서 자사에 GPS 서비스 가입을 시키라는 취지로 못볼 바도 아니다. 결국 남은 보디가드폰을 야심차게 '밀어내려는' 삼성전자측 전략에 KT가 부회뇌동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결국 이번 휠라 가방+KT+삼성전자 패키지는 고객들의 자녀 사랑을 자극해, 저가 핸드폰에 고가 가방을 기묘하게 결합시킨 상품으로 볼 수 있다. 고가 전략을 앞에 두고 틈새를 파고든 KT형 틈새 시장 개척이기는 하지만, 씁쓸한 반응을 보이는 가입고객도 없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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