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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카드, '이상한 굴비엮기' 언제까지?

원하는 카드 혜택 위해 포인트파크카드는 '그냥 발급만'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0.01.21 16:42:52
프라임경제] 아직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 경제난의 여파가 완전히 가시지 않은 상황, 신용카드 사용 소비자들로서는 포인트 1점이 아쉽다. 하지만 포인트를 사용하는 게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불만을 갖고 있는 소비자들이 적지 않다. 이런 소비자들을 위해 자사에서 여러 장 발급받은 경우 카드 포인트를 몰아주게끔 하는 경우도 있지만, 아직까지는 카드별로 점수를 모으고 사용하는 카드도 많다. 

이런 상황 속에서 카드 혜택들을 몰아서 쓰는 등 여러 가지로 자유자재 변환을 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혹시 이게 다소 정상적인 방법은 아니라도 솔깃하지 않을까?

◆KB 포인트파크 카드, 최초 발급받아야 하는 아이템이지만…

KB카드는 다른 회사들과 달리, 포인트를 엮어서 사용하기가 참 편리하다는 점에서 고객 편의 만족성이 높다는 호평을 얻어 왔다.

하지만, 이런 점을 다소 변형 및 활용하여 포인트를 KB카드측이 당초 설계한 통합 포인트 기능보다 극대화(?)해 사용하려는 소비자들도 존재한다. 이런 포인트 활용 200%를 위해, 많은 소비자들이 카드를 '엮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이를 흔히 '굴비엮기'라고 한다.

서로 많은 자료를 공유하고 노하우에 대해 토론하다 보니, 현재 온라인상에서는 거의 '굴비 엮기' 발급 공식이 공감대로 형성돼 있는 상태다.

굴비는 카드 중 통합실적이 인정되는 카드를 말하고, 실적 통합은 되지 않으나 각종 활용 여지가 있는 카드들을 반굴비라고 한다. 즉 KB카드들을 엮는 것을 굴비 엮기라고 하고, 굴비 중 하나를 먼저 위에 첫 타자로 세우는 방식으로 하는 것.

현재 여러 논의 끝에, 보통 활용되는 방식은 'KB포인트파크' 카드를 먼저 발급받아 '최초신청'으로 세운 다음에, 그 밑에 '연회비 면제용'으로 'KB 이마트' 카드를 엮는다. 그 다음엔 아래로 마음에 드는 카드들을 줄세우기를 하면 된다.

즉, 포인트파크 카드는 초년도연회비 상쇄용이다. 이 카드의 연회비 납부로, 추후카드들의 연회비 면제 효과를 누린다. 그 다음, 내년 연회비 면제를 위해서는 두번째 카드인 이마트 카드가 방패막이로 사용된다. 더욱 논란이 되는 것은, 이들 두 종류의 카드는 "발급받으면 1번 써 줘라"라는 이야기가 나도는 것.

특히 이마트 카드 같은 경우, "껌 한 통만 사라"는 농담까지 번져 있다.

   
   

결국 자기가 마음에 드는 다른 카드들을 아래로 엮기 위해 사실상 사용하지 않을 카드를 두 가지 발급하는 게 유행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KB카드, 2위 실적 무색에 카드환경 속 고전 예상

이렇게 널리 퍼진 편법을 KB금융측에서 모르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지 않을까? 그럼 왜 이런 관행이 사실상 방치되다시피 하는 걸까? 사실 이런 굴비엮기를 하는 소비자들 사이에는 또 하나의 묵계(?)가 있다. "행여나 콜센터에 전화 걸어서 굴비엮고 싶다고 하지 말라"는 것이다. 즉, 이런 논의에는 이런 함의가 있다는 해석이 설득력있게 나돈다.

즉, 굴비엮기를 시도하는 게 명시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한, 먼저 여러 장의 카드를 사용하는 소비자들을 조회하고 그 내역을 하나하나 검토해 포인트 혜택을 깎을 수는 이론상 있지만, 사실상 먼저 문제를 인정하고 들어가는 '자수 형식'이 아니면 사실상 불이익이 없다고 할 수 있다는 것.

이는 KB카드의 상황을 감안하면 쉽게 이해된다.

별도로 카드회사로 독립을 하지 않고 은행계 카드로 있는 상황에서 현재 유지하는 2위 자리를 내놓지 않으려면 이런 상황이 다소 회사에 출혈이 되더라도 손대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즉, 2010년 초 현재 신한금융지주 산하인 신한카드가 워낙 앞서가는 상황(24% 전후)에서, 2위권인 KB카드나 삼성카드 등이 서로 엎치락 뒤치락 도토리 키재기를 하는 국면에서 KB카드(15%대 점유)가 입지가 넓지 않다는 것.

여기에 후발주자들은 무섭게 KB카드의 뒤를 추격해 오고 있다. 올초 600만 회원을 돌파한 하나카드는 SK와의 제휴를 적극 활용해, 연내 150만 회원을 추가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카드사 분사의 효과와 에너지를 최대한 활용하자는 공격 전략이다.

여기에, 우리은행쪽은 우리카드를 은행 역량을 통해 키우자는 방식으로 2010년 시장을 접근할 예정이다.

어느 상대들이나 녹록찮다.

그러나, 2위를 달리고 있는 KB카드는 지난해 발행한 커버드본드 문제로 당장은 분사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며 강정원 회장 대행(국민은행장이 대행 겸임)이 금융 당국과 마찰을 빚는 중이어서 운신하기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카드사 분사는 커녕, 현상 유지도 어려운 조심스러운 상황.

결국, 굴비엮기는 이런 상황에 몰린 KB와 소비자들의 공존이라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결국 KB카드의 경쟁력을 스스로 '퍼주기'로 흘려보내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존재한다. 즉, 혜택을 다량으로 제공하는 것과 이상하게 조금씩 새는 것은 다르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 금년 월 가동된다는 KB금융 고객 정보 통합 시스템이 본격적으로 역량을 드러내면, 굴비엮기 역시 추억으로 사라질지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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