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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비싸게 산 것은 정부와 언론 때문?

세종시 땅값 역차별·애플 '담달폰' 논란등 오피니언리더그룹 역할실종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0.01.21 14:32:07

[프라임경제] 앗, 저 사람은 뭔데 비슷한 물건을 나보다 싸게 사지? 최근 곳곳에서 먼저 비싸게 유사 아이템을 구입한 사람들이 반발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정치권 갈팡질팡에 먼저 세종시 땅산 사람만 '배아파'?

세종시가 행정도시에서 기업도시로 속성이 변하는 과정에서, 일부 기업들에 대한 특혜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이른바 A1(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을 가리키는 은어. A2는 홍라희 여사라고 함) 사면과 기업 이전이 연계, 모종의 거래가 된 게 아니냐는 삼성 논란부터, 땅값을 일부 싸게 주는 것도 특혜라는 우려까지 다양하다.

특히, 세종시 시범생활권 공동주택용지를 분양받은 대형 건설사들이 불만을 품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불만이 강한 몇몇 회사들은 21일 간담회를 갖는 등 조직화될 여지도 없지 않다.

이들은 세종시 안이 정치권에서 표류하면서 건설이 지지부진, 사업성 악화까지 예상되는 상황을 겪었다. 이번에 기업도시로 속성이 변경되는 것으로 한나라당 주류가 가닥을 잡고 있지만, 이번에는 삼성, 한화 등의 기업에 원형지 땅을 3.3㎡당 36만~40만원에 공급하기로 한 것에 역차별을 느끼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옴니아 사용자, 아이폰 보고 열오른 속사정은?

옴니아 등 삼성전자에서 나온 스마트폰을 산 소비자들 역시 불만이 하늘을 찌를 지경이다.

18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전자 등에서 나온 스마트폰에 관련된 소비자불만 상담이 급증했다. 그런데 자료를 분석해 보면 흥미로운 결과가 나와 눈길을 끈다. 바로, 애플 아이폰의 국내 출시로

   
  <사진=삼성 옴니아2. 아이폰 가격 보조 정책에 먼저 비싸게 삼성 등의 물건을 산 스마트폰 소비자들이 가격에 불만을 표하고 있다.>  
'스마트폰 열풍'이 더욱 강해진 11월 이후부터 불만 접수도 집중됐다는 것이다.

실제로 상품별로 갈라봐도, 스마트폰 관련 총 상담건수 412건 가운데 207건이 지난해 11월28일 국내에 출시된 아이폰에 대한 불만이었다. 이는 아이폰이 워낙 특수한 A/S 정책을 고수하는 등 국내 문화와 맞지 않은 데 따른 것이어서 특이할 일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삼성 옴니아 관련 상담도 총 205건 가운데 145건이 아이폰이 출시된 11월 이후에 쏟아졌다는 점은 함의가 크다.

스마트폰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삼성 옴니아에 대해서는 11월 이전까지는 기기의 품질과 AS 등 일반적인 불만이 많았다. 그러나, 아이폰이 국내에 출시된 뒤에는 가격정책에 대한 불만이 급증했다는 게 소비자원측에서 흘러나온 이야기다.

소비자들이 특히 삼성이 아이폰 출시에 맞춰 옴니아의 가격을 대폭 인하한 데 대해 불만을 표시했다는 것이다.

◆정부 정책·언론 믿으면 안 된다?

유사한 두 가지 사례지만 문제가 확대된 원인은 조금 다르다.

세종시 땅값 역차별 논란은 기업도시로 변경하기까지 정책이 여러 번 바뀌는 등 정치권·행정부가 오락가락한 데 원인이 있다. 특히, 역차별 논란의 가장 마지막 고리(이자 가장 중요한 원인)는 이명박 대통령에 의한 기업도시로의 변경 추진과 이로 인한 불하 가격의 논란인데, 이 기본틀 자체의 변경은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에게 "국민과의 약속을 어겼다"고 질타를 당하고 있다. 박 전 대표는 이 일과 관련 미생지신(미생이라는 고지식한 서생이 다리 밑에서 아가씨를 만나기로 했는데 마침 그날 비가 많이 와 물이 불어났음. 그러나 위험에도 불구하고 자리를 떠나지 않아 결국 익사)이라는 고사를 해석하면서 "미생처럼 죽는 게 살아남는 것보다 나을 것"이라고 '신의의 정치'를 대표하는 케이스로 해석하는 등 이른바 수정안에 일수불퇴로 맞설 뜻을 밝히기도 했다.

믿을 수 없는 정치에 대한 정치권 내부의 갈등 역시 심각한 수준임을 방증하는 것이고 행정부와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커질 수 있는 원인이 되는 셈이다.

아이폰을 둘러싼 가격 불만은 양상이 복잡하지만 언론의 앞질러 보도하기 관행에 기인하는 부분이 크다. 업계와 당국의 발언과 풍문 등을 인용해 아이폰 출시 시기를 점치는 기사들이 양산됐지만 결국 다들 틀린 셈이 됐고 계속 연기가 되면서 아이폰=담달(다음달)폰이라는 등식마저 성립하게 됐다.

이에 기다리다 풍문 보도와 이로 인한 실망에 먼저 지쳐 버린 소비자들 중 상당수가 경쟁업체가 눈치빠르게 출시한 옴니아2 등을 샀다가 '벼락을 맞는' 불상사가 빚어진 것.

   
  <사진='아이폰=담달폰 사태'와 그 여파에 관련된 불만을 절절하게 드러낸 네티즌의 글>  

소비자들은 "삼성과 SK는 그렇다 치고 옴니아 산 우리는 뭐가 되느냐"는 등 불만을 터뜨리고 있고, 이런 불만은 아이폰 관련 출시 국면에서 문제 원인을 제공한 여러 주체들(굴욕적으로 협상에 끌려다니며 시간을 버린 KT도 문제지만 언론 보도가 문제가 크다는 지적이 많이 발견되고 있다)에 대한 항의 성격을 띠고 있어 단순한 '떼쓰기' 수준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풀이다.

이에 따라, 우리 사회가 점점 상식이 통하지 않고 '운'이 많이 작용하는 후진적사회로 역주행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와 함께, 정책을 수립하고 펴는 오피니언 리더 그룹과 언론이 오히려 이런 경향을 부추기고 있다는 점에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소리도 나오고 있다. 아이폰의 담달폰 별명 유행에 관련해 "이래서 한국 언론이 외면을 받는 것"이라는 네티즌의 지적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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