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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가정 갈등 예방, '인격존중'이 핵심"

[인터뷰] 이주여성긴급지원센터 강성혜 소장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0.01.20 05:44:44

[프라임경제] 이미 부부 9쌍 중 1쌍이 국제결혼 부부일 정도로 우리 사회에 다문화 가정이 늘고 있다. 하지만 언어 장벽과 문화적 차이 등으로 가정 불화가 빚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런 가운데 이주여성들이 가정폭력 등 긴급 상황을 만나거나 가정 생활에 대한 상담을 요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여성부에서는 이주여성들을 위한 전문지원기관의 필요성을 절감, 2006년말 이주여성긴급지원센터(02-927-1410//1577-1366, www.wm1366.or.kr)를 설립, 관련 업무를 위촉했다.

이주여성긴급지원센터 강성혜 소장은 이 센터가 탄생하는 데 산파역을 하고, 세 돌을 넘기는 동안 센터를 이끌어 왔다.

   
   

◆"막상 센터 처음 생기자, 덜컥 겁이 났다"

강 소장은 이주여성 관련 상담 업무를 총괄하기 전에도 이미 활발한 사회 활동을 해 왔다. 한신대에서 신학을 전공한 강 소장은 "중간중간 쉬기는 했지만"이라고 이야기하지만, 긴 시간 사회단체(NGO)에서 활약했다. "시어머니가 며느리 사회활동이나 공부를 더 하는 데 긍정적이셨다" 이런 시어머니 덕분에 강 소장은 두 자녀가 유치원생일 무렵에도 대학원(이화여대 대학원 교육학 전공) 공부를 할 수 있었고, 사회 활동을 할 수 있었다. 활발한 사회공헌에 가족들의 이해와 배려가 기본토양이 돼 준 셈이다. 

한국여성장애인연합 등에서 활약하던 강 소장은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를 통해 외국 여성들과 처음 인연을 맺게 된다. 이것이 2004년. "다문화 가정이라든지 이주여성 문제에 대해 다들 관심이 없을 때였다"고 강 소장은 당시를 회상한다. 이때는 이주노동자 문제가 거의 처음 사회문제로 드러날 때여서 아직 이주여성 노동자의 문제점을 특화해 다루는 것도 어렵고, '여성' 문제에 대한 고민도 우리 사회가 미처 하지 못하고 있을 시기다.

"이주 노동자 문제 중에는 여성 문제들도 일어나는데 여성 노동자들이 성폭력을 당하거나 외국인 노동자끼리 만나 출산을 하는 등 여성 문제를 접급해 들어가는 그룹이 없었다. 그래서 이주노동자 여성들을 위한 싐터를 세우게 된 것이고 그때 합류했다"고 강 소장은 회상한다.

당시 역할은 주로 이주여성 노동자들을 위한 출산, 각종 보호, 한국어 교육 등이었다는 게 강 소장의 설명이다. 그런데 입소문이 나면서 다른 일감이 생기기 시작했다. "어느 날부터인가 결혼해서 한국에 온 여성들의 상담이 들어오기 시작하기 시작하더라"는 설명이다. 결혼한 여성들이 여러 문제를 겪던 중에 '외국

   
   
인 여성노동자'에게 많은 관심을 기울이는 곳이라는 이야기를 듣자 문제거리를 들고 이곳의 문을 두드리기 시작한 것. "(결혼이주여성들이) 가정폭력이라든지 갈등 문제도 이주여성인권센터로 의뢰하기 시작했고, 그래서 관여하게 됐고 일을 풀어나간 게 시작이다" 강 소장은 이런 활동 끝에 생각을 굳히고 여성부에 결혼이주여성들을 위해 한국어라든지 사회적응을 위해 프로그램들이 필요하다는 건의를 하게 된다.

"여성부에 제안도 하고, 이야기도 하고, 프로젝트들도 하고, 그런 끝에 여성부와 2005년에 프로젝트를 하게 됐다"

출산도우미와 한국어 교육을 주로 한 이 프로젝트는 선풍적인 인기를 얻었다. 마침, 전국 각지에서 이주여성 관련 상담에 대한 통역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었다. 각종 상담기관이나 경찰 등으로 가정생활, 가정폭력 관련 문제가 접수될 때마다 외국어 관련 지원이 부실해 관청과 이주여성 모두가 곤란을 겪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 여러 경로에서 나오고 있었던 시기다.
이러다 보니, "이주여성 중 한국어 통역이 가능한 사람들에게 상담교육을 시켜 상담원으로 일하게 했으면 좋겠다"는 강 소장의 아이디어가 여성부에 전달되자 호의적인 반응이 나왔다. 여성부는 거의 일사천리로 이주여성긴급지원센터와 다문화가족지원센터 등을 만들게 된다.

하지만 막상 센터 구상이 여성부의 전폭적 지원 하에 현실화되어 가자 강 소장의 고민이 시작됐다. "막상 예산이 편성되고 센터가 문을 열 준비를 진행해 가자 "제대로 일을 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됐다"는 후일담이다.

◆'두달간의 강훈련' 끝에 드림팀 탄생

'남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답을 줘야 하는' 상담을 하는 일은 쉬운 게 아니다. 특히 언어 문제까지 겹쳐있는 터라 더욱 풀기 어려운 난제였던 것인데, 자신이 내놓은 '먼저 입국해 자리를 잡은 결혼이주 여성 중에서 상담 인력을 만드는' 아이디어를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강 소장 자신이 처음부터 끝까지 챙기지 않을 수 없었다.

우선 이주여성들 중에서 상담원을 뽑는 데 착수했다. 단순한 콜센터 역할이 아니라 고민이 많은 결혼이주 여성들에게 가디언 역할을 해 줘야 한다는 점 때문에 우수인력 확보가 시급했다. "고국에서 대학 이상 교육을 받은 여성을 우선으로 뽑자"고 생각했다고 한다. 어쨌든 우여곡절 끝에 각국에서 한국으로 시집온 결혼이주 여성들을 뽑아 교육과 훈련을 시켰다. 2006년 9월,10월간 교육을 시켰고, 11월에 센터가 무사히 개소하게 된다.

이 센터 개소 당시 외국인 상담사는 총 14명. 두 달간의 짧은 훈련 끝에 우리 나라 최초로 결혼이주 여성 전문 상담기구가 탄생한 것이다.

센터가 개소한 이래, 전문성 강화를 위해 바쁜 와중에도 끊임없이 이들 외국인 상담사들을 상대로 '재교육'이 진행되고 있다. "우선 상담에 나선 사람 스스로에게도 한국 사회를 깊이 이해시키고 이주여성 문제 등을 설명한다. 한국어에서도 전문용어 등에 대해 이해가 필요하기 때문에 이것도 설명하고 여성의식 등 다양한 교육도 진행한다. 상담원으로서 갖춰야 할 교육이고 인원 보강이 될 때마다 교육한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한국인 팀장들이 있어서 상담일지를 작성하도록 하고 이를 통해 업무 방향을 지도하고 결정한다. "초안은 자국어로 하고, 다시 한국어로 쓴다. 일지 검토를 하면서 한국어 교정도 해 주고 내용 파악하고 긴급 상황인지 후속 상잠을 하고 파악을 해야 하는 건지, 고민하고 같이 해결한다"

◆"핸드폰은 항상 켜놔라, 그러나 고민은 집까지 갖고 가지 마라"

이렇게 소장 이하 한국인 직원, 외국인 상담사들이 똘똘 뭉쳐 365일 24시간 전화선이 가동된다. "센터 내에 근무하는 시간은 아침 8시부터 밤 10시다. 그러나 이후 시간은 재택근무로 해서 24시간 상담이 된다"

교대 근무를 통해 끊임없이 상담이 진행된다. 그럼 이런 교대 근무와 재택 근무 등 여건에 어려움은 없을까?

"가장 큰 문제는 역시 언어다. 상담을 받는 사람이 자기(출신) 나라 여성이 전화를 걸면 쉬운데, 다른 나라 출신이면 어려운 거다. 당번이 어찌어찌 한국어로 긴급한지 아닌지부터 파악한다" 그 다음에는 상담 당직이 언어가 가능한 해당 국가 출신 상담사를 찾아 깨우게 된다.

"그래서 밤에 퇴근해서 자더라도 상담원들간에 매일 매일 조를 짜놨다. 만날 똑같은 사람 깨우면 안 되니까"라는 설명이다.
 
그러면 이들 상담사들은 어느 정도 쉬고 가정주부 생활에 시간을 할애할 수 있을까? 사실 녹록치 않다는 것을 강 소장도 잘 알고 있다. "일요일은 격주로 나온다. 명절에도 근무한다. 3일 명절이면 하루는 나온다. 이렇게 근무하는 외국인 상담사가 현재 20명이다"

   
   
이렇게 부족한 인력으로 항상 긴장 상태로 봉사하지만 쉽지는 않다. "참 걱정된다. 긴급 상황에 처했을 때 빨리 대응 못하면 우리 책임인 것 같고. 밤에는 상담원들과 직원들이 서로 전화를 해서 돕는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죽고 싶다'는 고민 전화를 받으면 상담에 나선 사람들이 걱정이 되어서 안절부절을 못했다. '소장님 죽는대요 어떡해요'라면서…"라고 강 소장은 초창기를 회상한다. 지금도 문제상황에 처한 외국여성을 돕는 게 쉽지만은 않다. 그래서 강 소장은 외국인 상담사들에게 항상 "쉬운 일이 아니지만 보람을 갖고 일하자"고 독려하는 한편으로 "집에까지 고민을 갖고 가지 말라"고 당부한다고 한다.

◆다문화가정 인식 많이 달라져 '보람'

이런 '고군분투'가 만 3년을 좀 넘긴 지금, 처리한 상담건수만 7만건을 돌파했다. 처음 서울에 1개 센터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지역에도 센터를 확장하고 있다. 부산, 수원,  광주, 대전 등 지역센터 4곳이 2009년에 문을 열었다.

여기에 금년 중 2개소를 더 열 계획이라고 강 소장은 귀띔한다. "사실 마음 같아서는 결혼이주한 외국여성이 300명 이상인 지역단위는 센터가 있으면 좋겠다"고 강 소장은 개인적인 욕심을 피력하기도 했다. 물론 예산 문제 등이 있어 여성부의 장기적 플랜이 필요한 대목이다.

"처음 센터를 열 때보다 국제결혼에 대한 인식이 개선된 것은 사실이라 보람을 느낀다. 하지만 아직도 '우리 나라에서 신부를 구하지 못하고 외국인 신부를 데려왔다'며 남편들 스스로 위축되게 느끼는 경우도 있다" 이런 인식은 외국출신 부인을 대하는 데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

"사실 상담을 하다 보면, 별 일 아닌 것을 갖고 오해가 생기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상담을 받고 나서 손잡고 귀가하는 부부들을 보면 보람을 느낀다"고 강 소장은 이야기한다.

하지만 정작 문제는 언어가 아니라 상대방을 존중하느냐의 문제라고 강 소장은 지적한다.

"외국에서 온 부인을 존중하는 남편은 설사 말이 통하지 않더라도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평소 무시하는 마음이 있으면 언어 등의 문제로 오해가 생기면 부인의 인격 등 모든 걸 무시하고 나선다. 그래서 갈등이 커진다"는 설명이다.

"존중해 달라"는 게 강 소장의 주문이다. "설사 돈을 많이 들여 국제결혼을 하더라도 인격적으로 훌륭한 남편은 '결혼비용'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신부를 데려오는 데 쓴 비용'이라고 생각하면 무시하는 마음이 생긴다"는 설명이다.

"'먼 나라에서 나 하나 바라보고 온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인격적으로 존중해야 된다. 이건 보통 가정에도 해당되는 이야기다. 한국인 부인하고 똑같다. 서로 존중하는 마음 있으면 문제가 크게 안 간다. 존중이 가장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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