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린트
  • 메일
  • 스크랩
  • 글자크기
  • 크게
  • 작게

은행들 동남아 진출에 ‘혈안’ 왜?

‘신3고 현상’ 등 국내시장 성장한계 절감…내실 위한 자구책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0.01.19 07:38:05

[프라임경제] 2010년이 열렸다. 세계경기가 ‘더블 딥’ 가능성이 적고 성장률과 같은 거시변수는 우리 경제에 우호적일 것으로 일단 관측되고 있다. 하지만 우리 은행계의 사정은 녹록치 않다. 우선 가계대출 부실화 우려가 남아 있고, 기업 금융 대출 역시 기업 구조조정 본격화를 앞두고 마냥 좋은 국면이 아니다. 아울러 ‘신3고 현상’ 등을 겪고 있어 성장에 한계가 있는 국내 시장만으로는 이익을 도모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이에 따라 외국 시장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은행계의 공통 관심사로 부각되고 있다. 한편, 영미 중심의 금융질서가 흔들리고 있고, 유럽권은 그리스 위기 등 유로화 존(Zone)의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어 ‘아시아 이머징 시장’ 쪽으로 우리나라 은행들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1970년대 외환은행이 싱가포르 진출로 동남아 시장의 문을 연 이래 근래 가장 활발한 진출이 추진되고 있다.

동남아 금융 시장 진출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지역은 단연 베트남이다. 세계 경제가 이른바 서브 프라임 모기지 수렁에 빠지기 직전만 해도 베트남은 동남아에서도 가장 높은 성장세로 주목을 받으면서 공산화 이래 최고 전성기를 구가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은행권이 동남아 진출의 진검승부처로 베트남을 택한 것도 무리는 아니다. 베트남 호치민과 하노이엔 국내 6개 시중은행이 현지법인 2곳을 포함해 10개의 해외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이 상황에서 한발 앞서는 곳은 신한은행이다. 위에서 언급한 현지법인 2곳을 모두 신한은행이 운영하고 있다. 현지은행과 합작으로 1993년 호치민에 문을 연 신한비나은행이 든든한 반석이 되어 주고 있는 것.

여기에 하나은행이 사무소를 두고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다만, 하나은행은 베트남에 법인을 만드는 문제를 야심차게 추진했지만, 이명박 대통령 동남아 순방에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수행방문한 일을 전후로 법인 추진을 사실상 유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은행은 현재 지역전문가를 육성해 이러한 경쟁은행들과 장기적으로 대적할 포석을 깔고 있다. 최근에는 여성 지역전문가를 내보내 눈길을 끌고 있다.

이렇게 베트남 시장에서의 경쟁이 잠시 숨고르기 국면으로 들어간 것은, 베트남 시장이 그간의 높은 성장세로 인해 성장통을 다소 겪고 있는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베트남은 외국인 투자자금이 급격히 늘면서 인플레이션 상황을 겪고 있다. 2008년 인플레이션 지표는 22.63%에 달한다. 이에 따라, 2010년초 베트남이 중국 경제의 출구 전략 단행 가능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다시 비상할지, 혹은 거품 붕괴로 주저앉느냐를 놓고 각 진출은행들의 전략 역시 변화를 맞이할 전망이다.

   
  <사진=신한은행 이백순 행장이 2010년 신년 행사에서 베트남신한 직원들과 함께 노래를 부르고 있다.>   
◆베트남 대안으로 각광받는 인도네시아

이런 상황에서 포스트 베트남 카드로 눈길을 끄는 국가는 자원 부국 인도네시아다.

인도네시아는 세계에서 이슬람 인구가 가장 많은 국가로, 이슬람 금융을 이해하지 못하고서는 영업을 하기 어렵다는 진입 장벽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자원이 풍부하고 경제력 또한 각국에서 인정받고 있다. 일례로, 인도네시아는 각국이 지난해와 지지난해 두 해 동안 단행해 온 재정적자 전략으로 힘겨워하면서 재정적자 정책에 숨고르기를 하려는 상황과 대비되게, 일본에서 사무라이 본드를 발행 추진하는 등 ‘맷집’을 밑천으로 경제 위기를 헤쳐나가고 있다. 13일 일본 니혼게이자이 신문에 따르면 필리핀과 인도네시아는 엔화 표시 발행 채권을 준비 중이다.

하나은행은 신한은행이 터를 잘 닦은 베트남에서 격돌하는 대신, 인도네시아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지난 2009년 연말 간담회에서 인도네시아와 관련해 관심을 표한 바 있기도 하다.

이는 세계 전역에 영업점 내지 출장소를 구축하려는 전략에 한계를 느낀 것으로 보인다. 두바이 상황에서 각국 은행이 ‘물린’ 상황에서 보듯 잘 알지 못하는 곳에 1인 영업소를 둔다고 매출에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고, 또 섣불리 소규모로 진출했다가 리스크만 커질 수도 있는 등 결코 득이 되는 게 아님을 체득한 것으로 보인다.
 
규모보다 중요한 것은 조직의 효율성과 경쟁력을 극대화 시킬 수 있는 전략과 경영역량이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는 것. 하나은행은 현지법인인 ‘PT 뱅크 하나’의 지점망을 현재 18개 분행 및 지행수준에서 향후 7개를 추가 신설, 지역기반 고객을 확대하고 현지 중견은행을 추가적으로 M&A할 계획도 갖고 있다.

한편, 기업은행은 최근 윤용로 행장이 직접 관심을 갖고 인도네시아 진출을 타진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말레이시아는 이슬람금융의 창구

말레이시아는 지난 1997년 동남아 외환위기 국면에서도 독자적인 정책을 펴면서 세계 금융권의 눈길을 끌었던 바가 있는 저력의 국가다.

당시 마하티르 총리는 국제통화기금(IMF) 지원을 신청한 한국이나 태국 등과 달리, 독자적인 위기 대응을 펴겠다고 선언하면서 영미식 금융질서에 반기를 들었다.

그런 만큼 경제 기반이 있고 또 세계 각국의 금융시장 침식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자존심도 있는 특수한 시장이다. 이에 따라, 이 곳은 아직 우리 은행계에게는 전인미답이나 다름없는 곳으로 남아 있다.

하지만 이슬람 금융을 이해하고 기반을 조금씩 닦으면 다른 선진국 금융기관들 못지 않게 선전할 수 있다는 전망 또한 나오고 있다.

우선 신한지주 산하 신한금융투자는 2007년 국내 증권사로는 처음으로 말레이시아의 유력 증권사인 KIBB와 업무 협약을 맺은 상태다. 신한은행이 앞으로 본격 진출할 때에는 이같은 신한금융투자의 인프라와 자료를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풀이다.

우리금융 역시 현재 우리투자증권이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 사무소를 낸 상황에서 은행 역시 활발한 활동을 모색 중이다. 서로 ‘비빌 언덕’이 되어 주는 동시에 선의의 경쟁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중앙아시아와 달리 호시우행 중

하지만 전반적으로 볼 때, 동남아 진출 상황은 과거 중국이나 중앙아 진출 시기와 달리 조금 조심스러운 분위기다.

카자흐스탄 BCC 진출 문제가 최근 이를 추진한 KB국민은행 강정원 행장의 발목을 잡는 코드로 활용되고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것은 업계에 적잖은 이야깃거리다. 즉, 강 행장은 최근 KB금융지주 차기 회장 선출 문제를 놓고 금융당국에 미운털이 박혀 고생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강 행장의 각종 행적 등에 대한 금융 당국의 강한 압박성 조사 국면에서 해외 투자 문제 등에 대해서도 상당한 저인망식 조사가 이뤄지고 이로 인해 더욱 고생을 하는 게 아니냐는 풀이도 나온 바 있다.

즉, 해외 진출 등 치적을 단기간에 쌓기 위해 무리수를 뒀다가는 향후 어떤 상황으로든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중국 진출처럼 무리하게 몸집 키우기 중심으로 나가서도 안 된다는 점도 은행들이 모두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 경착륙 가능성이 높아지는 등 문제 국면에서는 급한 진출과 이로 인한 군산을 안고 가기가 어려워지는 상황이 올 수 있다.

이에 따라 각국 시장에 은행들이 강세를 두면서 조심스러운 타진과 활기찬 행진을 번갈아 하고 있는 것은 특히 눈길을 끌고 있다.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  
  •    
맨 위로

ⓒ 프라임경제(http://www.newsprime.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