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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지준율 인상 '배경과 영향'

일단 中경제 불안정 해소로 득…장기적으론 종속성강화等 우려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0.01.13 09:31:30

[프라임경제] 12일 밤 중국이 은행 지급준비율을 높이겠다고 전격 선언하면서, 세계 금융계의 눈길이 북경으로 쏠리고 있다. 개방 단행으로 사실상 거대한 자본주의 국가로 변신, 이미 '죽의 장막' 속에 은둔하면서 세계 경제의 흐름에서 벗어나 있던 패턴을 탈피한 지 오래인 데다, 거대한 시장과 생산 능력을 배경으로 발언권 역시 큰 상황에서, 중국의 이번 조치가 세계 경제 흐름 자체를 바꿀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중국, '우리 먼저 살아야' 판단했나

   
   
지급 준비율 인상은 시중에 풀린 자금 일부를 다시 은행에 가두겠다는 것으로, 통화 팽창을 제어하는 수단 중 하나로 경제학에서는 보고 있다. 결국 중국이 2008년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 과도하게 시장에 풀린 금융 유동성을 제한해야 할 필요를 느낀 끝에 이같은 대책을 내놓은 셈이다.

그간 세계 경제의 특급 소방수로 활약해 온 중국이 '피로감'을 드러내면서, '자국 경제 먼저'라는 위기감을 드러낸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최근 중국 경제의 체력이 어느 정도 저하될 것이라는 우려는 이미 나온 바 있다.

중국의 수출 증가가 위안화 약세를 유지하려는 중국 정부의 환율 정책에 제동을 걸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 바 있었기 때문이다. 서브 프라임 모기지 위기 동안 가려졌던 위안화 값어치 문제가 중국의 무역 회복과 더불어 또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될 수 밖에 없었는데, 이러한 부담감에 유동성 문제가 맞물리는 등 중국 정부도 고심이 깊을 수 밖에 없었던 것으로 해석된다.

사실 이미 영국 저명 언론 '데일리 텔레그라프'는 중국의 고성장이 오히려 저주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12일 보도했다. "중국이 지난해 독일을 제치고 세계 최대 수출국으로 등극했다는 사실을 마냥 즐길 수 있는 입장은 아니다"라는 게 데일리 텔레그라프의 분석이었다.

미국과 유럽 등 중국의 무역 파트너 국가들은 경기침체 기간 동안 중국에 위안화 절상 압력을 자제해 왔다. 정작 중국의 수출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데 주요 통화 대비 위안화 환율이 낮은 수준이라는 주장을 펼치기 어려웠던 것.

중국으로서는 위안화 평가절하가 세계 무역의 불균형을 야기한다며 중국의 통화정책이 미국 등 선진국 무역적자의 주요 원인이라는 비판을 참기 어려운 상황인 데다, 자국 경제 역시 지난해 풀린 유동성으로 인해 위기를 겪는 이중고를 더 이상 방치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중국 경착륙 가능성 일단 제거는 환영할 만 하지만

결국 이번 일은 중국이 세계 경제의 흐름에서 지고 있는 짐의 무게를 덜어내고 숨고르기를 하겠다는 이기심의 발로로 볼 수 있다.

중국으로서는 자국 경제가 유동성 위기에 처하고, 선진국들의 압박으로 위안화 가치 문제가 도마에 오르는 상황에서 예상되는 '더블딥'을 방지할 필요가 절실한 시점이다. 금융위기 발생 이후 갈 곳을 찾지 못한 거대 자금들이 신흥 개도국으로 몰려든 가운데 최근 그리스나 두바이 사태에서 보이듯, 취약성이 높은 곳부터 다시 위기에 빠져들고 있다. 베네수엘라, 베트남 등이 우선 위험성이 높다는 지적을 받고 있으나, 중국 역시 자국 더블딥 가능성을 전혀 없다고 큰소리치기 힘든 것. 중국은 세계 원자재의 블랙홀이자 최대 소비시장의 하나지만, 인플레이션이 발생하고 자산시장의 버블이 붕괴되면 자본주의 운용 경험이 짧은 만큼 순식간에 붕괴할 수 있다. 이른바 '중국 경제 경착륙 시나리오'다.

이를 막을 방어책으로 이번 지준율 조치는 일단 환영할 만 한  것이라는 해석이 따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중국 중심 경제재편 가능성은 우려할 대목

중국과의 각종 연관성이 큰 우리로서도 중국의 잠재적 불안이 해소되어 가는 기본 방향이 나쁘지는 않다.

대외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은 비정상적 경제구조를 체질적 약점으로 안고 있는 소규모 개방경제의 한국으로서는 중국 경제의 긍정적 흐름은 기회의 원천이 된다.

하지만 이것이 가장 위험한 '덫'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양날의 검' 문제가 남는다.

세계 금융계가 미국을 중심으로 출구 전략의 조심스러운 단행으로 가닥을 잡고 그림을 그리고 있는데, 이 상황에서 중국이 먼저 치고 나간 것에서 우리가 어느 쪽 박자를 맞추느냐는 문제가 남는다.

우선 당장 13일 SK증권 양진모 애널리스트가 "중국 인민은행은 인민은행채 발행금리를 높여 통화정책 변경을 예고한데 이어 전날 지급준비율을 50bp인상키로 했다"면서 이것이 우리에게도 기준금리 인상 명분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한 게 그 예다.

양 애널리스트는 "G20 회원국인 호주에 이어 중국도 출구전략을 시작하면서 한국은행도 기준금리 인상의 명분을 얻었다"며 "한국 역시 중국처럼 대출 증가가 꾸준하고 과잉 유동성 이슈가 도사리고 있다"고 지적했는데, 이는 기획재정부 중심의 '금리를 당분간 유지한다'는 것과 상반되는 것이다.

즉 정부의 정책 자체가 흔들리는 불안전성이 높아지고, 이것이 자칫 우리 금융은 물론 경제 전반의 악영향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점에서, 우리 경제 당국의 슬기로운 대처 여부가 눈길을 끈다.

아울러 이번 일로 미국 중심의 금융 패러다임이 중국 쪽으로 한 걸음 정도 끌려갈 수 있다는 점도 부담감이다. 우리 같은 중국 관련성이 높은 국가는 이번 기회에 중국 종속성이 더 높아질 수 있는 가능성 또한 있어 뒤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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