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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글라 파동기, 한국기업 미래투자 안하나?

청와대 투자 독려·R&D 관련 제도에 호응여부 '눈길'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0.01.08 17:40:37

[프라임경제] 경기이론에서 언급되는 여러 사이클 중 하나인 '주글라 파동'이 세계 경제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10년마다 반복되는 사이클인 '주글라 파동'은 간단히 말하면 신성장을 도모하고 차세대 먹거리를 찾는 게임의 주기라고 할 수 있다. 이 주기는 몇 해 전 하강 주기였다가 2010년 새로운 파동이 시작되는 원년을 맞는다. 이에 따라 세계 산업의 주력 재편이 예고되고 있다.

이에 따라 세계 각국, 특히 선진국은 어려운 사정에도 불구하고 신규 시설 설비 투자나 연구개발(R&D) 등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기업들만 느슨한 대응을 하고 있어서는 안 된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청와대 등만 발 동동… '기업들은 눈치만?'
 
이명박 대통령은 기업인 출신으로 이같은 경제 흐름에 누구보다 민감한 편이다. 그래서 청와대가 민간기업의 투자 활성화를 강조하는 게 무리가 아니다. 이 대통령은 7일 비상경제대책회의 1년 성과를 점검하는 자리에서도 "기업들이 본격적으로 투자를 하고 일자리를 만들고 수요를 창출하는 선순환이 돼야 한국 경제가 진정한 회복기에 들어갔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노력만으로는 경제를 끌고 갈 수 없으니 이제 기업들의 '엄호'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대한상공회의소 신년인사회에서도 민간기업의 경기 회복 견인차 역할론이 주문된 바 있다. 바야흐로, 신규 설비 투자도 중요하고, 신기술로 새 먹거리를 찾는 R&D도 강조되고 있는 시대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1월 경제동향 분석에 따르면 우리 기업들의 설비투자지수가 10.3%나 증가했다. 그러나 이는 통계상의 착시 현상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해 워낙 설비 투자에 몸을 사린 덕에, 조금만 투자해도 반짝 효과가 두드러져 보인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1∼9월 명목 설비투자액은 68조원.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4% 줄었다.

1990년대 중반 40%에 육박했던 국민가처분소득 대비 투자율 역시, 꾸준히 하락해 작년에는 31.2%, 올해 3분기에는 26.7%로 떨어진 바 있다.

국내 기업들은 시장이 불확실하다는 명분을 앞세워 투자를 기피해 왔다.

하지만, 이렇게 우리 기업들의 투자가 제자리 걸음을 걷고 있는 상황을 방치만 하기는 어렵다. 

외국인 직접투자 순유입액마저 크게 줄고 있어 우리 기업들의 빈자리를 짊어질 주체가 없는 상황이다. 외국인 직접투자액에서 회수액을 뺀 순유입액은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9억6500만달러에 그쳤다. 2008년 같은 기간의 22억7500만달러보다 크게 감소한 것이다.  

◆납품가 후려치기나 저금에만 골몰, "노블레스 오블리제 없다"?

정부당국은 R&D 투자 등에 각종 혜택을 주겠다는 추파를 지속적으로 재계에 던져왔다. 그러나 이런 투자나 시설 투자가 이처럼 부진하면서, 기업들에 대한 실망론이 높아지고 있다.

대기업집단군은 이런 '몸사리기'에 치중돼 있는 한편, 협력업체를 괴롭혀 이익을 쥐어 짜는 데 여전히 치중하는 후진국형 재벌병을 아직 못 고치고 있다는 비판까지 받고 있다. 

자동차 부품업체 가운데 2008년 연간 매출액 1000억원을 넘은 우량 업체 17개사의 평균 영업이익이 2004년 219억원에서 2008년 170억원으로 22.4% 줄었다는 점은 상당히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완성차 업체들(현대차, 기아차, GM대우 등 굴지의 대기업들이 과점형성)이 매년 납품단가를 후려쳐온 결과 아니냐고 분석한다. 이런 기름짜기 때문에 자동차 부품업체 3분의 1이 부도 가능성이 있다고 산업연구원이 우려섞인 전망을 제시한 바도 있다.

이렇게 차곡차곡 모인 돈은 고스란히 은행으로 들어간다. 투자가 아닌 이자수익 추구용 자금으로 낮잠을 자게 되는 것이다.

지난해 9월 말 현재, 민간기업의 장단기 저축성 예금은 245조4667억원에 이른다. 이는 경인년(2010년) 정부 예산안 총액(291조8000억원 수준)의 84.1%에 이를 정도로 크다.

최근까지 우리 기업들은 올해 원화 약세 효과와 신규시장 개척, 과감한 경영혁신에 힘입어 선전해 세계 언론의 대서특필 대상이 됐다. 그간 우리나라와 우리 기업들에게 짠 점수만 줬던 파이낸셜 타임즈 등이 우리 경제의 회복세에 주목했고, 또 여러 외신들이 우리 기업들의 향후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하지만 환율 효과 등을 누리는 편한 시기가 영원할 수 없다. 이미 국내 연구기관들은 우리 나라 원화 가치가 상당히 높게 올라갈 것으로 보고 있다. 많이 찍어낸 달러가 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여기에 우리 경제 회복 속도가 상대적으로 빨랐던 점도 작용할 전망이다.

그러므로 본격적인 동력원을 새롭게 개발하지 못하면 이같은 효과가 사라질 때 다시 추락을 할 수 밖에 없다. 이런 문제를 기업들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는 점을 자각하지 않으면 2010년 이후 주글라 파동의 그래프에서 우리 경제만 곤두박질을 기록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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