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6일 SK그룹-삼성그룹간 휴대전화 관련 밀약설이 불거진 가운데, 밀약 의혹이 SK그룹 이동통신 사업 역사 전반에 대한 논란으로 번질 전망이다.
◆이재용, 최태원에 읍소했다 說 번져 논란
최근 삼성타운 주변 등 재계에서는 이재용 삼성그룹 부사장이 SK텔레콤의 아이폰 도입을 막는 ‘혁혁한’ 공로를 세웠다는 설이 나돌았다. 골자는 이 부사장이 최 회장을 약 두달 전 만나 미 애플사 휴대전화 ‘아이폰’을 SK텔레콤이 출시하는 것을 막았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아이폰은 KT가 혼자 국내 시장에 내놓는 결과가 됐다.
휴대전화 시장에서 독보적 위치를 자랑하는 삼성측과 이동통신사 분야에서 강세를 유지하고 있는 SK텔레콤측의 이같은 밀약설은 설이 나도는 자체로 단순한 협력 강화나 유대 관계 확인으로 보기에는 석연찮은 부분이 많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부사장은 이부진 에버랜드 전무와 함께 삼성그룹 후계자 후보로 유력하게 꼽히는 인물 중 하나다. 최근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 사면 등으로 이 부사장 운신의 폭이 넓어진 데다, 과거 e-삼성을 망친 경험이 있어 뭔가를 보여줘야 하는 시기라는 것. 따라서 이같은 설이 사실이라면, 이 부사장으로서는 삼성 휴대전화 시장을 잠식할 아이폰의 국내 시장 교두보를 한 군데나마 차단한 셈이 돼 상당한 능력발휘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해석이다.
◆SK, 밀약설 부정 그러나 ‘개연성 충분’
한편 SK그룹으로 보면 이같은 논란에서 당장은 거의 얻은 것이 없다는 풀이가 나오고 있어, ‘이재용 부각 효과’와는 대비된다. 특히나, 이 시나리오를 초단기적으로만 보면, SK그룹 본부의 이같은 용단 때문에 SK텔레콤으로서는 큰 손해를 본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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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아이폰이 국내 휴대전화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SKT가 석연찮게 아이폰 출시를 미뤘다는 설이 돌아 세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
삼성전자는 12월 94만대를 팔았고, LG전자는 40만대 수준, 팬택 계열은 25만대 가량을 팔았음을 감안하면, 이같은 아이폰의 실적은 善戰 이상이라고 할 만 하다.
즉 이같은 큰 시장을 포기한 것이라는 이번 밀약설 시나리오는, 사실이라면, SK그룹이 그룹전체의 이익에 따른 판단에 의해, 자회사인 SK텔레콤의 부상 가능성을 외면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SK그룹의 이같은 전폭적 삼성지지는 물론 전혀 근거가 없거나 나름대로 논리구조가 없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6월말경 SK그룹과 삼성전자 고위층들이 깜짝 회동을 가졌다는 점이 이미 이야깃거리가 된 바 있다. 정설은 2차 전지 시장에 대한 의견 교환이었다고 하나, 최 회장 등 고위층이 서로 상당한 시간 내용이 알려지지 않은 대화를 했다는 점 때문에 이것이 각종 사업 영역에 대한 밀약설의 근원이 되고 있는 지적도 나온다.
이같은 정황상 SK그룹이나 삼성그룹 주변에서 있을 법한 일로 받아들여지는 상황에서 삼성그룹측과 SK그룹이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지만 이같은 태도는 논란을 잠재우는 데 주효하지 못하고 있다.
우선 삼성전자측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전자 박람회에 주요 간부들이 참석하고 있는데, 이 자리에서 아이폰 관련 밀약설 진화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아이폰 한국시장 열풍에 대해 “극성스런 네티즌이 많은데, 아이폰에 지나친 관심이 늘어 아이폰 판매가 늘어난 것”(최지성 사장 미국현지시간 5일 발언)으로 일축했고, SK쪽 역시 이같은 밀약 논란을 부인하는 기류다.
◆SK 이동통신 사업 접근논리 이미 ‘상도덕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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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기사'에게 이럴 수가? SK그룹은 자신들이 어려울 때 도와준 팬택 계열에 최근 W 건으로 비수를 들이댔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사진은 SK텔레콤 용으로 출시된 팬택계열 CDMA 휴대전화> |
어느 그룹이나 주력 사업이 있고, 이 주력 사업은 창사 당시의 기본 패턴에서 이동되기도 한다. 두산그룹이 주류 등 경공업에서 중화학 중심으로 과감히 이동한 게 그 예다.
하지만, SK그룹이 이동통신 분야에서 ‘다른 그림’ 내지 ‘큰 그림’을 위해 SK텔레콤 등 이통통신 관련 분야를 언제든 흔들 수 있다는 점은 재계의 상식처럼 돼 있다.
실제로 SK그룹은 제계 서열이 많이 처지는 축에 드는 그룹집단이었으나 노태우 전 대통령 집안과의 혼맥을 형성하면서부터 급성장했다는 게 일반적 시각이다. 문제는 이 상황에서, SK그룹이 이동통신 부문을 카드로 활용한 바 있다는 것. SK그룹은 특혜 시비가 붙자 ‘제 2 통신 사업’에서 빠지면서 이미지 개선 사업으로 활용한 전력이 있다.
아울러 휴대전화 사업부문(SK텔레텍)을 과거 팬택 계열에 판 바 있다. 그러나 SK그룹은 지난해 9월 무렵부터 SK텔레시스에 대한 적극 후원설이 나올 정도로(핸드폰 W 관련) 이상 행보를 보이고 있다.
즉, 팬택측으로서는 SK그룹의 이같은 행보가 짜증날 수밖에 없다. SK그룹이 해외투기성 자본인 ‘소버린’의 ‘경영권 침공’ 당시 어려울 때 팬택 계열이 ‘백기사’ 역으로 이를 인수해 준 것이라는 게 정설이다. 그런데, 현재 W 관련 사업에서는 sK텔레시스 출신들이 대거 참여하는 등으로 인해 일단 한번 시집 보낸 업종에 다시 발을 담그겠다는 도덕적 논란으로까지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른바 ‘경업 금지(한 번 팔고 떠나면 인근에서는 유사한 장사를 하지 말아야 한다는 상관습)’로까지 호사가들이 입방아를 찧을 만한 부분이기도 하다.
◆SK, 삼성과 밀약 있어도 ‘적과의 동침 불과?’
따라서 이번 삼성과의 협상설 역시 설사 사실이라 해도, 팬택과의 전례에서 볼 때는 끈끈한 협력관계라기 보다는, 단순히 현재 여러 가지 사업 목적에 따른 협력망 구축을 위한 카드 내놓기로 볼 것이라는 종합이 가능하다. 결국 시나리오가 불거진 것은 개연성이 있다 해도, 장기적으로 볼 때 10년 이상을 갈 만하다든지 하는 긴 호흡으로 볼 정도는 아니기 때문에 삼성과 SK측이 과민반응을 보이는 게 오히려 이상하다는 얘기다.
다만 애플의 국내 시장 진출과 아이폰 열기가 뜨거운 국면에서 이같은 밀약설이 여러 정황상 부각되고 논의되는 것은 당분간 불가피해 보인다. 아울러 SK텔레콤 등에서 억울해하면서 대응논리로 내놓는 “우리 SKT도 곧 아이폰을 출시할 것”이라는 말을 스스로 빨리 이행하는 것이 시장 신뢰를 되찾는 가장 시급한 길이라는 지적 역시 뒤따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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