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린트
  • 메일
  • 스크랩
  • 글자크기
  • 크게
  • 작게

외환은행 헐값매각 논란 2심 '무죄',효과는?

'법적불안정성'제거에 접근…2010년 M&A전 신호탄가능성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09.12.29 14:59:54
[프라임경제] 은행 M&A전의 주요 매물로 꼽히는 외환은행과 관련한 판결이 나오면서 눈길을 끌고 있다. 서울고등법원은 29일,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에 헐값에 외환은행이 매각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로써 외환은행은 2010년 은행 M&A전에서 가장 탐나는 트로피로 부각되는 동시에, 론스타측에도 효자상품 자리를 더욱 굳힐 것으로 전망된다.

◆1심보다 한 걸음 더 론스타에 유리한 판결

서울고법 형사10부는 29일, 론스타와 결탁해 외환은행을 헐값에 팔아넘긴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등으로 기소된 변양호 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의 배임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또 이강원 전 외환은행장과 이달용 전 외환은행 부행장의 배임 혐의에 대해서도 무죄를 선고했다.

이는 1심판결보다 헐값 매법의 위법성에 대한 해석을 엄격히 한 것이다. 1심 재판부는 "매각 과정에서 부적절한 행위가 있었지만, 전체 틀에서 엄격하게 봤을 때 배임 행위나 의사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배임 혐의에 대해서 무죄 판결하고 이 전 행장의 일부 다른 혐의에 대해서만 징역 1년6월을 선고했다. 변 전 국장에 대해서는 무죄 판결을 한 바 있다. 하지만 2심은 모두 무죄를 선고한 것.

이로써 외환은행 거래의 한 주체였던 론스타측으로서는, 일단 사건의 직접 당사자가 아니면서도, 거래의 정당성을 확인받는 한 고비를 넘기게 됐다.

   
 
   
 
앞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2006년말 변 전 국장 등이 론스타 측과 함께 고의로 외환은행 자산을 저평가하고 부실을 부풀리는 방식으로 정상가보다 3443억∼8252억원 낮은 가격에 은행을 매각했다고 해석하고, 이것이 배임이라고 규정한 바 있다.

론스타로서는 이 문제로 인해 도덕적 공격은 물론, 실질적으로도 외환은행을 재매각하는 데 상당한 애로를 겪어 왔다. 실제로 과거 국민은행과 론스타는 외환은행 인수전을 거의 매듭지어 놨지만, 소송이 진행 중인 관련물에 대해 매각을 하는 게 적절치 않다는 당국의 압박이 음양으로 전해지면서 사실상 국민은행측이 눈물을 머금고 매수를 포기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이번에 사실심이 사실상 끝나면서(사실상 패배를 거듭한 상황에서, 법률심인 3심에 검찰이 법적 분쟁 판단을 상고 요청할지는 미지수다), 외환은행 매각은 마침 족쇄를 풀었다고 볼 수 있다.

◆적절한 시점에 나온 '낭보'?

지난해 1심 판결에 이은 이번 판결로 외환은행 매각은 한결 속도를 낼 전망이다.

실제로 이번 시점에 이 판결이 나온 점은 상당히 시기상으로 적절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하겠다.

1심 판결 때만 해도 관망세가 강하게 형성될 수 밖에 없었던 것이, 당시 경제 사정상 외환은행 매각이 난항을 겪을 것으로 전망됐던 것이다.

당시 블룸버그 통신 등 유력 외신들은 서울지방중앙법원이 론스타가 2003년 외환은행을 인수한 것은 합법적이었다고 판결했지만 전세계를 휩쓸고 있는 금융위기 사태로 외환은행 매각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법률적인 문제는 한 고비를 넘겼지만, 경기가 얼어붙은 상황에 매수자를 찾기 어려운 상황으로 효과가 반감됐던 것.더욱이, 당시 행장을 맡고 있던 리처드 웨커 이사회 의장이 블록세일에 대해 반대입장을 고수해 문제를 더 어렵게 했다.

하지만 이번해에 나온 2심 판결과 주변 여건은 이때보다 한결 따뜻하다는 평가다.

우선, 외환은행이 법적인 고비를 연이어 넘기면서 사실상 지난 번 '국민은행 접선 실패' 같은 악몽이 재발할 가능성이 0으로 수렴해가는 상황이 잠재적 인수자들을 설레게 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미 2심이 나오기도 전에 강한 의욕을 보여온 KB금융이 있고, 하나금융지주도 사실상 '하나은행+우리은행' 시나리오를 검토하는 한편, 외환은행에게도 눈길을 주고 있다는 평가다.

경제 여건이 크게 개선돼 M&A전이 다시 불붙기 좋은 점 역시 큰 메리트다.

외환은행 스스로의 노력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외환은행은 지난해 3분기 부실자산에 대한 지급준비금을 3배 이상 늘리는 등으로 인해 이익이 감소해 실적면에서 고전했다. 하지만 이렇게 내실을 다진 인고의 시간을 보낸 끝에 금년에는 소정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 전통적으로 강한 외환 업무와 기업 금융에 대해 많은 큰 은행들이 부러워하는 점도 큰 밑천이다.

◆누구에게 얼마에 넘어갈까?

이에 따라, 외환은행이 내년도 대형 M&A 장의 신호탄이 되어줄 가능성은 상당히 높다고 이야기할 수 있다. 외환은행의 대주주인 론스타는 매각 타이밍을 꾸준히 살펴왔는데, 결국 오랜 기다림 끝에 경제 상황 요인+외환은행의 내부적 사정 정리+법적 문제점 해결 등이 어느 정도 접점을 맞추는 적절한 시기가 온 것이라는 것이다.

외환은행의 주가는 올 하반기에 꾸준히 올라 1만4000원대에서 숨고르기를 하고 있다(29일 오후 2시 30분 현재 1만3800원). 이렇게 외환은행에 대한 러브콜이 뜨거워질수록 시장에서 형성되는 주가 움직임 말고도 경영권 프리미엄을 챙기기도 쉬워진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현재 못되어도 5조원에서 6조원 가량 될 것이라는 매각 대금을 조달할 능력이 되는 주체는 KB금융 등이 언급된다. 하나금융지주는 지난 번 유상증자 소식만으로도 주가가 급락한 경험이 있어 조심스러운 행보를 보일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하나금융지주 역시 덩치가 큰 우리금융보다 실속이 있는 외환은행으로 눈을 돌릴 가능성이 높아, 여러 주체간 신경전은 갈수록 치열해질 전망이다.

한편 이같은 인수전 격화 상황과 이번 판결 등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주가 시너지 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는데, 이런 상황이 결국 매각 대금의 과도한 부풀리기로 이어지지 않겠냐는 우려 역시 고개를 들고 있다.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  
  •    
맨 위로

ⓒ 프라임경제(http://www.newsprime.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