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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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28 09:28:18
[프라임경제] 한국 노동 시장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휴화산? 2010년 새해 노동 부문이 큰 충돌과 폭발 가능성을 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욱이 이른바 '더블딥(경기가 회복되는 듯 하다가 다시 침체 나락으로 떨어지는 현상)' 우려가 아직 상존하는 상황에서 이같은 문제는 경제 사정 악화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더 큰 우려를 낳고 있다.
◆노동법 개정 문제 둘러싼 충돌 가능성 '고조'
신한국당 시절 비롯된 노동법 문제가 결국 2009년 연말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문제의 실타래가 아직 풀리지 않고 있어, 2010년 벽두부터 강한 충돌이 빚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이른바 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 문제와 복수 노조 허용 및 교섭창구 단일화 논의가 그것이다.
이를 둘러싸고 노동계와 재계, 정관계가 서로 의견 충돌을 보이고 있다. 의견 조율이 어려우면 결국 법률상 시한 조항에 따라, 노조 전임자 임금을 지급하지 않도록 하고 복수노조를 허용하는 쪽으로 시행이 될 수 밖에 없는데 이는 노동계의 반발을 낳을 수 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12월 들어서면서 막판 법 개정을 둘러싼 논의가 계속됐고, 26, 27일 주말까지도 여러 움직임이 있었다.
그러나 추미애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의 중재안과 민주노총을 포함한 노사정 8인 연석회의도 결국 아무 결론을 내지 못했다. 추 위원장은 복수노조 도입과 전임자 임금 지금 금지를 1년 유예하고, 타임오프 대상을 노조 관리 활동으로 확대하자고 제안했지만 최종 협상 매듭은 이뤄지지 않았다. 일단 당국은 협상 결렬을 염두에 둔 움직임을 시작했다. 임태희 노동부 장관은 노동관계법이 연말까지 개정되지 않을 경우 입법 공백 상태에 대비해 28일, 복수노조 창구단일화 절차와 방법을 담은 행정법규를 고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여야가 일부 의견 접근을 이룬 건 성과라는 평가다. 여야는 복수노조 시행시기를 기존 합의안보다 앞당기고, 타임오프의 총량을 중앙노동위에서 정하자는 데 뜻을 모은 상태다. 이에 따라, 28일 중 막판 극적 교섭안 도출이 성공할지 주목된다. 하지만 노동법에 대한 여러 불만은 이번 한 번으로 처리하기 보다는 여러 관련 주체들간의 지속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는 과제를 남기고 있다.
◆청년 실업 문제 더 심각해진다
올해 각종 인턴제 등으로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듯 했던 청년 실업 문제가 결국 다시 곪는 형국이다.
올해 25~39세 청년 취업자가 지난해보다 25만명이나 줄어들어 지난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최악인 것으로 나타나 정부 대책이 별무소용이라는 풀이가 나온다. 문제는 여기에 '상황 악화'가 예견된다는 것.
27일 한국은행과 통계청 등 관련기관에 따르면, 올해 1∼11월 중 25∼39세 취업자는 월평균 843만6000명으로 지난해 평균(868만4000명)에 비해 24만8000명(2.9%)이 감소했다. 이는 IMF 외환위기 당시 감소폭(-59만8,000명)과 비견되는 최악의 상황이다.
여기에 정부가 올 들어 야심차게 내놨던 청년인턴제 등이 약효 역시 끝난다는 게 문제다. 대부분의 인턴은 올해 말과 내년 초 대거 종료된다. 이들이 다시 고용시장으로 쏟아져 나오는 상황은 청년 실업률 증가일 뿐만 아니라 정부 노동 정책에 대한 불만 고조를 가져올 수 있어, 문제의 파급력이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비정규직도 정규직도 '불만'…'돈으로 산 평화'?
조용한 몇 군데 부문들도 고장난 시한 폭탄 문제를 안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우선 쌍용차 파업이 분쇄되는 등 민주노총식 강경 투쟁은 2010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일단 떨어졌다는 평가다. 하지만, 이번에는 공무원들의 민주노총 가입과 이를 둘러싼 당국의 강경 대응이 새 화두로 떠오를 가능성이 남아 있다. 새 불씨가 지펴지는 셈.
여기에, 일부 사업장이 순조롭게 금년도 임금단체협상을 매듭지었지만, 이는 미봉책이며, 2010년에는 다시 문제가 터질 수 있다는 점도 지적된다.
예를 들어, 현대자동차는 지난 23일 실시된 노사 잠정합의안 찬반투표를 통해 '15년만의 무분규 임단협 결론'이라는 성과를 도출했다. 노사간 잠정합의 이후 일부 현장조직이 교섭성과가 미흡하다며 반발하기도 했지만 매년 되풀이되는 파업이 결국 종지부를 찍었다. 이를 놓고 노조 장규호 대변인이 24일, "올해는 신뢰를 쌓아가는 첫 발을 내딛는 단계"라고 자평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같은 모처럼의 성과 역시, 위에서 지적한 노동법 문제가 본격 충돌도 불거질 경우에는 갈등 재연으로 치달을 것으로 우려된다. 노조측이 "내년에는 내부적인 노사문제보다 외부적인 전임자 임금문제 등과 관련된 대립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충돌을 예상하고 있는 상태다.
가장 큰 문제는 이번 협상에서 사측이 조합원 1인당 1500만원이라는 사상 최고 수준의 인센티브를 제공했는데 이같은 수준의 '당근'이 2010년에도 공급가능하냐는 것이다. 일각에서 '돈으로 산 평화', 더욱이 그나마 '한시적 평화'라는 우려까지 나오는 데에도 일리가 있다는 것.
이같이 일부 비정규직 대기업집단에서는 '노동귀족 논란'까지 나오는 상황에, 비정규직들의 불만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일단 비정규직 100만 해고 대란은 비껴갔으나 불합리한 처우와 불안한 처지에 대한 사기 저하로 불만이 어느 틈에 나올지 모르는 상황이다. 현재 가장 주목할 만한 부분은 하나은행에 대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집단 소송 움직임이다.
하나은행은 이른바 '빠른 창구 텔러' 형식으로 많은 여직원들을 사용해 왔으나, 다른 은행들의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움직임에 발맞추지 못한 속도와 범위라는 점에서 금년 한 해 많은 원성을 들었다. 여기에 각종 수당을 지급하라는 소송까지 제기돼 'YH 사태 이후 최악의 분규'로 2010 첫머리를 장식할 가능성이 높다. 일단 사측에서는 이들의 각종 초과수당 등 요구가 근로계약서 내용을 무시한 억지라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져 정면 충돌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사회통합 기능 발휘로 해결 가능할까 촉각
이렇게 문제가 다각도로 커진 것은 이명박 정부 들어 진행된 노동부문 위축이 가장 큰 문제라는 풀이다. 한국노총의 강한 지원으로 정권 교체에 많은 도움을 받은 정부와 여당이 18대 총선에서 의석 몇 자리를 한국노총 몫으로 양보한 외에는 큰 협력망을 구축하지 않았고, 민주노총과의 관계 역시 악화일로만 걸었다는 것.
여기에 당정청 협력망이 붕괴된 것도 문제를 키우는 데 한몫을 거들었다. 예를 들어, 지난 11월 27일에는 당과 정부가 노동관련 현안을 놓고 엇박자를 놓았다.
노동부를 이끄는 임태희 장관은 복수노조 허용에 대해 근본적으로 국제기준과 기본권에 대한 문제임을 강조했고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는 노조의 자주화를 위해 필요하다고 설명했지만, 한나라당 신상진 제5정책위원장은 자칫 당과 한국노총의 정책연대 파기가 지속될 수 있다는 주장을 폈다. 신 위원장은 "이대로 가다가는 한나라당과 한국노총의 정책연대가 깨지는 것은 물론 앞으로 당이 노동 문제를 풀어가는 데 큰 어려움에 봉착할 것이다. 노동부는 세계 국제기준을 지켜가면서도 노동계의 요구를 적극 반영하도록해야 한다"며 주무부처의 장관과 정면 충돌을 빚었다.
문제는 이같은 노동 부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우리 경제 발전은 요원하다는 데 있다. 27일,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최근 산업연구원 등 18개 국책·민간 경제연구기관 대표들에게 조사한 '2010년 우리경제의 최대 복병은 무엇?'이라는 조사결과를 내놨다. 조사결과, '더블딥 속 경기침체'를 꼽았고, 청년실업 등 고용문제가(7위), 국론분열(10위) 등이 주요 문제로 떠올랐다. 결국, 노동 부문의 각론들이 분출되고, 이 풀이를 마련하는 과정에서 국론이 분열되는 상황이 우리 경제를 주저앉힐 수 있다는 것.
이에 따라 경제 불안 해소 등을 위해서라도 당정청 연락망은 물론 야당, 각종 노동관련 주체들들과의 정책 공조를 강화할 필요성이 부각될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특임장관이라는 '올 라운드 플레이어' 요청을 받고 있는 주호영 장관의 분발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고건 전 국무총리가 이끌게 될 사회통합위원회의 선전 역시 기대되고 있어, 노동 현안 뇌관들이 폭발 없이 해체될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