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건 전 국무총리 이후 관운이 가장 좋은 남자라는 이용섭 의원(민주당)이 이번에는 ‘道伯(도백)’으로 뽑히는 영광까지 누릴까? 지방선거가 내년으로 바짝 다가온 가운데, 최근 광주지역 여론이 이 의원에 우호적인 방향으로 흐르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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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박광태 시장이 이끌고 있는 광주는, 전통적으로 정치에 대한 관심이 높고 정치의식이 높다는 ‘자의식’이 강한 지역이라는 평가다. ‘광주 민주 항쟁’을 주도하면서 비합법적 권력 찬탈 음모에 대항한 유일한 지역이었다는 자부심과 김대중 전 대통령이 탄압받는 내내 후원했던 인연으로 진보민주세력에 대한 강한 연고의식을 갖고 있기 때문.
이에 따라 영남에서는 한나라당이 강세를 띠는 것 이상으로, 호남 특히 광주에서는 현 민주당에 대한 지지도가 높고, 이곳에서 인정받으면 민주당의 적통을 장악할 수 있다는 상징성마저 부여받는 것처럼 돼 있다.
그런 점에서 최근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내놓은 여론동향은 상당한 함의를 담고 있다는 해석이다. 이 조사는 ‘내일신문’ 등 언론기관에서 의뢰한 것으로, 심층면접방식으로 조사됐다(지난 16일부터 23일에 걸쳐 한국사회여론연구소는 광주광역시 교수·언론인·변호사·시민사회단체 간부 200명을 대상으로 조사했음). 광주지역 여론주도층(전문가집단)은 차기 시장으로 이용섭 민주당 의원을 가장 선호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민주당이 ‘공천장’을 줘야 할 광주광역시장 후보감으로도 이 의원을 선호한다는 결과도 나와 눈길을 끈다.
교수·언론인·변호사·시민사회단체 간부 등은 이른바 식자층. 지금은 영향력이 예전만은 못하다는 소리가 없지 않으나, 지역 민심을 이끄는 이른바 오피니언 리더 역할을 아직 일정 부분 수행한다는 점에서 이들이 이 의원에게 광주시장 감투를 선물할 첨병 역할을 할 여지가 없지 않다.
조사결과 모든 분야에서 이용섭 의원이 상당한 격차를 두고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기 광주광역시장 후보 적합도는 이용섭 의원 30.5%, 양형일 전 의원 16.0%, 강운태 의원 15.5%, 정찬용 전 청와대 인사수석 10.5% 등이 우위를 점하고 있다. 더욱 주목할 만 한 대목은 현직 프리미엄을 갖고 있는 박광태 시장의 침체 현상이다. 박 시장과 오병윤 민노당 사무총장, 정동채 전 문광부 장관, 전갑길 광산구청장은 10% 이하 지지율에 머물렀다.
더욱이, ‘개혁성과 참신성’이라는 키워드를 물은 항목에서도 이 부분에서 가장 앞서는 후보로, 이용섭 의원이 월등한 지지율을 기록했다. 이 의원은 28.6%으로 나타났고, 이어서 정 전 수석(15.1%), 양 전 의원(14.6%) 등의 기록이 나왔다. 다른 후보들에 비해 이 의원 등이 개혁성과 참신성이 높은 이유는 상대적으로 이들이 지방정가에 노출된 기간이 짧고 참여정부 참여 등으로 이미지가 좋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행정 경험 및 전문성’에서 가장 앞서는 후보를 묻는 질문에 대해서도 이 의원은 33.2%를 얻어 눈길을 끌었다. 현직인 박 시장이 11.1%인 것을 감안하면 상당한 선전이다.
◆‘행동하는 전문가’ 이미지가 지역에서도 먹혔다
이같은 결과를 볼 때 이 의원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내년에 막판 스퍼트만 잘 하면 상당히 의미있는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 의원이 차기 광주 도백이 되는 데 가장 큰 장애요인이라고 할 수 있었던 지역에 대한 기여가 약하다(따라서 지지를 얻기에 부족하다)는 주장이 이번 조사 결과 일정 부분 ‘허구’라는 해석이 가능해지면서, 마치 안개가 걷힌 듯한 쾌속질주 가능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
이 의원은 자타가 공인하는 ‘관운이 좋은 남자’다. 행정고시에 합격한 이후 호남 출신이라는 핸디캡에도 불구하고 승승장구해 ‘능력’을 입증한 바 있다. 이후 국세청장과 건설교통부 장관과 행정자치부 장관 등 요직을 두루 역임하고 국회의원으로 변신했다. 이 의원 이전에도 장관 출신의 의원이 적지 않았지만, 마침 MB정부의 각종 국민과의 소통불능 상태(촛불 정국으로 대변되는)에서 각종 불도저식 정책 강행을 전문가다운 논리로 공박하면서 능력과 강한 이미지를 함께 발휘한 정치인은 많지가 않다. 지금은 의원사퇴서를 낸 최문순 의원이 문화방송 사장 출신으로 방송법 논란에서 선봉에 선 한편, 이 의원은 회계부터 국토개발·행정전반을 꿰뚫어 볼 수 있는 이력을 세워 4대강 사업 등의 문제점을 강하게 질타해 왔다.
이런 점에서 지역에 어떤 이권사업을 배정한다든지, 특별한 성과물을 지역주민에게 제시해 온 역할은 떨어지지만, 광주 지역 전문가집단에게 MB시대를 사는 반대파 식자층의 동변상련을 느끼게 해 이같은 저변 확대에 성공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내년 광주시장 의자를 둘러싼 쟁탈전은 당초 예상과는 달리 이 의원의 강한 약진이라는 돌풍으로 상당히 시끄러운 상황이 연출될 수도 있어 보인다. 한편, 이 의원이 민주당의 정치적 탯줄인 광주에서 도백으로 등장하는 경우, 당내 입지 역시 지금보다 한층 업그레이드될 수도 있어 보인다.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대한통운 관련 사태로 한 전 총리는 물론 정세균 민주당 대표 등까지 상처를 입을 가능성이 없지 않은 가운데, 차세대 지도자로 이 의원이 부각될지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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