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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대출 팽창, 경제회복 발목잡을 판

부동산버블 가능성 속수무책, 日 버블붕괴 직전 상황 닮아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09.12.21 13:05:53
[프라임경제] ‘겉으론 순조롭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우리 정부는 ‘9월 위기설’ 등 각종 위기설을 모두 진화하는 데 성공했다. 세계 어느 나라보다 경제 회복 속도가 빠르다는 점에 놀라운 시선이 우리나라에 쏟아진다. 하지만 겉으로 당장 나타나는 이런 통계 외에, 대내외 경제여건이 다시 악화되는 이른바 ‘더블딥’ 가능성 앞에서는 우리 경제의 기본 골조가 너무 약하다는 우려가 공존한다. 이른바 ‘경제 회복의 불안 요인들’이다. 그간 상대적으로 덜 중요하게 다뤄져 온 가계 부채의 부실화가 여러 경고음을 내고 있다. 특히 카드대란 이전과 일본 버블 붕괴 전의 모습과 흡사한 구석이 있다는 점도 우려를 낳고 있다.

그간 경제위기를 거치면서 가계, 기업, 정부의 경제 3대 요소 중 가계의 체력이 많이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가계 소득이 줄기 시작한 것.

   
 
   
 
통계청이 11월13일 발표한 가계동향 자료에 따르면, 3분기 가구당(전국 2인 이상 가구 기준) 월평균 소득은 345만6000원으로 지난해 3분기보다 1.4% 줄었다. 가계동향을 통계 작성하기 시작한 2003년 이후 감소폭이 가장 컸다는 소리도 나온다. 통계청은 전체 소득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근로소득이 줄어든 영향이 가장 큰 요인인 것으로 분석했다.

그러나 경기가 회복된다는 소식 때문에 지갑은 열리기 시작, 씀씀이가 커졌다. 3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비지출은 전년 동기 대비 3% 늘어난 219만원. 이런 버는 돈에 비해 씀씀이가 너무 큰 구조가 장기화되면 빚을 늘릴 가능성도 있다. 또 가계부채 부담 증가에 따라 가계 부실화가 전체 경제 발전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

◆가계 부채, 너무 커졌다

현대경제연구원은 11월 15일 ‘2010 한국 경제 회복의 6대 불안 요인’ 보고서에서 가계 대출 부실화를 6대 문제점 중 하나로 적시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현재 추세라면 내년 가계 부채는 720조원을 웃돌 것으로 계산되고, 이 가운데 주택담보대출이 262조5000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런 상황에서 “금리상승이나 부동산 시장침체로 가계 대출 자산이 부실화할 수 있다”는 것이 현대경제연구원의 지적이다.

실제로, 한국은행이 발표한 ‘2009년 10월 중 예금취급기관 가계대출 동향’에 따르면 12월 17일 현재 가계대출의 총 잔액은 542조원으로 확대된 상태다.

가계대출은 지난 8월 중 4조7000억원 급증했다가 9월에 1조2000원으로 감소했지만 10월 들어 증가폭이 다시 확대됐다. 특히 예금은행은 가계대출 증가분을 모두 주택담보대출로 채우다시피 하고 있다. 가계대출 가운데 예금은행의 증가분은 1조4000억원이었으며 이 중 주택담보대출 비중이 100%였다. 즉, 부채가 커지기도 커졌으려니와, 주택과 관련한 대출 역시 DTI 규제 등 각종 정부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확실히 제어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금융감독원의 자료처럼, 지난 9월 은행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DTI 규제를 수도권 전역으로 확대한 효과가 나타나며 증가액이 지난 7월 4조5000억원에서 꾸준히 줄어 11월에는 2조9000억원으로 축소됐기는 하다. 하지만 이에는 결국 속도 줄이기에만 성공한 절반의 성공이라는 반론이 뒤따르는 것이다.

◆2003년 일본 버블붕괴 당시와 유사

결국 가계가 외관상으로는 감당이 가능해도 이미 체력이 약해져 실제로는 감당키 어려운 대출을 안고 있으며, 특히 그나마 이를 받치고 있는 부동산 자산이 흔들릴 경우 급격한 붕괴로 치달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우리의 가계 대출 상황은 일본에 ‘잃어버린 10년’을 선물한 ‘버블 붕괴’의 직전 모습과 유사하다는 점에서 우려를 낳고 있다.

예를 들어 보자. 가계 소득과 주택가격을 비교해 뽑는 PIR(Price Income Ratio) 지표를 보면 우리 가계의 위험성이 한눈에 드러난다. ‘PIR=1’은 1년간 가계소득을 모두 모았을 때 주택을 살 수 있다는 뜻이다. 미국은 2006년 4분기 때 2.7이었던 PIR가 2008년 금융위기를 촉발시킨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 때 7로 급등한 바 있다. 그런데, 국토해양부가 내놓은 지난해 3월 전국의 주택가격은 연소득의 7.5배(즉 PIR 7.5)다. 서울의 경우는 PIR이 더 높아서, 12에 육박한다. 이는 버블이 붕괴되기 직전인 1990년 도쿄 수준이라고 전문가들은 이야기한다.

대출의 또 한 축인 신용거래, 즉 카드 역시 위기 국면임을 시사한다는 해석이 나돈다. 물론, 현재 카드연체율이 낮고, 더욱이 2003년 카드 대란 당시처럼 잘못된 평가로 과다대출을 할 가능성 역시 낮아진 상태라는 게 일반적 평가다.

하지만 불안 요인이 없지 않다. 14일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정희수 수석연구원은 “한국의 카드산업은 1998년, 2003년, 2008년 세 차례의 위기를 극복했다. 2년 여의 회복기를 거친 뒤 안정적인 성숙단계에 진입할 것”이라면서도, 카드 연체율이 상승 반전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정 수석연구원은 “고용 부진·임금 동결 등의 영향으로 가계 소득 증가율의 회복이 더뎌지고, 금리 상승으로 가계 부채 부담이 가속화되면 연체율이 상승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정 수석연구원은 그동안 카드사의 연체율이 하락한 것은 대환대출의 영향이 컸는데 이 효과가 내년까지 지속될지에 대해 논의할 필요를 제기했다.

결국 언제 어디서 신용 거래의 한 축이 붕괴하거나, 부동산 자산이 쪼그라드는 상황이 와 가계 붕괴로 이어질 여지가 2010년 한국 경제에 있다는 것이다. 2003년 카드대란 당시나 1990년대 초 일본식 버블 붕괴 직전과 유사한 이 구조를 깨야 한다는 지적도 그래서 나온다.

◆변동금리 등 해법, ‘시동’은 걸었는데…

결국 가계 부채의 버블 붕괴, 즉 가계 부실화를 막으려면 우선 금융기관들의 위험관리가 카드대란 방어 당시와 유사한 수준으로 한층 강화되어야 할 전망이다. 특히 주택담보대출이 크게 늘거나 집값이 급등하지 않도록 돈줄을 죈다면 효과적일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은행권에서는 CD금리에 연동돼 움직이는 ‘변동 금리 대출’의 불안요인을 덜고자 고민을 하고 있다. 가계대출의 금리를 고정 금리 및 장기 구조로 유도하기 위해, 현재 편리하다는 이유로 많이 쓰는 CD금리 중심 변동 금리 대출 관행(변동 금리 대출이 전체의 70~80%)을 풀어 예측 가능성을 높이려는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문제를 푸는 과정에서 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의 가산금리를 기준금리보다 더 높이 매겨 수익을 챙겨온 부분을 포기하는 게 가능하겠느냐는 점은 당국과 금융권의 숙제다. 아울러 카드업계가 이미 경기 회복을 전제로 과당경쟁을 준비하는 듯한 문제 역시 제동이 필요할 전망이다.

현대경제연구원 이부형 연구위원의 “안정적 경기회복과 지속성장을 위해서는 2010년 우리 경제 위협요인들을 극복할 수 있는 정책 노력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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