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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 펀드운용 공개' 판결 파장은?

방만 운영하고도 학생들에게 나몰라라 관행에 '철퇴'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09.12.18 09:15:30

[프라임경제] 이른바 '등록금 인상근거 공개 등 소송'에서 세칭 명문대 중 하나인 연세대학교가 재학생에게 패소하면서, 앞으로 재정 운영 과정에 투명성을 제고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연세대 뿐만 아니라 사학들의 자산 운용 방식에도 동일한 파장을 미칠 것이어서 특히 주목된다.

◆재학생이 낸 행정소송에서 패소, '파문'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는 참여연대와 연세대 재학생 김모 씨가 작년 11월 연세대를 상대로 제기한 정보공개거부처분취소소송에서 "2003년부터 작년까지 총장에게 보고한 등록금 인상률 산정 근거 문서 등을 공개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고 17일 밝혔다.

더욱이, 이번 판결로 연세대는 2003년부터 2008년 11월 초까지 적립금을 이용해 투자한 금융상품의 이름과 종류, 수익률은 물론 이화여대 등과 함께 투자하는 YES펀드의 투자금액 및 수익률과 자금운용위원회 회의록(인적사항 부분 제외)까지 공개하게 됐다.

이는 주요 사립대들이 학교 재원으로 펀드 투자 등 위험도가 있는 자산운용을 하는 상황에 기본 정보가 공개되고, 이에 대한 제동이 학생들에 의해 이뤄질 수 있는 단초가 될 것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펀드 활용 관행에 제동

그간 사립대들은 재정을 불리기 위해, 적립금 등 자산을 펀드에 넣어 수익을 추구해 왔다.

   
 
   
 
하지만, 이 펀드 투자에서 사실상 학교 주인인 학생들에게 내역을 공개하지 않아, 학교가 학생을 위해 자금 늘리기에 나서야 한다는 문제의 전제조건인 이윤을 추구하더라도 학교 본연의 품위를 잃지 말아야 한다는 제약과 학생을 위한 학사행정을 추진해야 한다는 요구 등 초점 모두를 잃고 있다. 한 마디로 품위를 해쳐가면서까지 돈은 밝히면서도, 그만큼 돈 문제를 확실히 밝히고 의혹을 차단하는 데엔 성공적이지 못한 것.

현재 연세대는 교지인 '연세춘추'를 통해 학교자금 투자 현황을 공개하고 있지만(이에 따르면 08년 현재 펀드에 투자된 돈은 적립금의 6% 정도다), 어느 펀드에 어느 정도 넣어서 얼만큼 손실을 봤는지는 기밀취지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

학생들이 '펀드 감시단'을 만들어 등록금 동결 등을 요구하고 있으나, 이러한 요구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는 것이다. 주식에서 너나 할 것 없이 손실을 본 2008년 현실을 감안하면 이런 태도에 이해가 전혀 가지 않는 바도 아니지만, 문제는 애초 '상학과'로 명성을 쌓아왔고 아직도 경영과 경제 부문에서 높은 인지도를 갖고 있는 연세대에서 왜 이미 작년부터 금융위기 가능성이 조금씩 경고되고 있는 상황에서도 펀드를 고집하고 있었는지가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는 것이다.

이는 일선 교수들이 학교 보직교수진 등에 의견을 제기할 언로가 막혀 있거나, 운영진이 지나치게 자신감 있는 태도로 혹은 방만하게 학교 자금을 운영하는 데 익숙해진 게 아니냐는 논란까지 부를 수 있는 대목이었는데, 그 고름이 이번에 법원 판결로 터지게 된 셈이다(물론 연세대가 항소할 가능성이 커, 귀추가 주목된다).

◆"학생은 스쳐가는 존재" 연세대 사고방식 법원이 '난타'한 셈

특히 연세대의 경우, 오랜 역사를 가진 명문대라 기부금 등이 많이 들어오고, 재산 자체도 풍족한 편이다.

연세대는 기부금의 경우 전통적으로 기업인을 많이 배출해 기부금이 많이 들어오는 편인 인하대의 뒤를 바짝 쫓고 있으며(2위, 553억원), 적립금 면에서도 2730억원으로 3위를 차지, 단연 상위권에 랭크돼 있다(한국사학진흥재단 08년 자료).

따라서 펀드 등을 운용할 때, 관련업계에도 상당한 거물로 대접받을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하지만 그러면서도 연세대는, 등록금 면에서도 단연 상위권을 달리고 있어 뭔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재학생들의 불만을 사왔다. 연세대의 등록금 순위는 신촌캠퍼스 기준으로 8589만원/연(2008년 교육부 자료)으로 전체적으로 6위권에 든다. 막대한 적립금과 이를 통한 펀드 활용을 보면 이해가 쉽게 가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많았다.

이번 판결로 해소될 해묵은 문제는 또 있다. 학생들이 학교의 주인인가는 차치하고라도, "학생들에게 학교 행정을 얼만큼 공개할 것인가"라는 데 대한 가이드라인이 적어도 하나 더 생겼다는 것이다. 특히나, 연세대는 김병수 총장 시절 학생들을 4년만 거쳐 가는 존재로 말하는 총장 발언이 나오는 등으로 문제가 되었던 바 있다. 이런 관행을 깨고, 등록금 상승 원인과 펀드 관리 내역을 학생들에게 현재 총체적인 예결산을 교지에 공개하듯 말해 줘야한다는 새 의무를 법원은 부여한 셈이다.

결국 학생들을 소비자 즉 고객으로 보는 듯한 이번 판결의 근간은 대학도 서비스업종으로 더 나아지기 위란 고민을 항상 되새겨야 한다는 요청을 한 셈이다. 연세대측이 이런 시대적 요구를 수용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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