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린트
  • 메일
  • 스크랩
  • 글자크기
  • 크게
  • 작게

새해 카드업계 '진검 승부' 예고

하나카드 분사等 지각변동…선발주자,선점효과 유지 총력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09.12.07 10:18:24

   
   
[프라임경제] 서브 프라임 모기지 여파가 일단 급한 불을 끄면서 국내 카드업계가 기지개를 켜고 있다.

우리 경제는 선진국보다 빠른 회복세를 보이면서, GDP 성장률 등에서 예상보다 우수한 성적을 거두고 있다. 가계 대출이 악화될 것이라는 등 거시경제 면에서 여러 우려도 존재하지만, 국내 실물 경기가 점차 회복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신용카드 연체율은 지난 2003년 카드대란 이후 최저 수준이다.

◆연체율 인하, 리스크 관리 정책 효과

당국에 따르면 비씨· 신한· 삼성· 현대· 롯데카드 등 5개 전업카드사의 9월말 고객 연체율이 전분기인 6월말 보다 0.5% 포인트 하락한 2.6%까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전업카드사 연체율은 작년 9월말 3.3%, 12월말 3.4%, 올해 3월말 3.6% 등 꾸준한 상승세를 보여 왔다. 그러나 최근 2개 분기 동안 하락한 것. 우리카드 등 은행계 카드들 역시 비슷한 하락 패턴을 보이고 있으며 9월말 연체율은 1.9%로 조사됐다.

이처럼 신용카드 연체율이 2분기 연속 하락한 것은 카드사들이 채권관리를 강화하는 등 리스크 관리에 매진한 때문으로 보인다.

◆카드사, 압박 요인도 늘어

하지만 카드업계가 웃을 수만 있는 상황은 아니다.

연체율 인하 등 사정이 나아지면서 현금서비스 금리 인하 압력 등 주문도 늘고 있고 카드 세금 납부 등에서 일부 손실 감수에 대한 주문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그간의 부실을 털어냈으니 현금서비스나 카드론 서비스에 대한 수수료를 낮추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카드업계는 카드대란 후 손실보전 성격으로 연 4% 수준의 현금서비스 취급 수수료율을 만들어 유지해 왔는데 이에 비난이 집중된 것.

최근 카드업계는 현금서비스와 카드론 수수료 인하를 선언하고 나섰다. 이 수수료율을 2% 인하했을 때 카드업계가 입을 영업이익 감소폭은 100억원 내외가 된다는 분석이다.

현금서비스와 카드론 수수료 수익이 줄어도 각사들은 이를 충분히 감수할 수 있는 체력이 된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하지만 이 부문이 전체 수익 비중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지 않았던 만큼 각사들이 이를 보전하기 위한 다른 파이를 찾으러 나설 것이 예고되고 있다. 그간 현금서비스와 카드론이 전체 영업수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롯데카드 25.41%, 신한카드 21.61%, 현대카드 13.37%, 삼성카드 12.92% 등 만만찮았다.

여기에 카드로 세금을 납부하는 폭을 확대하는 안이 추진되는 과정도 카드업계에 유리하지만은 않다.

지방세의 경우에는 납세자가 신용카드 결제에 따른 수수료 부담을 물지 않고도 납부가 가능하다. 이 경우 수수료는 지방자치단체가 무는 게 원칙.

하지만 지자체가 가맹점이 되어 카드수수료를 부담하는 가맹점 방식 대신, 카드업계가 지자체에 대한 가맹점수수료를 면제해 주는 대신 카드사가 카드결제일로부터 일정기간 동안 징수한 지방세를 운영할 수 있게 해 기한 이익을 볼 수 있도록 하는 신용공여방식이 선호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간단히 요약하면, 일정기간 동안 지방세를 받은 액수를 '펀드'처럼 운영해서 수익을 내고 이것으로 수수료를 알아서 충당하라는 것. 현재 서울시 등이 이 방식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이처럼 당국 등 각계의 압박으로 수익 여분이 줄어드는 상황은 카드업계로 하여금 경쟁 본격화로 달려갈 수 밖에 없는 구조를 만든다는 것. 더욱이 경기 회복 등의 조짐은 그간 움츠려 왔던 카드업계가 기지개를 켤 가능성을 높이고 있어 여러모로 내년도 카드업계는 사활을 건 시장 쟁탈전이 불가피하다.

◆체력좋은 업체들, 고객 끌어당기기 출혈 경쟁 예상

이에 따라 체력이 좋은 업체들을 중심으로 고객 쟁탈전을 본격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대표적인 케이스로는 업계 수위를 차지하고 있는 신한카드와, 세계적인 금융그룹을 배경으로 삼고 있는 씨티은행이다.

특히 이들의 공격은 단순히 카드 대 카드의 경쟁뿐만 아니라 카드를 통한 계열사(은행) 시너지 효과 창출 등 이전에 보기 어렵던 패턴으로 발전하고 있다. 이른바 '자본시장통합법 시대'에 걸맞은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우선 신한카드의 공세가 거세다.

신한카드는 에스모어 카드를 출시했는데, 현재 추세라면 연내 5만장 이상 발급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이 카드의 포인트 혜택을 뜯어보면, 일단 포인트가 통장으로 옮겨가는 순간 사실상 현금으로 바뀐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편의성을 극대화하고 있다. 이는 현금 지급을 통한 고객 유인 행위로 해석된다.

더구나 결제계좌가 타은행 계좌일 때와, 신한은행 계좌일 때 포인트 적용 폭이 다르다. 신한은행 계좌를 쓰면 포인트에다 연 4%의 이자까지 붙여주나 타은행 계좌를 지정해 놓으면 3% 가량 혜택 차이가 난다. 결국 에스모어 카드의 모든 혜택을 다 누리려면 결제계좌를 신한은행으로 지정해야 한다. 현재 신한카드 고객 중 약 30% 만이 신한은행을 결제계좌로 연결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결국 기존 카드 고객들이 모두 에스모어 카드로 이동한다고 가정하면, 이 70% 고객들이 은행 결제계좌를 신한은행으로 새롭게 열 가능성도 있다.

특히, 신한은행은 현재 신한지주 내에서 순이익 창출 비중이 점점 떨어지고 있어 증권과 카드 등 비은행권이 노력해 지주를 끌고 나가고 있다. 이런 터에 신한은행에 시너지 효과라는 이름 하에 신한카드 등 유능한 효자회사들이 차출된 것으로도 이해할 여지가 있다.

   
  <사진=한국씨티은행은 최근 고객 불만을 수용한 리워드 카드 제품을 내놔 업계에서의 비중 확대를 모색하는 게 아니냐는 분석을 낳고 있다.>  

한편, 한국씨티은행은 지난달 30일, 씨티 리워드 카드의 출시를 발표하였다.  

한국씨티은행에 따르면, 씨티 리워드 카드로 고객은 인기 있는 특정 가맹점에서 최대 20%까지 특별적립과 함께, 적립제한 없이 기본 적립에 대한 포인트를 적립할 수 있다. 또 다른 특별한 혜택으로, 적립된 씨티 포인트의 유효기간이 없어 고객이 원할 때에 언제든 포인트를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한국씨티은행의 설명이다.

사실상 고객들이 많은 불만을 내세워 온 포인트 사용 불편, 소멸 시효가 짧다는 점, 최근의 포인트 축소 경향 등에 대해 한국씨티은행이 당장의 손실을 감수하고라도 소멸 불가라는 유인 카드를 꺼내든 셈이다. 당장의 손실보다는 시장 개척이라는 효과가 더 큰 것으로 손익계산을 마치자 과감하게 치고 나가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더 나아가 국내 고객에게 30개 이상 국가의 2300개 주요 식당, 860개 백화점, 240개 관광명소 및 300개 이상의 스파 시설에서의 우대 혜택, 할인 및 서비스를 제공하는 해외가맹점 우대혜택(Citibank World Privilege) 프로그램 등이 제공되는 등, 국제적 금융그룹의 백그라운드를 십분 활용한 점도 눈에 띈다. VIP급이 아닌 일반 고객을 상대로 하는 카드 상품 중에선 파격적인 서비스를 최대한 많이 넣은 것으로도 읽힌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이 제품은 연회비 1만원짜리 카드로 타사의 플래티넘 급 등과 비교하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요약, 씨티측이 이 제품을 통한 시너지 효과 창출을 위해 이윤을 최대한 줄일 가능성을 시사했다.

◆2등 마케팅 등 논란도 불붙어 "내년 치열한 경쟁 미리 예고"

   
  <사진=하나카드는 최근 분사를 단행했으며, 내년까지는 SKT의 지분 참여가 매듭지어질 것이라는 전망을 낳고 있어 카드 2010 지각변동의 중심이 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현대카드는 사실상 업계 3위 수준인 상황에서 '어느 새 2등'을 캐치프레이즈로 내건 마케팅에 불을 당겼다가 경쟁업체들로부터 항의를 받기도 하는 등 벌써부터 신경전 국면이 펼쳐지고 있다.

하나카드가 지지부진했던 SK텔레콤과의 협상을 끝낼 가능성도 내년도 카드 대전의 신호탄에 앞당겨 불을 붙일 요인으로 꼽힌다.

최근 일부 애널리스트 등을 중심으로, 하나카드와 제휴와 관련 하나금융지주와 SK텔레콤과의 지분 협상이 마무리 단계라는 분석도 제시된다. 일례로, 유진투자증권은 올해 안은 어렵겠지만, 2010년 초에 제휴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을 밝힌 바 있다.

지난 번 협상 때 하나금융지주가 'SK텔레콤에 지분 49%, 최대 5000억원선에 매각'이라는 안을 받지 않고 버티기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략이 어느 정도 수용되는 분위기로 결론난다면, 하나금융지주가 당초 꿈꿨던 8500억원 선까지는 어려워도 상당한 선에서 SK그룹이 더 출혈을 하도록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

이렇게 SK측이 더 내놓을 '5000억 플러스 알파'에서 알파값은 그만큼 하나카드의 탄탄한 저변이 되고, 이것이 카드대란에서의 과당경쟁을 이겨낼 밑천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뒤따른다.

이렇게 카드시장 내 점유율 상위권 그룹과 신규분사 업체 등이 각자 점유율 키우기에 매진하고 있는 가운데, 내년 카드업계의 지형도가 어떻게 바뀔지 주목된다. 일각에서는 당국이 카드업계의 수수료 인하 등 압박을 통한 소비자 이익 환수에만 시선을 둘 게 아니라 지난번 카드대란 같은 과당경쟁 문제를 미연에 방지하는 밑그림 그리기에 빨리 착수해야 할 때라는 지적도 내놓고 있다.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  
  •    
맨 위로

ⓒ 프라임경제(http://www.newsprime.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