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가장 선진적인 구조 혹은 가장 방만하고 상외이사만을 위한 천국?
KB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가 3일 차기 지주 회장으로 강정원 현 국민은행장을 만장일치로 이사회로 추천하면서, KB금융의 사외이사제가 눈길을 끌고 있다. 그룹 운영상 중요한 정책은 물론 회장 선임 등 중요한 정책을 결정할 때 사외이사의 영향력이 막강하다는 점이 이번에 새삼 부각된 것이다.
◆KB회추위, 회장을 만드는 사외이사의 힘
실제 이번 회장 후보를 선임하는 기구인 KB금융 회추위는 모두 9명의 사외이사로만 이뤄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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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외이사를 추천하는 기구인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사외이사 9명으로 이뤄진다. 사외이사가 사외이사를 뽑고, 그렇게 뽑힌 사외이사가 그룹 회장까지 좌우하는 막강한 힘을 허락받는 셈이다.
더욱이 3일 회추위 추천에 이어 진행되는 4일 이사회 승인 과정 역시 이사회 현 구성원 12명 중 9명이 사외이사인 터라, 새삼 뒤집힐 가능성이 적다. 이제 사외이사들의 간택을 받은 강 행장(지주회장 후보)은 주주총회만 순조롭게 넘기면 된다. 일각에서는 국민연금 등 대주주의 까탈을 우려하나 이 가능성이 적다는 반론이 나온다.
사외이사가 이렇게 막강한 권한을 갖는 경우는 국내 금융기관 중에 유례를 찾기 어렵다.
하나금융지주는 경영진인 김승유 회장과 이사회 의장이 겸임되는 구조이고, 신한지주 역시 라응찬 회장의 역할 모델이 경영-이사회 의장 겸임제로 돼 있다.
그러나 KB금융은 회장(황영기 전 회장이었으나 현재 공석)과 이사회 의장(현재 조담 전남대 교수)이 별도로 돼 있고, 여기에 지주 내 80% 이상의 몫을 차지하는 국민은행의 행장이 지주 회장과 따로 떨어져 서로 견제까지 해 왔다.
자연 사외이사의 권한이 제도적으로나 실질적으로나 세질 수 밖에 없는 구조였다는 이야기다.
보통 금융지주 사외이사의 임기는 1년이나, KB금융의 사외이사는 상근이사와 마찬가지인 3년을 누리고 있다.
물론, 사외이사가 힘이 있는 것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신한지주나 하나금융지주보다 낫다는 평가도 나온다. 하지만, 현재의 KB금융 사외이사 시스템은 교과서상 모델을 벗어났기 때문에 우려할 대목 역시 없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회추위 성적표, 강 행장이 공 들인 보람 있었다?
회추위 인터뷰를 앞둔 시점에서 돌연 후보직 사퇴를 선언한 김병기 전 삼성경제연구소 사장과 이철휘 자산관리공사 사장은 현재의 KB금융 구조에 반발, 이같은 결정을 한 것으로 종합되고 있다.
회추위 구성원인 사외이사들과 강 행장(지주회장 후보) 사이의 불가근 불가원 원칙이 깨졌다는 것이다.
우선 강 행장이 2004년 11월에 국민은행 행장직에 취임한 뒤 5년간 집권해 온 점은 눈여겨 볼 대목이다.
물론, 그 사이에 강 행장은 바로 그 사외이사들에 의해 첫 지주회장을 눈 앞에서 놓치는 성적표를 받아들기도 했다. 하지만, 강 행장의 경우 '혜성같은 황영기 신드롬'의 뒤에 와신상담, 영향력 강화를 위해 노력해 왔다는 평가가 많다.
우선 연초에 임기가 만료된 '친강' 변보경 사외이사가 임기 연장(3년이 아닌 1년으로 임기가 줄었지만)으로 연임됐지만 '친황'으로 분류되던 정기영 전 사외이사는 자리에서 떠난 점이 대표적 사례다.
특히 현재 구성원을 보면 황영기 vs. 강정원의 지난 번 대결 국면에서 친강 구도를 형성했던 이들이 굳건히 다수 자리를 지키고 중심을 잡아줬고 여기에 대세론까지 겹쳐 이번 만장일치 상황이 이뤄졌다고 볼 수 있다.
◆너무 티나는 편들기? 금융당국 눈 밖에 날라
예를 들어 변 사외이사의 경우 좋은기업지배연구소가 '이해상충'을 거론하면서 반대 의견을 개진했으나 결국 '1년만 더'라는 절충안으로 봉합됐다. 오비이락이겠으나, 결국 이처럼 살아남은 인사가 이번 국면에서처럼 절묘하게 한 표를 보탤 여지가 열린 셈이다.
이렇게 경영진과 사외이사의 유착 가능성이 제기돼 오던 터에 여러 가지로 말이 많던 KB 사외이사 제도는 이번 강 행장의 회장후보 추천으로 인해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떠오를 가능성이 농후하게 점쳐지고 있다.
최근 금융연구원은 우리 나라 금융지주의 이사회와 경영진 분리안에 대한 논의를 촉발시켜 눈길을 끌었다. 여기서 발표된 내용은 사실상 금융연구원만의 아이디어가 아니라 금융위원회의 배경이 작용했다는 평가가 나돌았다.
우선 신한지주나 하나금융지주 등은 당장 이사회 의장과 지주 회장(경영진)을 분리해야 할 가능성으로 이 문제에 시선을 주지 않을 수 없었으나, 막상 내용을 보면 KB금융 역시 칼날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사외이사를 이사회 의장으로 두고 있기는 하지만, 사외이사 전반에 대해 명부제를 시행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한국판 터너 보고서'까지 나오면서 금융 당국이 사외이사의 임기와 권한을 보장하되 대신 반대급부로 전문성 강화를 해야 한다는 잣대를 다른 금융지주에 이어 KB에도 들이댈 수 있는 것이다. 현재 사외이사들은 법조(전 서울고등법원 판사), 증권(전 서울증권 대표이사), 관련학계(한국회계학회 회장 역임) 등의 구성을 기록하고 있어 문제가 없지만, 역시나 이해 상충 등을 문제로 삼는 경우 등 방안을 찾으면 어떻게든 꼬투리를 잡을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결국, 이번 KB금융 회추위는 내년으로 예상되는 M&A 대전을 위해 공회전을 할 수 없다는 대의로 인해 강 행장의 추천을 택했지만, 이로 인해 논란의 중심에 서는 결과를 피할 수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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