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2010년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에서 현직 오세훈 서울특별시장에 맞설 민주당 대항마가 누가 될지 호기심을 자아내는 가운데, 이계안 전 의원이 출사표를 던져 눈길을 끌고 있다.
이 전 의원의 경우 특히 오 시장은 물론 전임자인 이명박 대통령과도 공통점을 갖고 있어 눈길을 끈다.
◆빈손으로 출발, CEO까지 오른 입지전 이력
이 전 의원은 현대자동차에서 사장까지 지낸 경영인 출신이다. 서울대 상대를 졸업하고 샐러리맨으로 출발해 성공 가도를 달려 기업인의 꿈인 CEO가 됐다. 이 전 의원이 국회의원으로 일하고 있던 대선 무렵에는 유사한 이력의 이 대통령(현대건설 CEO 출신)과 연관돼 회자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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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가사분담을 하고 있는 이계안 전 의원(제공: 이계안 전 의원)> |
전임 시장인 이 대통령의 가난은 '설화적'이라고까지 할 정도이고, 현직 시장인 오 시장 역시 평범한 직장인 아버지 아래서 자랐으나 생활이 여유롭지 않았다. 이 전 의원의 경우는 진보계 정치인인 아버지 덕에 가난하게 산 케이스다.
하지만 이 전 의원은 아버지의 빈 자리를 대신한 할아버지의 영향을 많이 받으면서 자수성가의 밑천인 성실함이 몸에 뱄다. 이렇게 가족이 성공의 절대적 역할을 하는 것은 "항상 정직하게 살라"고 주문했던 어머니의 교훈을 늘 되새기고 있다는 이 대통령이나 가난하지만 자식들 한문 숙제 검사를 손수 해주던 아버지 슬하에서 자란 오 시장에게서 공통점으로 찾아볼 수 있는 부분이다.
◆당내에서는 아웃사이더?
이 전 의원이 CEO로의 이력 끝에 정치계에 투신할 때 한나라당이 아닌 구 열린우리당을 택한 데 대해 뒷말이 없지 않았다. 당시 우리당에 몸담던 정치인 중에는 이 전 의원 같은 배경을 가진 이가 드물었던 것.
이 전 의원은 실제로 당내 활동에 있어서도 자기 당의 주류와 담을 쌓았다. 이 전 의원은 '안정적 개혁 모임'에 속해 있었다. 스펙트럼이 넓은 우리당에서도 가장 우측에 속하고, 정통적인 친노 인사들에 비하면 온건파로 분류되는 계열이었다.
이 계열에 속하는 정치인답게 이 전 의원은 종합부동산세 도입 문제 등에서 당 주류와 반대 노선을 피력하기도 하는 등 파열음을 종종 냈다.
이는 이 대통령이 한나라당에서 정치 이력을 시작하고 대통령 후보로 뽑히는 동안에도 내내 언론들에 비주류 인식을 표명해 온 것과 유사한 대목이다. 오 시장 역시 '강효리' 강금실 전 법무부장관의 열풍을 잠재우기 위해 어느 날 갑자기 유력한 시장 후보이던 홍준표 의원 등을 몰아내고 전략공천식으로 등장했다. 하지만 오 시장은 이후에도 당내 뿌리가 약하다는 점이 늘 언급됐고, 특히 18대 총선 과정에서 뉴타운 공약 논란에 대해 입장 표명을 모호하게 했다는 이유로 서울지역 한나라당 당선자들로부터 많은 원성을 듣기도 했다.
◆의원직 포기 후 새 정치 여정 '선출직' 도전
이 전 의원의 경우 범민주계열의 제 3지대 연합론 와중에서 차기 총선 불출마 선언을 하면서 여의도를 떠났다.
이는 이 대통령이 선거법 위반 문제로 결과론적으로는 의원직을 잃고 미국으로 표표히 떠나 재기를 모색하였던 것과 유사한 이력이다. 오 시장 역시 '오세훈 선거법' 등 치적을 쌓았지만, 당내 5공 및 6공 세력과의 단절을 요구하고 나섰다가 불출마 선언을 한 점과 유사하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이때 대선 주자로서의 플랜을 그릴 수 있는 시간을 갖다가 이후 선출직인 서울시장에 도전했고, 이후 청계천 시장으로 거듭나면서 대중적 인기를 얻었다. 오 시장 역시 야인 시절을 갖다 '(방송 이력을 앞세운) 얼굴 마담격 차출 아니냐'라는 식의 일부 비판에도 불구, 일단 시장에 당선된 후에는 '한강 르네상스', '부정 공무원 아웃제', '무능 공무원 퇴출' 등 여러 의욕적 행보로 눈길을 끌었다.
이 전 의원이 만약에 이 대통령, 오 시장에 이어 시장직에 당선되는 경우 이러한 맥을 잇는 3대 정치인 시장이 되는 셈이다.
◆당내 입지 문제 딛고 후보되는 게 숙제
하지만 이 전 의원에게도 고민이 없을 수 없다. 바로 민주당 내에서의 인지도 문제, 즉 과연 후보 공천이 될 것이냐는 문제다.
특히, 오 시장 대항마로서는 몰라도, 진보신당이 내세울 것으로 알려진 노회찬 전 의원이나, 경우에 따라서는 국민참여당 후보로 언급되는 유시민 전 보건부장관 등이 갖는 '선명성'이 버거울 수 있다는 점도 과제다.
이 전 의원의 경우 당적은 갖고 있지만, 한때 언론에 "구 열린우리당이 없어진 건 슬프지만 구 대통합민주신당(이 당이 구 민주당과 합쳐져 현재 민주당이 된 것)에 입당했던 것은 부끄럽다"는 발언을 하는 등 현재 민주당의 깃발을 들고 시장 후보로 나서는 데 문제가 될 부분도 있다. 특히 이런 부분은 국민참여당은 물론 당내에 남아 있는 친노 계열 등에겐 분명한 공격 대상이 될 전망이다.
아울러, 내년 지자체장 선거가 고 노무현 대통령은 물론, 고 김대중 전 대통령 1주기에 즈음해 치러지는 점은 오 시장 등 한나라당 계열 후보들에게만 걸림돌이 되는 게 아니라 이 전 의원이 공천권을 주장하는 데에도 큰 도움이 안 될 전망이다. 민주 세력 통합이라는 코드를 대표할 인사로 적합성을 내세우기엔 그의 정치 이력이 길지 않다는 것.
아울러, CEO형 정치인이 고전하는 민주당 특유의 정서도 과제가 될 전망이다. 정세균 당대표 정도가 CEO 출신으로(쌍용그룹 출신) 꼽히고 있지만 정 대표가 위기 관리 능력과 반MB 정서를 정치력으로 승화시키는 문제 등에서 여러 문제점을 노정했기 때문에 이 이미지를 이 전 의원이 뒤집어 쓸 가능성도 있다. 이 전 의원이 정동영 대선후보와 문국현 진영의 대선주자 단일화과정에서 막후 역할을 했다는 등 '정치력'과 '수완'을 발휘한 점을 기억하는 이는 많지 않기 때문이다.
이 전 의원이 여러 문제점을 딛고 이 대통령이나 오 시장의 뒤를 잇는 자수성가형 외톨이 출신 서울시장이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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