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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도 '계열사 몰아주기' 전방위 확산

자산운용·보험 몰아주기 古典 이어 신한카드 새 지평 열어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09.12.01 10:35:55

[프라임경제] '할푼리' 단위까지 꼼꼼히 챙기면서 최상의 이익을 냉정하게 찾아낼 것 같은 이미지의 금융업. 하지만 이런 금융 시장에도 공정거래와는 거리가 먼 몰아주기 등 재벌식 논리가 사라지지 않고 있다.

특히 이른바 재벌그룹 소속 금융기관들이 모기업의 보호 우산을 누리는 것이 문제가 되던 패턴도 모자라, 금융업 선진화와 규모의 경제라는 순기능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됐던 금융지주가 계열사 챙기기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이다.

◆신한지주, 카드 시장 인기상품 내세워 '은행 도와주기'

신한지주는 카드를 내세워 은행 계좌 확장에 나서고 있어 눈길을 끈다.

신한지주 산하 신한카드는 에스모어 카드와 에스모어 통장을 내놨다. 현재 속도라면 연내 5만장 돌파도 가능하다.

이 카드는 풍부한 혜택으로 높은 인기를 모으고 있다. 이 인기도는 기존 카드 포인트 제도에 대한 고객들의 불만을 예리하게 파고들었다는 아이디어 측면과 함께, 관련 상품인 은행 통장을 적절히 이용하는 컨버전스 방식 두 가지 측면에서 접근해 볼 수 있다.

   
  <사진=에스모어 카드>  
우선 에스모어 카드는 은행 통장만 만들면 신용카드 포인트를 통장에 예금해 준다. 더욱이, 이 포인트에 소멸시효를 없애 포인트는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다. 아울러, 적금이나 펀드 이체, 보험료를 납부할 때 포인트를 쓸 수 있어 금융시장의 통합화에 대비한 시대 감각이 있는 상품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여기에는 문제가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우선, 포인트 혜택을 뜯어보면, 결국 일단 포인트가 통장으로 옮겨가는 순간 현금으로 둔갑하는 것이다. 이는 현금 지급을 통한 고객 유인 행위로 해석되는데, 상도의상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더구나 결제계좌가 타은행 계좌일 때와, 신한은행 계좌일 때 포인트 적용 폭이 다르다. 신한은행 계좌를 쓰면 포인트에다 연 4%의 이자까지 붙여주나 타은행 계좌를 지정해 놓으면 3% 가량 혜택 차이가 난다.

결국 에스모어 카드의 모든 혜택을 다 누리려면 결제계좌를 신한은행으로 지정해야 한다. 현재 신한카드 고객 중 약 30% 만이 신한은행을 결제계좌로 연결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결국 기존 카드 고객들이 모두 에스모어 카드로 이동한다고 가정하면, 이 70% 고객들이 은행 결제계좌를 신한은행으로 새롭게 열 가능성도 있다는 계산도 가능하다.

이는 공정거래법상 계열사 부당지원과 논리 구조가 유사하다. 특히, 신한은행은 현재 신한지주 내에서 순이익 창출 비중이 점점 떨어지고 있는 구조다. 증권과 카드 등 비은행권이 노력해 지주를 끌고 나가는 상황. 이런 터에 신한은행에 시너지 효과라는 미명 하에 신한카드 등 유능한 효자회사들이 차출된 것으로도 이해할 여지가 있다.

◆하나금융 등 지주사, 자산운용사 몰아주기도 심각

이번 국정감사에서 금융지주사 산하 자산운용사 몰아주기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민주당 신학용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아 이번 국정감사에서 지적한 바에 따르면, 6월 말 현재 은행계 자산운용사가 계열사를 통해 펀드를 판매한 비중은 잔액 기준으로 79%, 계좌 수 기준 90.3%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은행계 자산운용사의 계열사 판매 비중보다 세 배 가까이 많아 금융지주사가 몰아주기를 위해 탄생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적립식 펀드 신규 판매에서 은행을 계열사로 가지고 있는 자산운용사는 계열사 판매가 전체 잔액의 91.9%까지 이른다.

특히 하나UBS자산운용은 하나은행과 하나대투증권에서 판매한 적립식 펀드 규모가 판매잔액의 98.3%, 계좌 수로는 97.8%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하나금융지주는 하나UBS자산운용 몰아주기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이렇게 몰아주기를 해도 경쟁력이 별반 확연히 두드러지지 않는다는 데 있다. 해석에 따라서는 경쟁력 없는 업체를 지주사 산하 기관들이 똘똘 뭉쳐 부양하는 것으로까지 볼 여지도 있다. 하나UBS자산운용은 정체 혹은 뒷걸음 우려를 낳고 있다.

지난 2008년 가을 기준, 하나UBS자산운용은 순자산이나 설정잔액면에서 은행계열(은행을 갖고 있는 지주사 소속) 자산운용사 중에서는 단연  앞서나가는 위치를 고수하고 있었다.

당시 자산운용협회 등 업계 자료를 참고하면 은행계 자산운용사 중에서 설정잔액(수탁고라고도 함) 9월초 기준 하나UBS자산운용이 약 19조원으로 1위를 달리고 있었다. 그 뒤를 KB자산운용(18조원대)과 신한BNP파리바운용(16조원대)이 그 뒤를 기록했다.

운용성과를 더한 순자산총액(NAV)은 전체 펀드를 기준으로 하나UBS자산운용(약 19조원), KB자산운용(약 17조7000억원), 신한BNP운용(약 14조3000억원), 우리CS자산운용(약 14조원) 순이었다.

하지만 금년 들어 이런 아성에 금이 가는 현상이 목격되고 있다. 순자산 300억 이상의 펀드 중(2일 기준) 1년 수익률에서 가장 많은 수익률을 낸 회사를 보면(마찬가지로 은행계 자산운용을 대비) KB자산운용 49.95%, 신한BNPP자산운용 46.73%, 하나UBS자산운용 43.83% 등의 순으로 상위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CS와 결별하고 외국계 흔적을 지운 우리자산운용이 42.46%로 바짝 하나UBS자산운용을 따라잡을 태세인 점은 지난 해 여러 모로 큰 차이를 보인 두 회사간에 이제 막상막하 게임이 벌어질 여지가 있다는 전망마저 낳게 한다.  

◆재벌사 기업 보험 부당지원 논란은 해묵은 과제

 

최근 몇년 새 새롭게 금융업에서 키워드로 떠오른 금융지주사들도 벌써부터 행보가 이런 상황에, 재벌 기업 산하 금융기관에 대한 모기업의 끈끈한 애정 과시는 이미 '고전'에 가깝게 재생산되고 있다.

2007년에 이미 삼성 등 재벌그룹이 계열 손해보험사에 기업보험의 92%를 몰아주는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당시 대통합민주신당 김영주 의원은 "2003∼2006년 10개 재벌그룹이 전체 기업보험 2조8000억원의 92%인 2조6000억원을 계열 또는 관계 손보사에 몰아줬다"고 밝혔다. 기업보험은 화재보험, 기계·장비 책임보험, 수출관련 보험 등으로 '파이'의 크기가 커 경쟁이 심할 수 밖에 없는데 이를 특정사에 몰아줬다면 그만큼 폐해가 심각할 수 밖에 없다.

김 전 의원이 당시 공개한 바에 따르면 2007년 국감 자료 기준으로 삼성그룹이 계열사인 삼성화재에 몰아준 전체 기업보험의 비율은 97%에 이른다. 현대차그룹·현대그룹·LG그룹 등도 관계 손보사인 현대해상과 LIG 등에 전체 기업보험의 최고 99%까지 몰아주고 있다.

김 전 의원은 당시 "보험물량 몰아주기는 손보사간 경쟁력 향상을 저해시켜 손보시장 발전에도 걸림돌이 된다"면서 "부당지원행위로 간주, 직권조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국감장에서 매섭게 관계 기관을 질타했다.

아울러 일부에서는 김 전 의원의 주장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이 몰아주기 논란을 경쟁을 배제한 계열사간 부당내부거래는 물론, 해당 기업과 주주에게 형사상 배임을 지은 것으로도 주장하기도 한다. 삼성그룹의 부당한 상속 추진을 주주에 대한 배임으로 봐 결국 '이건희 낙마'를 일으킨 법학교수단 배임죄 고소 사건의 2라운드가 삼성그룹의 보험사 부당 지원으로 반복될 여지도 있는 셈이다.

◆공정위 등은 아는 듯 모르는 듯 '예의주시'만

그렇다고 금융업에서 일어나는 이같은 행태에 대해 당국이 파악을 못 하는 바 아니다.

우선 일례로 공정거래위원회는 보험사 몰아주기 논란에 대한 '예비조사'에 착수한 바 있다. 이때는 2008년으로 우리 나라에 공정거래법 등 독점규제 논리를 처음 수입, 뿌리를 내리게 한 1세대 학자 권오승 박사가 공정거래위원장을 역임할 때다. 

그러나 당시 크게 두드러지게 성과가 나타나지 않았고, 해가 바뀐 다음에 이달 들어 정호열 공정거래위원장이 다시 이 문제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공정위는 2003년부터 2006년까지 10개 대규모그룹 소속 기업보험 28000억원의 92%인 2조6000억원에 해당하는 물량을 계열 또는 관계 손보사와 계약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는 것.

요약하면, 예의주시 필요를 당국도 느끼고 있고,  지속적으로 모니터링도 하고 있지만, 국정감사에서 관련 부처 자료를 인용, 국회의원들이 경각심을 높이고 이때만 지나가면 다시 세간의 관심이 분산되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고 정리할 수 있다.

결국 이렇게 신한 에스모어 카드, 하나UBS자산운용, 삼성그룹의 손보 몰아주기 등 각종 논란의 공통점은 금융업의 특수성이라는 문제 때문에 공정거래의 기본 법리 메스를 대는 데 기관들이 어려움을 느끼고 있는 것에 있다. 다행히 최근 공정위는 관련기관에서 '행정지도'를 받은 경우에 이르기까지 공정거래법 논리를 엄격히 적용하겠다는 입장을 보여(소주 담합 논란에 대한 국세청과 공정위간 힘겨루기 양상 등) 이런 문제점에 대한 태도 변화 가능성이 있다. 당국의 금융권 몰아주기 관행에 대한 공세가 조만간 진행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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