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금융지주 CEO의 자사주 매입 조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지난해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저평가 논란이 많았던 데다, '두바이 쇼크' 등 세계 경제 재하강에 대한 우려 또한 높아지고 있는 민감한 시기이기 때문이다.
◆이팔성 회장 자사주 매입 '주요카드 활용'
'두바이 쇼크' 여파로 한창 술렁이던 27일 저녁, 우리금융지주는 공시를 통해 이팔성 회장이 자사주를 매입했다는 소식을 공개했다.
두바이 관련 위험채권이 가장 많은 편으로 알려지면서, 27일 우리금융지주 주가는 11.63%나 떨어졌고, 이 회장은 회사의 건재를 과시하기 위해 4000주를 매수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행히 유럽계 금융기관들의 연쇄 붕괴 우려가 일단 잦아들고 세계 경제에 미치는 파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낙관론이 제기되면서 주말을 넘긴 30일 오후 1시 현재 우리금융지주는 전장대비 9%대 회복세를 보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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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우리금융 이팔성 회장은 한빛증권 사장 등을 거쳐 증시에도 감각이 있는 인사로 꼽힌다.> |
이번 뿐만 아니라 이 회장은 지난해 세계 금융위기가 터진 이후 여섯 차례나 자사주를 매입했다.
이 회장이 이렇게 자사주 매입을 적극적 카드로 활용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은, 우리금융지주의 경영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점을 과시하는 제스처가 필요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우리금융지주는 매번 예금보험공사와의 MOU 이행 문제로 외부의 우려를 샀고, 은행자본확충 펀드 문제로 공적 자금을 두번 받는다는 지적을 받는 등 비판론에 시달리기도 했다.
이 회장으로서는 주가도 조만간 회복될 것이라는 자신감을 대내외에 알리기 위해 자사주 매입을 적극 활용한 것.
◆자사주 매입으로 주가 하락 맞선 라응찬·김승유 회장
신한금융지주 라응찬 회장과 하나금융지주 김승유 회장 역시 주가 하락이 지나치다는 판단이 들자 몸소 자사주를 매입한 케이스다.
라 회장은 지난해 11월 5만원대를 기록하던 주가가 3만원대로 급락하자 8억원의 사재를 들여 자사주 매입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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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자사주 매입으로 금융위기 시 주가부양에 나섰던 신한금융지주 라응찬 회장> |
하나금융지주 김승유 회장 역시 지난해 10월과 11월 각각 5000주와 1000주 등 총 6000주를 매입했다.
이 당시 하나금융지주는 키코 문제와 각종 금융위기 여파로 파생상품을 담당하던 임원들이 줄사표를 내는 등 혼란기였다. 하지만 김 회장은 위기 극복의 의지를 불태우면서 한편으로는 자사주를 사들여 시장을 안심시키려 노력했다.
김 회장은 최근 이 위기 당시를 회상하면서 "머리카락이 많이 빠졌다"고 소회를 밝혀 마음 고생이 심했음을 에둘러 표현하기도 했다.
최근 신한금융지주는 실적이 고공행진을 하고 있고, 하나금융지주 역시 적자 전환의 상처를 딛고 각종 은행권 M&A의 주체로 언급되고 있다. 당시 CEO들의 자사주 매입 조치와 이것이 의미하는 '경영진의 책임 경영 의지'도 일종의 밑거름이 되었을 수 있다는 풀이다.
◆KB금융·국민은행은 자사주 안 좋은 기억도
하지만 CEO의 자사주 매입(혹은 유사사례)이 꼭 좋은 결과만을 가져다 주는 것은 아니다.
우선 KB금융의 경우, 지금은 자리에서 물러난 황영기 전 회장이 국민은행 주식(지주 전환 전이었음)을 사들인 적이 있다.
지난해, KB금융지주 황 전 회장과 김중회 사장은 각기 회장 내정자와 사장 내정자이던 때 지주사 전환을 앞두고 있는 국민은행 주식을 사들였다. 당시 금액은 각각 국민은행 주식 1억원치와 5000만원어치다.
이는 당시 국민은행 주가가 저평가 국면이었고 이후 지주사 전환시 추가상승할 수 있는 여력이 충분하기 때문이라는 판단이 형성됐기 때문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시장 일각에서는 당시 낙하산 부임 논란을 의식한 황 전 회장이 일종의 제스처로 이같은 행보를 보인 것으로도 해석했다.
하지만 황영기·김중회 콤비는 지주 전환 1주년을 갓 넘긴 지금 황 전 회장의 파생상품 투자 손실 중징계 문제로 차기 회장 선출을 앞두고 있는 무상함을 보여주고 있다.
한편, 지금 KB금융 회장 대행을 맡고 있으며, 차기 회장감으로 유력하게 언급되는 국민은행 강정원 행장은 자사주 매입 등에 크게 활발한 인물로 언급되는 편은 아니다.
◆잘 하면 시세차익 등 덤, 처리 잘못하면 구설수 화근
한편, 국민은행을 거친 금융인 중에 자사주 문제로 구설수에 오른 거물로는 김정태 전 행장이 있다. 2003년 9월, 김 전 행장은 자사주 매입기간 동안 스톡옵션을 처분,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주의적 경고를 받았다. 솜방망이 징계에 그쳤지만 도덕성에 치명타를 입으면서 그간 쌓은 이미지가 실추됐던 것. 아울러 그 무렵 국민은행이 금융당국의 반발에 부딪쳐 자사주 소각계획을 철회한 것도 당국이 자사주 소각에 따른 주가 상승이 경영진의 이익(스톡옵션)을 보는 것을 우려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결국 김 전 행장이 자사주와 관련된 판단에 있어 본인의 명예는 물론 회사에도 피해를 준 셈이다.
이처럼 자사주 카드는 쓰기에 따라서는 책임 경영 의지 천명 뿐만 아니라 향후 큰 수익을 가져다 주기도 한다. 하지만 하기에 따라서는 각종 잡음이나 여러 정치적 이유에 따른 제스처에 불과하다는 짠 평가를 얻을 수도 있어 양날의 칼로 인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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