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지방자치단체장 선거가 내년으로 다가온 가운데, '구청장'이 오세훈 서울시장 재선 가도에 지장을 줄 아이템으로 떠올라 눈길을 끌고 있다.
24일 민주당 김성순 의원이 서울시장 출마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혀 '오세훈 대항마'로 떠올랐다. 김 의원은 시민단체들로부터 의정활동면에서도 높은 평가를 얻고 있지만, 일선 행정 경험이 풍부한 구청장 출신이다. 여기에 이노근 노원구청장은 '오세훈식 시정'에 강한 저항을 해 체면을 깎는 등 전·현직 구청장들이 오 시장의 골칫거리로 등장하고 있다.
◆풍부한 구정 경험으로 서울시장에 '탁상공론' 공격 가능
이 구청장은 지난 3월부터 오 시장을 공격해 대규모 프로젝트 구상에 제동을 걸었다. 이 구청장은 이에 그치지 않고 맹정주 강남구청장 등 거물급 행정기관장들을 잇달아 공격하는 행보를 보였다. 이런 행보는 내년 지자체 선거 과정에서 불거질 것으로 예상된 바 있는 강남과 강북간 정서 자극 문제가 빨리 수면 위로 부상하는 상황이 됐다.
이 구청장은 3월 "서울시가 대규모 사업들을 강남권에 편중하고 있다"고 말해 논란에 불을 지폈다. "서울시가 경기활성화 대책 일환으로 강남권 중심의 대규모 프로젝트를 잇달아 집중 발표하고 있다"면서 "강북지역에도 강남권에 상응하는 대규모 공공프로젝트를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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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노근 노원구청장. 이 구청장은 오세훈식 시정에 대한 비판론을 제기하면서 강북권 정서를 대표하는 기관장으로 부각됐다.> |
이 구청장은 지난해 11월 특별성명을 내고 강남구가 수서 임대아파트 건립을 반대한 것에 대해 "강남과 강북간 부익부 빈익빈을 가속화 시키는 것"이라며 이는 "강북지역으로 임대아파트를 떠넘겨 강북의 슬럼화를 촉진시키려는 저의로 밖에 해석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런 공세는 오 시장의 시정에 대한 의구심을 제기하는 동시에 일선 자치구들에 대한 장악력 약화를 드러내는 것으로 파급력이 높을 수 밖에 없다는 풀이다. 이 구청장은 행정고시 19회 출신으로 대통령 비서실에 잠시 근무한 것을 빼면 종로구와 금천구 등 서울 일선 행정을 두루 돌면서 서울시정의 문제점을 피부로 느끼며 파악하고 있어 공격력이 특히 강할 수 밖에 없다.
김 의원의 경우도 서울시에서 행정을 배운 케이스. 김 의원은 행정고시 4회 출신으로 중구, 시청 문화관광국장 등을 거쳐 송파구청장을 4차례(관선 2회, 민선 2회) 역임했다. 서울시 공보관을 지내 시에서 낼 수 있는 웬만한 반론 대응의 룰도 꿰고 있다. 아울러 강남권에서 민주당 계열로 유일하게 기초단체장에 당선되는 자생력을 자랑할 정도로 능력과 인품을 검증받았다는 평이다.
◆매번 서울시 곤란하게 해…지역이기주의와 당내 경선이 고비
김 의원은 이번 국정감사에서 서울시 수상택시 적자 문제를 들고 나와 서울시를 곤혹스럽게 했다. 김 의원의 이같은 공세는 같은 당 이용섭 의원이 제기한 한강 르네상스의 환경 파괴 문제와 홍수 발생시 유실 가능성 등에 대한 공격과 짝을 이루면서 더욱 빛을 발했다. 전임 시장의 토목 행정을 이어받았다는 논란과 전임 시장 이상의 실적을 내놓기 위해 무리수를 둔다는 지적에서 항상 자유롭지 못한 오 시장을 괴롭히는 데 건설과 교통 부문 시정에 대해 비판 능력을 갖춘 이들 두 거물 의원이 합작을 하면서 서울시 국감이 한층 풍성해진 것.
이 구청장의 시정 공격은 오 시장의 숙적인 민주당이 강남과 강북간 격차 문제에 더욱 관심을 갖게 하는 도화선으로 작용, 민주당이 '강북 르네상스에 대한 비판'을 제기하는 등 한 차례 해프닝을 일으키는 후폭풍을 만드는 부작용도 서울시에 제공했다.
그러나 이들 '구청장 지뢰'들이 오 시장 낙마 가능성을 단정하게 할 강력한 폭발력을 지자체장 선거까지 유지할지에 대해서는 아직 확언하기 이른 면도 있다.
우선 이 구청장의 공세는 지역 이기주의가 아니냐는 세간의 우려를 사고 있다.
특히, 이 구청장은 지난해 11월 20일 "공릉동 670-5 일대 동일로 변에 210m 높이,지상 55층과 41층 2개 동의 초고층 주상복합 건축물을 건립하겠다"며 서울시를 몰아붙였는데, 이에 대해 당시 서울시는 해명자료를 내고 "지역 여건과 주변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과도한 계획"이라며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특히 2006년 6월 공릉 제1종지구단위계획 입안 당시 결정된 최고높이 기준(72m)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 시의 입장이라고 반박해, 이 구청장의 공격이 논리적 문제가 있다는 비판론에 힘을 실었다.
이후 이 구청장의 행보가 더욱 강경해진 점은, 이 구청장이 충언에서 비롯된 고언 퍼레이드 와중에 어느 정도 '우는 아이 젖주는 효과'를 부수적으로 더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후문을 낳기에 충분하다.
결국 오 시장이 일선 자치구들에 대한 애정 공세를 본격화하면 이 구청장 발언류의 공격은 상당히 잦아들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예상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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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김성순 의원(홈페이지 사진)> |
한명숙 전 국무총리, 추미애 의원, 강금실 전 법무부장관,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유 전 장관은 대통령 선거에 대한 관심도 표명한 바 있음) 등 범민주 계열 인사들이 자천 및 타천으로 거론되고 있다. 최근에는 이계안 전 의원 역시 서울시장감으로 언급된다. 결국 당내 경선과정이나 후보 단일화 문제 등에서 김 의원의 입지가 확실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배짱있는 구청장'이라는 아이템은 오 시장의 재선 가도에 '찻잔 속 태풍'으로 전락할 여지 또한 없지 않다. 하지만 오 시장의 높은 일반적 지지도에 금을 가게 할 만한 코드가 이미 해가 바뀌기 전부터 부각되고 있다는 점에서만큼은 내년도 서울시 도백을 뽑는 선거전에 활력을 더하는 요소가 분명하고 이 점만으로도 귀추가 주목된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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