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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무부남대문지점'추억 깨우는 어윤대 하마평

한국은행 차기총재 부임시 정권논리 단순답습 가능성 우려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09.11.24 10:26:03

[프라임경제] 국회에서 한국은행법 개정이 논의되고 있는 가운데, 벌써부터 내년 3월 한국은행 이성태 총재 후임에 대한 하마평이 언급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현재 논의되는 인물은 어윤대 국가브랜드위원장 등. 어 위원장은 이명박 대통령의 고려대 경영학과 동문이라는 점에서 정권 초부터 유력인사로 세인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그러나 이런 부분이 한국은행법 개정 국면에서 작게는 한국은행 조직에, 크게는 국가 경제 시스템 전반에 오히려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사진=한국은행>  

◆어윤대 위원장, 高大 총장·교육부장관직도 낙마 전력

어 위원장은 고려대 출신으로 미국 미시간대에 유학한 이래 국내 금융이론가 중에서는 인지도가 높은 편이다. 금융통화위원 및 고려대 총장을 역임하기도 했고 이때 '민족 고대·막걸리 고대' 이미지를 '글로벌 고려대'로 변화시키기도 했다. 하나은행과 서울은행 통합 과정에서는 소위 위원장으로 수고했고, 한때 은행간 통합 이후 사외이사를 지냈다. 현재도 하나금융 이현주 부사장과 미시간대 동문이라는 인연을 갖고 있다.

하지만 논문 표절 등 도덕성 문제로 총장직에서 물러났고, 이 대통령과의 친분으로 MB정권 첫 교육부장관으로 내정됐을 때에도 부인의 부동산 문제로 결국 스스로 발을 뺐다.

현재 국가브랜드위원회에서 위원장으로 와신상담하고 있는 그가 최근 다시 세인들의 입에 오르내리게 된 것은 한국은행 총재직의 임기가 내년 3월 만료되는 데다, 그가 민감한 발언을 내놓는 등 스스로 하마평에 오르내리는 것을 즐긴다는 해석도 가능한 행보를 보이고 있기 때문.

어 위원장은 10월 CBS 라디오에 출연한 자리에서 당시 이 총재가 출구전략 구사 문제로 기준금리 조정에서 실무경제부처와 엇박자를 놓는 데 대해 "국제공라든가 그런 면에서 좀 더 나아가 줬으면 좋겠다"고 사

   
  <사진=어윤대 국가브랜드위원장>  
실상 압력 발언을 해 눈길을 끈 바 있다. 이는 이 대통령이 최근 여러 자리에서 강조해 온 국제 금융위기의 공조 해결 기조에 찬동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윤증현 기재부 장관 등과 발을 맞추는 것이어서 관심 대상이 되고 있다.

◆당국 한국은행에 큰 힘 줄 생각없다? 이런 시기 총재로는 부적절 가능성 

한국은행은 특히 지금 한국은행법 개정 문제, 즉 크게 보면 독립성과 국제금융위기 해결을 위한 정책공조틀에의 진입이라는 두 가지 문제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다.

현재 한국은행법은 물가안정을 주업무로 하고 있는데 이를 고쳐 다른 나라 중앙은행들처럼 위기 해결의 '전가의 보도'로 나서 달라는 것이 일부의 주장이다. 이에 대한 반대급부로 논의되는 게 바로 금융안정 권한, 작게는 은행감독권 등이다.

다만 한국은행 내부인사 등 일각에서는 정치권 등이 법을 고쳐 권한을 줄 때에는 이를 빌미로 다른 주문을 많이 할 것이라는 예상을 하며 주저하고 있다.  

물론 가을 들어 이 총재 등의 태도가 바뀌고 있는 것은 주목할 만 하다. 한국은행법 개정안 연내 처리를 긍정적으로 본다는 입장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또 있다. 9월 25일 진동수 금융위원장은 이런 '선물'조차도 한국은행에 주지 않을 수 있다는 내심을 내비친 것이다.

진 위원장은 "금융회사에 대한 단독 조사권을 한국은행에 주느냐 마느냐 하는 것이 현 상황에서 부각돼야 할 초점도 아니고 시기도 적절하지 않다"면서 "지금은 오히려 중앙은행으로서의 한국은행이 이번 금융위기 과정에서 필요성이 커진 거시적인 감독 기능을 어떻게 더 할 지에 대한 논의가 더 있어야 한다"고 말해 당근은 주지 않고 채찍만 가하는 아이디어를 현정권 고위층들이 품고 있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진 위원장은 "10여 년 전 IMF 경제 위기 때는 한국은행이 감독권을 갖고 있었는데도 왜 위기 대응에 있어 이번보다 못 했느냐"고도 말해 한국은행의 '능력' 자체에 대해 의구심을 표하기도 했다.

즉 이렇게 한국은행이 독립성과 권한이라는 교환 게임에 임해야 하고, 물론 이런 논의가 기관간 파워게임이 아닌 바에야 논의 과정에서 어떤 게 국가 발전에 더 도움이 되는지 근본적 그림을 검토하면서 밀고 당기기가 진행되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그런데, 어 위원장처럼 친정부적인 인사가 오는 경우 그나마 완전히 기재부 등의 논리에 포섭될 가능성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한은=재부무 남대문지점' 시절로 돌아가는 이정표 세울라

이에 따라 어 위원장이 정부 당국에 가까운 발언을 하면 할 수록, '이성태 한국은행'과는 다른 형태의 운영으로 흘러갈 가능성은 높아진다고 하겠다. 과거 구 재무부가 사실상 한국은행을 주물렀던 시절로 돌아가는 반동 작용을 하기 위해 어 위원장이 남대문 한국은행에 주둔하는 결과가 될 가능성마저도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어 위원장이 과연 차기 총재로 부임할지, 이 경우 학자적 소신과 국가원로적인 판단으로 어떤 행보들을 보일지 내년 3월까지는 눈길을 끊임없이 모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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