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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브랜드위원회 '보직관리'만 하는곳?

정부홍보 등 논란 불거져…위원장·위원 딴자리'하마평'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09.11.24 08:51:28

[프라임경제] 참여정부를 '위원회 정부'로 규정짓고 정치적 공세를 펴던 한나라당이 정권을 MB정부 2기로 일컬어지는 시점이 됐다. 그러나 이번 정부 역시 각종 중앙정부부처보다 방계조직인 위원회가 눈길을 끄는 모양새가 연출되고 있다. 실세인 이재오 전 의원이 이끄는 국민권익위원회의 각종 활동이 검찰 등 사정기관을 불편하게 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국가브랜드위원회 역시 비대한 조직과 정체 불명의 활동 영역으로 눈길을 끌고 있다.

특히 국가브랜드위원회는 대통령 직속 기관으로 장관급 13명을 포함, 국가브랜드업무의 광범위성을 감안해 KOICA 총재, KOTRA 사장, 관광공사 사장 등 공공기관 3명을 포함한 다양한 분야에서 전문성과 식견, 경험을 갖춘 민간전문가 34명으로 출범해 더 관심을 모았다.

◆민관 합동 조직, 처음엔 창조적 시너지 효과 기대

아울러, 국가브랜드위원회는 사업지원단에 각 부처 파견공무원을 받아 출범 직후부터 근무를 시켰고, 삼성·현대·포스코·LG·대한항공 등 대기업의 과장급 이상  지원들까지 파견되어 '민관 합동'의 시너지 효과를 추구하는 독특한 조직을 선보였다.
 
이는 국가브랜드위원회의 업무 영역이 넓고 창조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구상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각 부처에서 추진하는 국가브랜드 관련 사업을 통합·조정하는 컨트롤타워로서 국가브랜드 제고를 위한 비전 및 중·장기 목표와 전략을 제시하는 것은 물론, 국제사회역할 제고, 글로벌 시민의식 함양, 다문화 포용·외국인 문화 이해 등도 처리해야 한다는 것이 출범 당시 목표(핵심과제)였다.

특히, MB정부가 국정홍보처를 지난 정권의 악으로 규정, 통합폐지하면서 업무 영역이 넓어질 수 밖에 없었던 것으로도 분석된다.

◆국가브랜드 제고 능력에 의문…단순 정권홍보 도구?

하지만 이렇게 방대한 조직을 갖추고 대통령직속 국가브랜드위원회가 활동을 하고 있음에도 국가브랜드 제고 효과가 좀처럼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008년 기준, 우리 나라는 국가브랜드 지수(NBI) 순위 33위에 머물고 있어 세계 13위의 경제규모에 비해 매우 취약한 상황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는 싱가포르(24위), 인도(27위), 중국(28위)보다도 밀리는 수준인 데다, 태국(34위), 터키(36위) 등과 비슷한 위치다.

이에 따라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3월 '성숙한 세계국가 실현을 위한 국가브랜드 비전과 전략' 제1차 보고회의를 받는 자리에서 "앞으로 1인당 GDP(국내총생산)가 3만달러, 4만달러가 되더라도 다른 나라로부터 존경받지 못하는 국민이나 국가가 되지 않을까"라면서 심각한 우려를 나타내 국가브랜드위원회의 어깨가 무거운 상황이다. 하지만 국가브랜드위원회는 국제적으로 많이 언급되는 NBI 대신 한국형 국가브랜드지수(Korea Brand Index, 이하 KBI)를 선보일 방침이다. 국가브랜드 성과를 정확히 측정하고, 향후 국가브랜드 관리시스템을 체계화하기 위해 삼성경제연구소(SERI)와 개발 중인 국가브랜드 현황 종합 분석 모델 개발을 연내에 완료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런 좋은 취지 이면에는, NBI 기준을 맞추기에는 여러 국내 정세 문제(언론이나 정치에 대한 항목에서 감점이 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다른 지표를 만드는 게 낫지 않겠느냐고 판단했다는 후문이 따르고 있다.

아울러 국회 국정감사 등 여러 기회에 "국가브랜드위원회는 인력 배치, 과다한 예산사용에 비해 활동이 미약하며, 기존 문화부 소관의 해외문화홍보원과 업무가 겹친다"거나 다른 기관과 협의사항을 어기고 인력을 초과로 채용했다는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다.

국회 예산심의 기회에도 민주당 조영택 의원 등 정치인들이 "국가브랜드위원회가 잘못 운영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 의원은 "(국가브랜드위원회) 운영규정을 보면 '국가브랜드 가치 제고를 위하여 중요한 정책 사항에 대한 심의'라고 되어 있는데 왜 가치제고를 위한 홍보강화를 위해 43억원이나 편성하는 등 '직접'사업을 하면 부조직법상 규정에도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민주당 변재일 의원은 '국가브랜드위원회=시민계도기관' 의혹을 제기했다.

변 의원은 "국가브랜드위원회 예산안을 보면 '글로벌 시민의식 함양'이라는 곳에 10억 원이 편성돼 있다.

   
  <사진=어윤대 국가브랜드위원장. 한국은행에 대해 관련 발언을 하고 있어 스스로 차기 총재직 하마평에 오르내릴 소지를 공급하고 있다는 평도 있다. >  
국가브랜드위가 왜 국내 시민의식까지 교육하겠다고 하나? 국가브랜드위가 무엇을 하는 데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여당인 한나라당에서도 안형환 의원이 "국가브랜드위원회에서 하는 사업들이 다른 문화부 자체 사업과 중복되고 있다. 국가이미지사업을 따로 편성해 22억을 책정했다. 그런데 문화부 자체 예산에도 한국관광이미지광고에 320억 원을 비롯해 군데군데 국가브랜드 관련 사업비로 책정돼 있다"고 지적했다.

◆기구는 표류 중인데 간부들 마음은 콩밭에?

이렇게 국가브랜드위원회가 여러 기관들과 업무 중복과 예산 낭비 우려, 정권 나팔수 전락 등 총체적 비판 대상으로 전락한 가운데, 오히려 이런 지적들에 대해 귀아프게 듣고 개혁을 고민해야 하는 간부들이 정작 다른 곳에 마음이 가 있다는 해석이 나와 더욱 우려를 사고 있다.

우선 브랜드위원회 수장인 어윤대 위원장이 여러 곳의 하마평에 오르내리고 있다.

어 위원장은 고려대 교수(경영학) 출신으로, 과 후배인 덕에 이 대통령과도 친밀한 사이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한때 초대 교육부장관으로 입각할 가능성이 점쳐지기도 했던 유력인사다. 이에 따라 국가브랜드위원회로 부임하면서 이런 배경을 활용, 본격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기도 했다.

그러나 어 위원장은 내년 3월 임기가 만료되는 한국은행 총재직의 다음 타자로 언급되고 있다. 어 위원장 스스로도 라디오 방송에 출연, 이성태 현 총재의 금리 정책에 대해 비판 발언을 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10월 14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 어 위원장은 "한국은행이 나름대로 심층적인 분석을 하고 전문가들이 계시니까 옳은 방향으로 하고 있다"면서도 "전세계적인 공조적인 측면이나 국제경제 흐름으로 봐서는 조금 더 가야 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드네"라고 말해 이 총재가 기획재정부 등과 엇박자를 놓을 가능성이 점쳐지던 당시 충분히 압박성으로 받아들여질 말을 한 것.

이는 어 위원장이 통화위원을 역임하고 국제금융에 권위있는 학자로 활동해 온 것을 감안하더라도, 충분히 정권 실세 인물로서 압력 행사로 해석될 여지를 남기는 대목이며 자신의 다음 행보를 의식한 것으로

   
  <사진=조규하 국가브랜드위원회 민간위원>  
도 받아들여지는 부분이다. 더욱이 어 위원장은 한국은행 차기 총재 외에도 다른 요직 한 군데 이상의 하마평에도 같이 오르내리고 있어, 일에 전념하지 않고 있다는 평에서 자유롭지 못할 전망이다.

여기에 국가브랜드위원회 민간위원인 조규하 씨 역시 잿밥에 관심을 두고 있다는 후문이다.

조 씨는 한화증권 전무를 지냈고, 현재 국가브랜드강화위원회 민간위원으로 일하고 있으나, 이번에 정권 압력 논란을 낳으며 공석이 된 한국거래소 이사장직에 출사표를 던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국가브랜드위원회가 정체성 혼란과 함께, 고위급 인사들 스스로 일종의 명함관리로 국가브랜드 업무를 바라보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어 MB정부의 역작이 자칫 예산낭비의 원인이자 지난 정권의 이른바 위원회 정치를 재연하는 원흉이 될 가능성이 눈길을 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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