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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자산운용 'CS 꼬리' 떼도 악몽 재연?

파워인컴펀드 건 이어 60억원대 패소 '이정철 체제'악영향우려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09.11.23 16:20:07

[프라임경제] 지금은 BW(신주전환권부 사채) 재판 등 그룹 승계상 추문으로 야인으로 지내고 있는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이지만, 법무조치와 사후관리 측면에서 강한 면모를 강조한 점에서는 선구적 인물이었음에 틀림없다. 이 전 회장은 "물건 팔아서 1억달러의 수익을 내면 뭐하나. 계약서 한 장 잘못 썼다가 2억달러를 손해볼 수도 있다"고 말한 바 있다고 하는데, 이는 단지 송무팀 강화가 아니라 제대로 된 고객 관리와 소송 방지 등 이른바 '관리의 삼성'을 강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하지만 제조업 분야에서는 이처럼 강한 예방적 기능이 강조돼 온 데 비해, 금융업에서는 속칭 '불완전 판매'식의 주먹구구 경영이 최근까지도 진행돼 왔다. 특히 지난해 펀드 불완전판매 논란 이후에도 금년까지 여진을 겪고 있는 회사가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이 주가연계펀드(ELF)에 투자했다 투자금을 날린 강 모 씨 등 214명이 낸 소송에서 "운용사인 우리자산운용과 수탁사인 하나은행은 손해액 61억원을 전액 지급하라"고 판결한 것으로 23일 알려졌다.

그동안 펀드 소송에서 손해 배상액은 투자손실의 50% 내외에서 결정되는 것이 일반적이었던지만, 우리자산운용의 잘못이 그만큼 컸기에 소송상 책임비율이 전액으로 늘었다.

◆하나은행, 사실상 구상권 행사로 우리자산이 100% 책임질 듯

재판부는 "운용사가 장외파생상품 거래 상대방을 BNP파리바에서 리먼브라더스로 바꿔 투자자들이 손해를 입었다"고 지적하며 "약정을 일방적으로 어긴 운용사와 감독 의무를 다하지 못한 수탁사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사실상, 하나은행은 운용사측에 100% 구상(채무자가 확실치 않은 경우 먼저 부담하고 실채무자에게 대신 받아내는 제도)을 할 것으로 보여, 우리자산운용이 전적으로 책임을 부담하게 될 공산이 크다.

결국 이번 판결은,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나, 이번 사건을 100% 운용상 과실로 판단하고 투자자들의 과실은 없는 것으로 봤고, 우리자산운용의 운용방식에 대해 지극히 반시장적인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읽힌다.

물론, 우리자산운용의 소송 대리를 맡고 있는 법무법인 율촌의 조상욱 변호사 등 관계자가 문제가 된 ELF 우리투스타 파생상품 KW 8호의 투자 손실은 파생거래 상대방을 BNP파리바에서 리먼브러더스로 변경한 것인데 당초 약관에 이를 임의로 변경하지 말도록 제한한 규정이 없었던 점에 주목, 항소 의지를 불태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약관에 대한 불성실한 설계와 이를 향후 면피 소재로 활용하는 데 대해 2심 등 상급심에서 과연 어떻게 심증을 형성할지 주목된다는 점에서는 1심 판결이 반복될 공산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우리CS자산운용 시절에도 유사 사안, 홀로서기 간담회 큰소리 '공약'됐다

우리자산운용은 우리CS자산운용이 스위스계 금융회사 CS와 결별하고 나 홀로서기를 한 회사.

바로 이 회사의 전신인 우리CS자산운용은 우리은행이 판매한 펀드에서 불완전판매가 인정돼 손실보상에 대한 리딩 케이스를 만들어 내며 세간의 눈길을 끌었고, 이로 인한 불만이 증폭돼 결국 우리금융지주와 CS간에 결별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우리자산운용은 금년 10월 30일부로 우리금융지주가 CS로부터 지분을 전량인수해 결별절차를 끝내고 야심차게 기자간담회를 열기도 했다.

우리자산운용 이정철 대표이사는 당시 서울 여의도 메리어트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시장이 장기자금 중심으로 공고화될수록 비용이 저렴한 패시브 펀드의 강점은 더욱 부각될 것"이라며 "ETF 부문 1등 운용사가 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아울러 "리자산운용이 CS와의 합작을 종료하고 지난 6월 독자 출범한 이후 상위 8개 자산운용사 중 유일하게 수탁고가 늘어난 회사"라고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하지만, 이처럼 외형적 성장을 했음에도 결국 또 한 번 소송당해 거액을 물어주게 되면서, '이정철 체제=속빈 강정' 우려가 더욱 높아지게 됐다. 

◆우리은행 몰아주기 엄호 받아도 수익성 바닥?

우리자산운용의 문제는 이뿐만 아니다. 이번 국정감사에서 민주당 신학용 의원은 우리금융지주 소속의 우리은행, 우리투자증권, 경남은행, 광주은행에서 판매된 우리자산운용의 적립식펀드 판매잔액은 89.26%, 계좌수는 78.30%에 달했다고 지적했다.

우리금융지주가 전체적으로 우리자산운용의 엄호 사격에 나서고 있는 셈이다.

이런 상황이 일종의 관행처럼 굳어져 온 게 사실상 업계 비밀이지만, 우리자산운용은 별로 힘을 쓰지 못하는 패턴을 몇 개 회계연도에서 보여주고 있다.

지난 해와 금년에 나온 금융감독원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보자. 3개 회계연도에서 이른바 '은행계 자산운용사'들의 당기 순이익은 다음과 같이 변해 왔다. 참고로 3개 회계연도는 FY `07(2007.4.1~2008.3.31), FY `08(2008.4.1~09.3.31), FY `09(2009.4.1~2009.9.30)이다.

KB자산운용은 이 3개 연도 동안 223.7억원, 278.6억원, 160.2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냈다.

한편 우리자산운용은(09년에 이르기 전엔 구 우리CS자산운용) 145.7억원, 0.5억원, 109.8억원을 기록했다.

하나UBS자산운용은 172.3억원, 160.1억원, 72.5억원을 당기순이익으로 냈다. 신한BNP Paribas자산운용은 258.3억원, 258.0억원, 221.6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낸 것으로 집계됐다.

결국 같은 몰아주기를 해도 우리자산운용의 실적 자체가 별로 신통치 않다고까지 할 정도인 데다, 막상 이조차 상당 부분 소송 패소로 물어주고 말 상황이다.

◆우리자산운용, 우리금융지주 전체에 독될 우려

특히 이른바 '이정철 체제=CS와 결별한 우리자산운용'라는 기치를 든 지 얼마 안 돼 불거진 이같은 문제는 자칫 '민영화'라는 거대담론을 앞둔 우리금융지주 전반에 우리자산운용이 미운 오리새끼로 낙인찍힐 가능성마저 엿보이는 대목이다.

이에 따라 지난 번 우리CS자산운용 시절 분쟁 전례(우리파워인컴펀드 문제)와 이번 사례를 잘 분석해 앞으로 이같은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생살을 도려내는 대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안 될 시점이 우리자산운용 앞에 왔다고 해석할 수 있어 이번 사안의 항소심 및 법률심 판단에 눈길이 더욱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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