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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금융 M&A 성장史 2막 여나

우리은행 대신 외환은행으로 목표 재설정 움직임에 촉각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09.11.23 09:28:41

[프라임경제] 금융권 M&A 재편 작업이 내년 본격화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하나금융지주가 M&A 국면에서 눈길을 끌고 있다.

우리금융 민영화와 외환은행 매각 등 큰 목표들이 떠올라 '빅뱅'이 가시화된 가운데 내노라하는 금융사 수장들 역시 각종 M&A를 위한 본격적인 작업에 나서고 있다.

다만 이번 도전에서는 단순히 외형을 넓히는 차원이 아니라 내년 금융산업 재편 이후 사실상 금융권의 주도권을 잡게 된다는 점을 의식한 행보로 연결, 특히 눈길을 끌고 있다. 현재, 국민은행 강정원 행장과 산은지주 민유성 산은금융지주회장, 우리금융 이팔성 회장 등의 치열한 한판 승부가 예상되고 있다. 어쨌든 현재로서 은행 M&A의 핵심 매물이자 첨예한 대결거리로 떠오르고 있는 것은 외환은행의 향방이다.

특히 이 국면에서 하나금융 김승유 회장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M&A 귀재 김승유, 외환은행 인수전 불붙여

외환은행 인수 문제가 관심을 모으고 있는 것은, 외환은행이 가진 기업금융과 외환관련 업무의 강세 외에도, 외환은행이 누구 품에 안기느냐에 따라 현재 '빅4' 구도가 달라진다. 특히 하나금융은 신한지주나 KB금융 등 경쟁자들보다 다소 어정쩡한 크기로 밀리고 있다는 평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KB금융은 소매금융 중심으로 커온 국민은행의 취약 부분인 해외 및 외환 부문을 끌어들여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국민은행과 외환은행을 합치는 아이디어에 대해서는 외환은행 노조의 반발이 거센게 문제다. 외환은행 노조는 "KB지주에 인수되면 외환은행의 조직과 정체성이 파괴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산업은행 역시 외환은행을 인수할 경우 시너지 효과가 가장 클 것으로 보이나 아직 산은지주가 민영화 대상이라는 점이 자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어려움이 없지 않을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서 김 회장이 우리은행에 대한 시선을 돌리고 본격적으로 외환은행쪽으로 관심을 표명한 것은 의미가 큰 것. 이미 어느 정도 외환은행으로의 목표 전환 가능성이 제기돼 왔으나 이것이 본격적으로 가능성을 열게 되면서, 김 회장의 M&A 인생에서 또 한 번의 승부처가 될지 주목된다.

   
  <사진=노익장이란 이런 것일까? 인수합병을 통한 하나금융 성장사의 한 획을 그은 하나금융지주 김승유 회장이 이번에는 키코 위기를 넘기자마자 외환은행 인수전에 대한 소회를 밝혀 눈길을 끈다. 사진 가운데가 김 회장>  

◆M&A 전문가 관록에 키코 여파 겪은 신중함 더해

김 회장은 하나금융의 산증인이자 하나금융 M&A의 영원한 사령탑으로 평가받고 있다. 회사 내외의 반대에도 불구, 투자금융회사를 은행으로 전환시켰으며, 97년 행장 취임후 충청은행, 보람은행 합병에 이어 세 번째로 서울은행을 합병함으로써 하나은행을 대형은행 반열에 올려놓았고 지주사 기틀을 닦았다.

여기에 김 회장은 김정태 전 국민은행장 못지 않게 저돌적으로 관치 금융에 맞섰던 적이 있는 M&A와 금융 흐름에 대한 소신파로 평가된다. 이 일은 잘 알려져 있지 않으나, 카드 대란 이후 부실 LG카드 처리과정에서 김 전 행장과 함께 김 회장(당시 하나은행장)이 김진표 당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에게 철두철미하게 시장논리를 펴며 대응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오히려 김 전 행장보다 김 회장이 더 '사사건건' 따지고 붙으며 끝까지 다 받아낸다는 채권자 권리를 강하게 행사할 뜻을 피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M&A의 풍부한 경험과 제대로 된 민간 중심 금융 재편 논리 등 여러 장점을 겸비한 김 회장은 최근 신중함과 진인사대천명의 태도까지 더해 세월의 무게를 더하고 있다는 평가다.

지난 20일 경기도 양평에서 출입기자단과의 세미나를 가진 김 회장은 M&A와 관련 "모든 가능성은 항상 열려 있는 것이며 거기에는 외환은행도 포함이 된다"면서도 "자금은 여러가지 방법으로 마련할 수 있으니 큰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M&A에 대해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중요한 것은 규모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내실이 중요하다"고 말해, 그간 키코 파장 등으로 마음고생이 심한 가운데서 모종의 깨달음을 얻었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하나금융 업그레이드 역사 새로 쓸까 촉각

이에 따라 다소 힘에 부친다는 시장의 백안시되는 평을 얻었던 우리금융 인수설에서 한 발 물러나 외환은행의 실속을 노리자는 판단을 장고 끝에 내렸을 것으로 풀이하는 시각이 나오고 있다. 결국 그간 신중하게 검토해 온 최근 시장 상황과 그간 오랜 노하우를 통해 M&A에서 강한 파괴력을 발휘할지 눈길을 끄는 것이다.

김 회장의 각종 은행들과의 인수전 성사를 낙천적이면서도 끝장을 본다는 'O형 남자다운' 사업기질을 발휘해온 1기로 평가한다면, 근래에 하나금융 실적 위기를 극복하면서 숙성된 M&A 철학은 하나금융 M&A역사를 쓸 2기가 열릴 가능성이 최근 제기되는 셈이다. 이는 하나금융 성장사에 새로운 페이지가 될 것으로 눈길을 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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