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김태희 주연의 첩보 드라마 '아이리스(창포꽃을 의미하는 Iris와 맹목적인 Eyeless의 이중적 의미라고 한다)'가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가운데, 서울시의 아이리스 브랜드 강화 전략이 눈길을 끌고 있다.
브랜드 강화에 대한 오세훈 시장의 의지 표명이 여러 경로로 이어지고 있고, 서울시가 각종 외형적 눈길 끌기에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있는 가운데, 막상 서울시민의 편의나 권리 보장과는 동떨어진 정책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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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첩보 드라마 아이리스가 광화문 장시간 통제로 시민 불편 우려를 낳고 있다.> |
최근 드라마 아이리스가 광화문 장시간 교통 통제를 허락하면서, 시민 불편에 대한 우려를 낳고 있다.
당초 이 드라마를 찍는 태원측에서는 2일간의 통제를 요구했지만, 서울시는 1일 협조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래 촬영일은 22일로 잡혔다가 최근 29일로 낙찰됐다. 22일과 29일은 모두 일요일로, 서울시측에서는 시민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가급적 많은 노력을 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절대적인 교통 통제 시간이 길 것이 거의 확실시된다는 것은 우려 사항이다. 서울시에 당초 요청된 시간은 약 10시간이었다는 것이 정설이다. 그러나 10시간은 너무 길지 않겠느냐는 검토 끝에 22일이 29일로 연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시간이 길어 축소 필요성은 높고 이로 인해 드라마 촬영일까지 옮겨졌으나, 막상 촬영일이 10일 앞으로 임박한 19일 현재까지 통제 시간(촬영 시간)에 대해서는 공개된 바가 없다는 것. 결국 태원측 등에서 드라마 완성도와 서울시민의 불편이라는 상충된 문제를 이익형량하는 와중에 눈치보기를 하고 있다는 것으로도 읽힌다. 보기에 따라서는 최대한 시간을 확보해 드라마에 필요한 시간을 최대한 확보하려는 것으로도 보인다.
물론 보기에 따라서는 최근 완공된 광화문 광장 등 광화문의 풍경을 대작 드라마에 널리 비춤으로써 서울시의 관광 이미지를 제고하는 등 효과를 위해 서울시가 심사숙고해 내린 결단으로 볼 부분도 없지 않다.
그러나, 서울시가 드라마 촬영 등에는 후한 기준을 베풀고 있지만, 막상 서울시민들의 집회권에 대해서는 큰 고민이 없다는 우려를 사고 있는 점은 대비돼 단지 교통 문제에 대한 아쉬움 외에도 쓴 뒷맛을 남기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 8월 5일 보도자료를 내고 "광화문 광장은 외교기관 100m 이내 지점이라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제11조)의 직접 적용을 받는 장소"라고 밝혔다. 집시법에 따라 집회를 열 수 없는 장소라는 뜻이다.
그러나 서울시의 이런 방침은 집시법 개정 취지를 무시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헌법재판소는 2003년 이 조항에 대해 위헌 결정을 했고, 이에 따라 외교기관이 가까워 공관원들 업무에 지장이 없는 휴일엔 시위나 집회를 할 수 있다. 또 대형 시위로 변질될 우려가 없어도 마찬가지다.
아울러 10월에 전화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광화문 광장에서의 집회 문제에 찬반 여론이 팽팽하게 갈리고 있다. 이상용 서울시의원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광화문 광장에서의 시위나 집회를 금지하는 것에 대해 527명(52.7%)이 찬성했고 399명(39.9%)은 시위나 집회 금지를 반대한다고 응답했으며, 74명(7.4%)는 '잘 모르겠다'고 답해 의견이 엇갈렸다.
결국 시에서는 광화문 광장을 시위나 집회와 상관 없는 휴식 공간이라는 전제로 이해하고 있고, 그럼에도 오히려 시의 이미지 제고에는 언제든 광화문 일대를 동원·제공할 수 있다고 보고 있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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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광화문광장> |
◆오세훈 시장 브랜드 전략, '깊이' 논란
이런 서울시측의 시정은 오 시장이 브랜드 경쟁력에 강한 애착을 갖고 있는 것과도 무관치 않은 것으로풀이된다.
오 시장은 틈나는대로 브랜드 경쟁력 강화를 외치고 있고, '디자인 서울' 등 외형적 매력도 상승을 위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는 것도 이같은 방침에 뿌리를 같이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오 시장은 19일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브랜드가 경쟁력이다' 강연에 참석한 자리에서 기업인들을 상대로 브랜드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등 브랜드 강화에 심취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오 시장은 "삼성과 LG가 한국브랜드임을 알고 있는 사람은 10% 정도"라고 말해 브랜드 전략에 대한 재구성 필요성을 강조하는가 하면 서울의 브랜드 가치에 대해서 오 시장은 "서울이라는 브랜드의 가치를 높이고 국가 브랜드의 가치를 높이려고 노력하는 것이 물건을 파는 기업인들에게도 효용이 있는 정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 시장은 디자인과 패션, 관광, 디지털 콘텐츠, 금융 허브 등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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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피맛골 철거 전 모습(2008년 말). 서울시는 브랜드 전략을 고민하고 있으나, 막상 전통과 독특함을 보존하는 데에는 소홀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
우선 '왕범이'를 마스코트로 하던 서울시가 돌연 '해치 서울'이라는 개념을 들고 나오면서 비용 투입 요인을 만들었는가 하면, 서민 문화의 자생적 발생지로 오랜 시간 시민들의 사랑을 받아온 피맛골 개발에 전임 시장 시대에 이미 개발인가를 내줬다는 이유로 철거를 방치하다 비난 여론이 들끓자 뒤늦게 예산 투입과 보존 방안을 강구하기로 결정, 발표하기도 했다.
더욱이 서울시는 문화거리 조성 등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막상 이를 위해 이면도로로 밀려난 노점상 생계 대책 등에는 소홀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기도 하다.
이에 따라 오세훈 1기 서울시의 브랜드 및 문화 정책이 오 시장의 19일 발언처럼 서울의 브랜드 가치란 물건 파는 기업인들에게 도움이 되는 효용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내년 지자체 선거에서 오 시장의 재선 도전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지는 가운데, 2기 서울시 브랜드 및 문화 정책은 아이리스(Eyeless) 논란을 극복한 방향으로 진행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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