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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원 외환은행 구애, 의미와 전망은

유력한 인수후보 평가…내실회복 경영 전환점될지 촉각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09.11.17 11:44:46

[프라임경제] KB국민은행 강정원 행장이 17일 "외환은행 인수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당초 점처져 온 국민은행의 외환은행 인수 재추진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강 행장은 이날 서울 쉐라톤 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G-20 한국리더십' 컨퍼런스 행사에서 "외환은행 인수는 국민은행이 3년 전부터 추진해왔던 것이다. 자신 있다"는 요지의 발언을 내놨다.

강 행장은 현재 KB금융 황영기 전 회장의 사퇴로 인한 공석을 대행하고 있으며, 지주 회장 선출 과정에서 유력한 주자로 언급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그가 외환은행 인수전에 의욕을 드러내고 있는 것은 기업금융이 강한 외환은행을 인수해 가계금융 강세인 국민은행과 시너지 효과를 낸다는 원론적 접근이나, 한 번 실패한 인수 문제를 매듭짓는다는 '묵은 숙제' 해결 이상의 의미를 갖는 것으로 보인다.

◆이미 '일전' 치를 준비 '끝'

KB국민은행에서 전략·재무담당 부행장을 맡고 있던 최인규 부행장이 KB금융지주 전략담당 부사장을 겸직하도록 배치된 점은 황 전 회장 사퇴와 대행 체제 전환 과정에서 눈길을 끈 대목 중 하나였다. 최 부사장의 부상은 M&A전을 위한 사전 판짜기라는 의미로 읽힌다는 점에서 관심을 끌어 왔다. 

강 행장으로서는 과거 탐을 냈던 외환은행 문제를 매듭짓기 위해 '역전의 용사'인 최 부사장에게 권한 강화 승부수를 걸지 않을 수 없었다는 해석도 가능해, 이번 러브콜 국면에서 최 부사장의 전진배치 문제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최 부사장은 실제로 2006년, 국민은행이 외환은행의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될 당시 국민은행의 인수팀 실무책임자를 맡았던 경험이 있다. 과거 국민은행은 외환은행 인수에 의욕적인 모습을 보여왔고, 2006년 우선협상 대상자로 내정되기도 했다.

그러나 금융당국이 론스타의 대주주 적격성과 관련한 법원 판결 이전에는 론스타의 매각을 승인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놓으면서 외환은행 인수 기회를 놓쳤다. 사실상 '당국의 정책적 판단에 의해 빼앗긴 M&A'라고도 할 수 있어 더 아쉬움이 있을 수 밖에 없다. 또 이때 이를 성사시켰다면 큰 치적으로 남아 강 행장이 지주사 출범 당시 첫 지주회장 자리를 황 전 회장에게 넘기지 않았을 수도 있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KB금융·국민은행, 성장 모멘텀 절실한 시점

강 행장이 이렇게 국민은행의 발걸음을 부쩍 재촉하고 있는 데에는 국민은행이 외환은행 인수로 인한 시너지 효과가 절실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기업금융에 약하다는 평가는 좀처럼 떨어지지 않고 있고, 국민은행이 KB금융 내에서 차지하고 있는 비중 역시 너무 커서 이 점이 성장 발전에 장애가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지주사 전환을 마쳤고, KB금융 차원에서 증권사 인수를 적극 추진하고 있는 것도 이런 구조 때문이다. 신중하고 내실에 치중하던 예전의 모습을 답습만 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과 다르다. 국민은행, 더 나아가서는 KB금융의 변신이 요구되는 시점인 셈이다.

강 행장은 지난 2004년 11월 취임 이후 국민은행의 경영실적을 복구한 인물이다.

카드 사태 등 경제적 파장으로 나빠진 국민은행의 실적을 강 행장은 성공적으로 개조했다. 부실채권 비율만 해도 2004년 말 2.64%에서 1%대로 낮아졌다.

카드 사태로 타격받아 줄었던 자산규모는 2004년 199조원에서 금년 6월 기준 333조원대로 늘었다.

이처럼 내부 통제를 강화한 덕분에 자산 건전성과 수익성 등이 좋아진 것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반쪽의 성공'으로 남을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른 경쟁 금융지주와 은행들에 비해 성장 동력 개발 문제에서 지체됐다는 우려다.

사업 구조를 바꾸는 데도 발빠르게 대처하지 못한 것은 KB금융과 국민은행에 가장 큰 아쉬움을 남기는 부분이다. 한때 국제금융위기로 분위기가 잠시 가라앉았던 바 있으나, 금융시장 환경이 이자 수익에 기반을 둔 전통적인 상업은행보다는 투자 수익에 치중하는 투자은행 업무 쪽으로 바뀌고 있는 것은 전반적인 추세다.

하지만 국민은행은 여전히 상업은행 업무, 특히 가계대출 강세의 리테일 주력 은행 이미지를 간직하고 있다.

외환은행 인수에 전력하다 실패로 돌아가자 미래 전략 수립에 큰 차질이 생겼고 이 여파가 오래갔다는 풀이다.

KB금융 산하인 국민은행은 국내 최대 은행이면서도 국외 진출 실적도 상대적으로 두드러지지 않는다.

   
  <사진=17일 외환은행 인수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힌 국민은행 강정원 행장>  
여기엔 강 행장의 안전지향형 성격이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2003년 김정태 전 행장 시절 중국 광저우에 사무소를 개설한 이후 2007년 카자흐스탄에 진출했다. 그 4년간 국외 진출을 그만큼 소홀히 했다는 평을 면하기 어렵다. 지금 구 CIS 지역과 동남아, 한국을 꼭짓점으로 하는 트라이앵글 논리를 강 행장이 펴고 있는데, BCC 지분 매입 건이 경제 침체로 여의치 않아 성과를 내는 데에 생각보다 시간이 걸리게 된 점도 강 행장이 '성과'에 목마르게 된 원인이라고 볼 수 있다.

◆KB금융 발전 반석 마련 혹은 강 행장 입지 타격?

내실을 추구하고 성장 토대를 만드는 게 우선이었다는 변명으로 안정지향적 내부 단속 경영을 합리화하기에는 이미 설득력도 떨어지고, 사업 구조나 특화 영역의 확장과 해외 진출 등이 요구되는 시점이라는 것이다.우리금융·신한지주와 하나금융지주 등이 내실·성장을 함께 잡는 데 골몰하고 있는 상황에서 뒤처질 우려도 작용한다.

따라서 강 행장의 이번 러브콜은, 여러 긍정적 인수 효과와 함께 유력 전직 관료 등 외부인사들이 지주 회장 하마평에 오르내리는 상황을 차단하기 위해 꺼내든 초강수 카드로 유효하기만 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하나은행 덩치 키우기에 고심하는 하나금융지주가 우리은행 인수에서 방향을 틀 가능성도 여전히 존재하는 상황이 남아 있다. 하나은행은 김종열 전 행장 시절에 외환은행에 눈길을 준 적이 있고, 하나금융지주의 상황으로는 우리은행 인수보다 그보다는 덩치가 작은 외환은행 인수가 유력하다는 해석도 여전히 존재한다. 여러 경쟁자들이 군침을 흘리고 있는 사정 역시 강 행장에게는 쉽지 않은 길을 강요하고 있어, 강 행장과 KB국민은행이 외환은행 인수서에 도장을 찍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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