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부동산신탁업체를 향한 하나금융지주의 애정이 비등점을 향해 치솟고 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하나금융은 다올부동산신탁 인수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번 한국자산신탁 인수전에 하나금융이 여러 금융권과 함께 관심을 보인 이후 수면 위 움직임이 다시 본격화되는 양상으로 풀이된다.
이번 부동산신탁업 인수 추진에 대해, 일각에서는 하나금융이 부동산신탁 시장 진출을 통해 약점으로 꼽히는 비은행 부문의 경쟁력을 끌어올릴 계획이 아니겠냐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물론 하나금융은 이번 3분기 실적에서 보듯, 비은행권 계열사들의 수익 상승이 더 요망되는 사정이기는 하다. 지주사 주요 고위임원인 하나은행 김정태 행장 역시 지난 3분기 초입에 은행의 전통 업무 수익(이자 수익)만으로는 은행, 더 나아가서는 지주사 전체가 먹고 살 수 없음을 갈파한 듯, "방카슈랑스 등 비이자 수익을 증대해야 한다"고까지 말한 바 있어, 이같은 분석은 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효과 외에도 플러스 알파가 있다는 해석 또한 가능해 더욱 눈길을 끌고 있다.
◆한때 인기끌던 부동산신탁회사, 이제 '캐시 카우' 아닌데 왜?
한때 금융지주사들에게 부동산신탁사가 '캐시 카우(돈 버는 효자 회사)'로 인식되던 시절이 있었다.
KB금융그룹의 KB부동산신탁은 국민은행과 시너지효과를 내며 2008년 기업고객을 상대로 70여건 계약을 체결하는 등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이같은 부동산 사업에서의 화려한 효과는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2009년 상반기 들어 이미 부동산신탁사들이 과당 경쟁 국면으로 들어섰다는 풀이가 나오고 있기 때문.
승승장구하던 지난해와는 대조적으로, KB부동산신탁이 각종 사업에서 냉온탕을 오가고 있는 것은 현상황을 극명히 드러내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는 지방 미분양 아파트를 타겟으로 한 '부동산사업'에 초점을 맞춰 사업을 진행하고, 위탁자로부터 땅을 받아 금융비용을 조달해 아파트를 지어 분양한 후 수익금율 되돌려 받는 등 위험성이 있는 사업에 눈길을 줬기 때문으로 우선 풀이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 뜬금없이 하나금융발 부동산신탁업체 인수 소식이 등장하면서, 상당히 생뚱하다는 반응도 없지 않다.
하지만 하나금융이 금년 봄부터 일관되게 관심을 드러내온 '금융도시' 문제 등을 연관지으면 이 문제를 의외로 쉽게 풀 수도 있다는 점에서 이번 다올 건은 안목부족으로 인한 투자나 일시적 관심 등을 넘어서서 하나금융발 금융계 지각변동의 한 전초로서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
◆금융도시 가꾸겠다는 꿈에 주춧돌 놓는 효과
지난 봄 하나금융은 경기도 고양시와 손잡고 '금융도시' 건설의 포부를 밝혔다.
스페인 산탄데르 금융그룹의 예를 든 당시 하나금융측 구상 발표에 상당히 구체적인 청사진을 오래 그려왔다는 풀이가 제기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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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도시의 꿈을 키우는 하나금융지주가 앞으로 어디까지 발전할 지 귀추가 주목된다. 사진 왼쪽에 김정태 하나은행장, 오른쪽은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2008년 봄 행사 사진)> |
물론 경기도 차원이나 고양시 차원에서 이 문제를 도울 수 있기는 하다.
하지만 산탄데르 금융그룹이 현재 조성하고 있는 것과 같은 금융 전문 소도시를 구성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정도의 전문성과 긴 호흡의 추진력을 필요로 하지 않겠느냐는 데에는 적잖은 해석의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여기에 있다.
일찍이 이번 정부의 여러 금융 요직에 발탁 가능성이 점쳐지면서도 이를 김 회장이 고사한 것은 하나금융 발전을 위해 매진하고 싶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김 회장은 자립형 사립고인 하나고 이사장과 '배드뱅크'인 미소중앙금융재단 이사장 등 특히 사회적으로 의미가 있는 봉사직이 아닌 개인 영달의 자리에는 큰 욕심을 내지 않고 금융전문가로서의 행보에만 집중하고 있다.
그런 만큼, 김 회장이나 하나금융이 경기도에 금융도시 건립의 꿈을 밝힐 때 갖는 의미는 남다르다고 할 수 있다.
이미 주요 계열사인 김정태 행장 등 주요 인사도 산탄데르 관련 발언을 한 정도로(김 행장은 은행장 취임 기자간담회를 할 때 산탄데르의 M&A 성장을 언급했다), 임직원들의 염원이 모두 이 금융도시에 쏠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
특히 이런 문제를 바탕에 깔고 보면, 이번 다올 건에 대한 하나금융의 애착, 더 나아가 지난 번부터 보여온 부동산신탁사에 대한 애정이 새롭게 해석될 수 있는 것이다.
부동산신탁사는 실제로, 각종 사업 대행의 측면에서 앞으로 무궁무진한 발전ㅡ영역 가지치기ㅡ가 예상되는 업종이기도 하다.
결국 하나금융은 이번에 스스로의 수요(금융도시 관련 제사업들의 성공적 추진)를 충족한 다음에는 '부동산 디벨로퍼(종합부동산개발업을 하는 전문인 혹은 업체)'로서도 급격히 떠오르겠다는 복안을 깔고 있는 것으로 볼 여지가 없지 않다. 따라서, 부동산신탁사에 대한 관심을 땅투기 등의 구태에 가깝지 않겠느냐고 보는 일부 시각은 무리가 있다.
결국 이번 다올 인수 추진 건은, 단지 금융그룹 내에 부동산신탁사를 갖고 있으면 캐시 카우로서 기능을 기대할 수 있다거나, 각종 수수료 취급에서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비용적 측면 외에 하나금융만의 특별한 위상 때문으로 받아들이는 게 더 정확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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