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하나금융지주가 내년 3월로 매트릭스 체제 도입 만 2년을 맞는다. 최근 산업은행이 금융지주사로 전환하면서 매트릭스 체제를 도입하는 안을 심도있게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지는 등으로 하나금융지주식 조직 관리가 새삼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하나금융지주의 조직 체제는 선구적으로 발전하고 있지만 직원들의 의식 구조가 이에 따르지 못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개혁과 역동성을 강조하는 '용장'들의 독려는 이어지고 있으나, 직원들의 구태가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적신호가 들어오고 있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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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하나 매트릭스 출범 선포 당시 언론 배포 사진자료> |
특히 최근 하나금융지주는 하나카드를 독립법인으로 분사시키는 등 비상을 준비 중이라 이런 사정은 더욱 위협적인 복병이 될 전망이다.
◆다시 구두끈 고쳐매는 매트릭스 체제
하나지주 매트릭스 조직은 2008년 3월말 공식 출항했다. 현재 개인금융BU, 기업금융BU, 자산관리BU 등 3개 축으로 구성돼 있다. 여기에 지원 기능을 맡는 코퍼레이트 센터(Corporate Center)의 총 4개 조직으로 구성되는 매트릭스로 지주 조직을 편성한 바 있다. 최근 개인금융BU가 관장하던 외감법인 이상 중견기업 관련 업무를 기업금융BU로 이관하는 등 조직개편 작업에 다시금 손을 대면서, 하나금융의 재도약에 매트릭스 조직이 든든한 디딤돌이 될지 여부에 관심이 쏠려 왔다.
매트릭스 조직은 타이트한 조직과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시스템이라는 것이 경영학계나 행정학계의 일반적 설명.
하지만 이같은 조직 개편이 만 2년을 채워가는 지금까지도 완전히 조직 하부 구성원들까지 배어 들어가지는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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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카드가 분사하는 과정에서 하나금융지주의 자랑인 매트릭스에 걸맞는 마인드가 뿌리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우려가 수면 위로 부상했다. 사진=을지로 하나카드 사옥> |
◆매트릭스 해 봤으면서 무슨 생각으로 그랬나?
11월 2일 하나카드가 공식 출범했다. 그런데 이 대역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하나금융지주 김승유 회장이 '하나카드 설립 기획단'이 보고한 하나카드 조직 및 급여 체계안을 보고 대로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은행의 조직이나 급여 체계를 새로 출범할 신용카드회사에 사실상 그대로 가져다 보고했기 때문이다. 기사로 치면 낙종한 다음 통신사 보도내용을 그대로 보고 베낀 셈이나 다름없었다는 평.
지금은 조금 달라졌지만, 은행의 문화는 '같이 잘 해서 같이 나눠먹는다'는 보수적이고 평등 지향주의가 강하다. 거대하고 역사가 오랜 조직이라면 어울릴지 몰라도, 당연히 카드사 등 다른 금융기관, 더욱이 새로 태어나는 조직엔 잘 맞지 않는다.
아울러, 매트릭스 체제 하에서 늘상 강조되어 온 역동성과 경쟁 촉진, 직무에 따른 효율성 및 유기적 협력을 생각하면 전혀 나올 수 없는 발상이었다는 풀이다.
문제는 또 있다. 김 회장은 평소 카드는 금융과 유통의 중간 영역에 가깝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은행 조직을 많이 가져다 이식하자는 안은 카드 설립 추진단장 이하 추진단원 전원이 회장의 평소 지론에 반기를 드는 '하극상'을 꾀한 것으로도 볼 여지가 없지 않았던 것.
결국 매트릭스 체제에 대한 입체적이고 유연한 마인드 자체가 아직 형성돼 있지 않고 여전히 은행 중심의 구조가 하나금융지주에 뿌리깊음을 방증하는 사례라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부랴부랴 조직을 성과급 체제로 돌렸고 이로 인해 카드사 독립법인 출범이 당초 예정보다 늦은 11월 초로 밀렸다는 설도 있다(물론 가장 큰 이유는 SK그룹과의 협상 줄다리기 때문이었다는 게 정설). 결국 매트릭스를 도입한 김승유 회장이라는 용장 아래 약졸들만 있어, 용장 아래 약졸 없다는 속담을 무색케 하는 셈이다.
◆김정태 행장 하나대투증권 가서 '주마간산' 개혁하고 왔나?
매트릭스 출범 전(2008년 3월) 전에도 이같은 상황이 없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태 전 하나대투증권 사장이 김지완 현 사장과 바톤 터치를 하던 지난 2008년 2월.
새롭게 '진주'한 현대증권 출신 김 사장은 하나대투증권에 여전히 과거의 투자신탁 시절 문화가 강함을 발견하고 대경실색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하나대투증권은 2005년 하나금융지주 아래로 편입됐다. 원래는 투자신탁사였고, 이후 증권사로 전환한 케이스다.
하지만 김 사장이 부임할 때까지 주식시장의 동시호가가 시작되는 오전 8시 전 출근이나 증권 관련 스터디, 성과급 체계 등 보통 증권사에서 많이 하는 패턴들이 뿌리내려지지 않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신탁 시절 프레임이 여전히 남아 있었던 데다 자산관리에 강세를 두다 보니 진행되어 온 어쩔 수 없는 상황으로도 풀이된다.
하지만 문제는 김 사장의 앞에 다녀간 전임 사장이 바로 현재까지도 하나은행장으로 승승장구하고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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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금융지주 내 대표적 영업통이자 덕장인 김정태 현 하나은행장이 하나대투증권을 역임했으나, 하나대투증권의 조직 문화는 일거에 변하지 못하고 후임 김지완 사장 대에 이르러서야 개편된 것으로 파악됐다. 사진=김정태 행장> |
결국 아무리 용장들이 부임해도, 조직 문화가 바뀌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이 이미 매트릭스 체제 출범을 준비 중이던 무렵부터 발견되고 있었다는 점에서, 어쩌면 매트릭스 체제 자체가 '시기상조'였다는 우려도 불거질 수 있어 보인다.
그러나 막상 이 부실채권 1% 이하 정리 주문에 맞추는 게 쉬운 일만은 아니다. 시중은행 중에선 우리은행이 1.77%로 가장 높고, 하나금융 산하인 하나은행(1.72%)이 그 뒤를 바짝 따르고 있다. KB국민은행은 1.34, 신한은행의 비율은 1.59다.
막상 대출 위험성을 관리해 왔으면서도 비율면에서 다른 4대 지주소속 주요 은행들보다 부실채권 비율이 높아지는 사기가 떨어지는 성적을 받아든 셈이다.
더욱이 부실채권비율 1%를 맞추려면 그 주요 방법으로 앞으로 중소기업 대출을 더 까다롭게 할 수밖에 없고, 채권 회수 작업은 더 강하게 해야 할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이것이 우리 경제 전반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도 있는 점은 차치하고라도, 이제 막 기업금융 부문을 다시 구성하는 등 의욕적인 기업 대상 영업에 열을 올리기에는 타이밍이 좋지 않은 셈이다. 부동산PF등에 다시 열을 올리기 어렵다는 점은 불문가지다.
상반기를 비롯 그간 부동산PF 영역을 제외한 회사채와 증자 등의 IB 시장에서서는 하나금융(하나금융 기업금융 BU)이 두드러진 성적을 나타내지는 못해 왔기 때문에, 앞으로도 이쪽으로 역량초점을 맞춰 효과를 보는 데에도 시간이 어느 정도는 필요할 전망이다.
◆"구멍가게에 웬 매트릭스?" 시각 떨칠까? 재도약에 촉각
결국, 하나금융지주의 매트릭스 체제는 업무 효율을 극단적으로 추구하는 대신 조직 내 긴장을 유발한다는 단점만 안고 달려온 게 아닌지 중간 점검이 필요하다는 분석도 가능하다.
즉, 하나금융지주는 원활한 의사소통 통로의 구축을 완비해 나가야 하는 과제를 여전히 안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앞으로 주력 기업인 하나은행이 부실 정리 문제를 매듭지어 가는 상황에서 지주사와 매트릭스 조직의 흔들림 때문에 다시 주저앉는 최악의 경우를 예방할 필요성도 높게 요구되고 있다.
하나금융의 매트릭스 체제는 키코 사태로 인한 윤교중 BU장의 퇴진으로 한때 불필요한 요소를 외국 거대금융기관들로부터 빌려왔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현안 과제를 노정하고 있는 하나금융 매트릭스 체제가 성과를 낼 수 있을지, 매트릭스 수술과 그 경과, 또 각 조직들이 '따로 또 같이' 올릴 사업별 성과들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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