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중요 국면에서 부각되는 정보의 힘?
하나금융의 카드사 분사 사업에서 정보분야 담당 최고임원(CIO) 출신이 부각되면서 금융권에서의 CIO(Chief Information Officer) 위상이 관심을 끌고 있다. CIO는 단순히 IT 관련 기술망 장악 뿐만 아니라, 기업의 경영목표를 이루기 위해 정보기술을 감독하고 정보전략을 세우는 것까지를 주임무로 하는 임원을 가리킨다.
결국, CIO는 기업경영에 대한 통찰력이 있어야 하고, 정보기술을 능수능란하게 전략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을 요구받을 수 밖에 없다.
◆하나카드 사장 내정자는 CIO
최근 하나은행으로부터 분사가 추진되고 있는 하나카드 초대 사장으로 내정된 인물은 이강태 전 삼성테스코 부사장. 이 내정자는 LG유통, 삼성테스코 등 유통업체에서 CIO를 거쳐 '유통전문 CIO'라는 수식어를 받고 있다. 아울러 삼성테스코 CIO 근무 당시 테스코그룹 IT시스템 통합프로젝트를 완료한 바 있어 능력이 검증됐다는 평이다.
이런 이 내정자의 발탁 소식은 하나카드와 통신 및 유통의 결합 문제와 연결돼 많은 이야깃거리를 낳기에 충분하다.
![]() |
||
<사진=하나카드 분사가 11월 2일 추진 중인 가운데 하나금융 전체의 발전에 효자 자회사가 될지 주목된다. 사진은 서울 을지로 하나금융 본사> |
하나금융은 SK그룹과의 제휴를 통해(구체적인 채널은 SK텔레콤이 될 것으로 알려져 왔다) 하나카드를 출범시킬 것으로 알려졌다. 출범이 늦춰지는 과정에서 SK텔레콤과의 협력이 어려워져 사실상 홀로서기를 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지만, 현재 하나금융 고위관계자들은 기회가 닿을 때마다 '협상이라는 게 원래 그런 것'이라며 여유로운 반응이다.
최악의 경우 독자 출범을 하더라도 향후에 다시 협력문제를 추진할 수 있기 때문에, 출범 초기 우선은 통신, 그 다음 단계로는 유통 등 여러 영역간 시너지 제고를 위해 다양한 IT연동 작업이 이뤄질 것은 기정사실로 보인다. 따라서 이 내정자의 발탁은 하나카드와 SK텔레콤 지분 문제와는 한 걸음 떨어져, 의미있는 인선으로 전망되고 있다.
◆또 하나의 CIO 발탁? 옥상옥(屋上屋)? 중복 투자?
카드 사업이 앞으로는 금융, IT, 유통 등이 서로 결합, 영향을 주고받으며 시너지 효과를 낼 수 밖에 없는 상품이라고 본다면 사실상 최상의 선택일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간단하지만은 않아 보인다. 우선 새로 부임하는 카드사 사장이 CIO 출신으로서 갖는 위상과 하나금융 내 가족회사인 하나아이앤에스와의 역할 분담·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나아이앤에스는 1990년 설립 이후(서울신탁은행 출자 법인으로 설립: 당시 명칭은 '서은시스템'), 하나금융의 발전사와 궤를 같이 하면서 입지를 다져 왔다.
하나아이앤에스는 하나금융의 IT아웃소싱을 전담하면서 IT서비스 못지않게 그룹의 IT전략까지 창출해야하는 막중한 전략기구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이에 따라 하나아이앤에스 CEO가 갖는 위상이 무척이나 독특할 정도.
현재 이 하나아이앤에스 사장인 조봉한 씨는 국민은행에서 차세대 시스템 신기술팀장을 지내고 자리를 옮겨 하나은행 부행장보와 하나금융지주 부사장을 거친 인사다.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이 장시간 인터뷰를 거쳐 영입을 결정했을 정도로 애착을 강하게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팍스 하나' 등 주요 차세대 금융 시스템 사업 추진에 조 사장과 하나아이앤에스가 중요 역할을 하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또 하나의 CIO가 부임함으로써, 하나금융 전체의 정보전략을 짜는 문제와 카드사가 자체적인 정보 콘트롤 사령탑을 갖는 문제 사이에 조율이 필요할 것으로 풀이된다.
◆중요 국면마다 이전 CIO 대신 외부 영입 전례
하나은행의 경우, 2000년 송갑조 당시 부행장이 CIO 영입 사업의 초창기로 해석된다.
하지만 '외부 출신'이던 송 부행장은 2003년 후임인 김세웅 당시 부행장보에게 자리를 넘겨주게 된다. 김 부행장보는 전산부장 등으로 잔뼈가 굵어 온 이력을 살려 2003년 하반기 '인터넷 뱅킹 무정지 서비스'를 도입하는 등 혁혁한 공을 세우는 데 중추적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 |
||
<사진=김세웅 전 부행장보 시절 짜여진 '무정지 서비스' 시행 사진. 김 전 부행장보는 하나은행 시절을 대표하는 출중한 CIO였으나 결국 외부인사의 영전 과정에서 물러난 것으로 평가된다.> |
또한 최근 디도스 공격 방어에서 하나금융이 우수한 방어력을 보일 수 있었던 것도, 김 부행장보가 CIO로서 역할을 소화하던 당시에 해킹 침입유도 시스템을 도입, 인터넷 뱅킹이 해킹 될 경우에도 제2데이터센터에서 과부하를 막도록 방어망을 짜 넣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같은 눈부신 성과와 함께 외부 출신으로부터 '토종'으로의 CIO의 바톤 터치를 이끌어 냈다는 상징성을 갖고 있는 김 부행장보는 단명했다.
하나은행은 2004년 정보전략본부를 신설한 데 이어 최근 기존 전산정보부를 전산정보본부로 승격하면서, '김세웅 체제'에 힘이 더 실릴 것으로 예상되기도 했다. 하지만 당시 하나은행은 권오대 전 부장을 본부장으로 승진 발령하고, 이때 이미 정보전략본부장을 겸임하고 있던 조봉한 당시 부행장보(현재 하나아이앤에스 사장)에게 2개 본부를 총괄하도록 조치했다. 이로 인해 CIO 역할을 수행했던 김 부행장보는 일선에서 물러났다.
결국 그간의 지나온 시간을 보면 외부인 발탁과 토종의 성장이 어느 정도 교직되면서 하나은행, 그리고 이후에는 하나금융의 정보 전략과 차세대 금융 시스템 구축 등 어젠다 설정과 수행에 연속성과 효율성을 최대치로 만들어 온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그때그때 외부 수혈이 이어지는 이같은 전략은, 내부 경쟁을 촉발하는 등 긴장 관계를 조성하는 소기의 목적을 깐 인사 전략이 아닌가라는 해석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다.
결국 이번 CIO 출신 카드사 사장 내정 문제는 그간 승승장구해 온 '조봉한 체제'에 대한 긴장감 조성으로도 볼 여지가 없지 않다.
◆팽팽한 긴장 적당히 감도는 매트릭스 스타일? 무한경쟁 유발하는 죽임의 시스템?
더욱이 최근 하나금융이 지주사 전체의 인사 시스템을 매트릭스 구조로 바꾸면서, 기존의 한국형 기업 문화보다 한결 타이트하고 효율성을 강조하고 있음은 이번 인사 문제와 함께 겹쳐져 더 큰 의미를 낳고 있다.
따라서 이번 하나카드 사장 내정 인사는 조 하나아이앤에스 사장과 이 내정자간의 적절한 '선의의 경쟁'을 유발하는 안이 아닌가라는 점에서 더 의미가 새롭다고 하겠다. 이들의 긴장과 협력 관계가 순조롭게 교직하면서 하나카드의 욱일승천이라는 비단을 짜낼지, 혹은 하나 매트릭스 자체에 대한 회의감을 만들어 내는 무한 배틀이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 프라임경제(http://www.newsprime.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