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한국경제가 빠르게 회생하고 있다. 소규모 수출위주 개방경제 국가인 우리나라가 1929년 대공황을 능가한다는 국제 금융 위기의 충격을 정면으로 돌파하고 있는 것을 두고 세계 경제계는 엄청난 회복세라는 평가를 내린다. 우리 경제가 지난해 9월 위기설, 이번 봄 3월 위기설에 이르기까지 끊임없이 위기설에 휘말리는 등 매번 위기설 주인공이 됐던 것을 감안하면, 우리 정부가 ‘외환유동성보다 오히려 환율 안정성에 집중하겠다’는 정책을 펼 정도로 선방한 것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다.
이런 가운데 우리 경제가 이제 본격적인 회복을 시작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본격적인 회복 국면 유지 방안이 주문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더블딥(불황에서 한때 회복세를 보이다 바로 곤두박질치는 일)’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글로벌금융위기 1년을 슬기롭게 극복해온 우리경제가 순항하기 위해선 어떤 과제가 필요할까.
26일 발표된 올 3분기 우리나라 경제성장률(GDP) 지난 2분기보다 2.9% 성장했다. 미국이 현재 3.2% 정도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는 등(미국은 연율 환산 계산을 하기 때문에 우리나라와 차이가 있음) 주요 선진국이 아직 본격 회복세에 대한 선언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 같은 수치는 상당히 고무적인 것으로 풀이된다.
물론 이것이 완전히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 강화 결과라고 단정하기는 이르다. 정부의 승용차 세제혜택과 신차효과로 민간소비가 지난 2분기에 비해 1.4% 증가한 이른바 일회성 이벤트 효과를 감안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세계 경제가 완만히 회복되면서 수출이 자동차, 정밀기기를 중심으로 전기대비 5.1% 증가한 점이 주효한 것 역시 향후 세계 경제 동향에 우리가 크게 영향을 받을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하지만 이 같은 사정을 감안하더라도 상당한 의미를 둘 수 있는 회복세라는 풀이가 가능한 것도 사실이다.
우선 이벤트의 도움을 받기는 했지만, 민간 소비가 정부 지출보다 성장 주도의 동력으로 기능하고 있는 점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진다. 민간소비는 지난 2분기에 비해 1.4% 성장한 데 비해 정부소비는 오히려 0.8% 감소했다. 한국은행은 이에 대해, “지난 1분기와는 달리 이번 2분기와 3분기에는 민간부문이 경제성장을 이끌었다”고 평가했다.
한국은행은 이에 따라, 이번 4분기에 마이너스 0.1%에서 0% 정도의 성장률만 가능해도 연간으로 전기대비 0% 이상의 성장은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결국, 수출 주도형 경제인 우리나라는 세계 경기의 회복에 민감히 연관성을 맺으면서 앞으로의 방향을 가늠하는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이번 2분기, 3분기에 괄목할 만한 성장을 거두긴 했지만, 세계 주요 국가들의 경제가 어느 정도 회복돼 가느냐가 향후 우리 경제의 향방을 정할 변수인 것으로 보인다.
◆출구전략·환율 등이 관건
이런 상황에서 기준금리 조정 등을 둘러싼 논의가 달아오르고 있는 점은 당연한 일. 기준금리가 사상 최저 수준으로 머물러 있는 상황인 가운데 경제 성장률의 성과물이 예상보다 높게 나오면서 자칫 시중에 풀린 유동성과 합쳐져 ‘버블’을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금융 유동성을 제어해 인플레이션을 방지하는 출구전략의 정점이라고 할 수 있는 기준금리 인상도 임박한 게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이는 일단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더블딥 등 경제 비관론에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하면서 시기만 남겨 둔 듯 보인다.
윤 장관은 26일 “오늘 한국은행에서 3분기 성장률 속보치를 발표했는데 기대 이상의 실적”이라면서 “이에 뿌듯함을 느끼지만 한국이 너무 빠른 속도로 앞서 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도 느낀다”고 말했다. 윤 장관은 “이른바 더블딥 주장이 나오고 있으나 강만수 전 장관도 비관론자에 속한다”면서 더블딥 가능성을 일축했다. 이런 발언을 종합하면 출구전략 등 ‘속도조절’을 시작해야 할 필요성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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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시중에 풀린 유동성을 어떻게 회수하기 시작할 것인지에 대해 논의가 활발한 가운데, 국제공조론과 자국이익 최우선론이 격돌하고 있다.> |
하지만 민주당 강성종 의원 등이 ‘플라자 합의(미·일간 경제공조 합의)’ 때문에 일본경제가 1980년대 생성된 버블 위험을 제때 빼지 못해 이후 ‘잃어버린 10년’을 겪은 것을 지적하는 등 이러한 문제에 대한 논의가 시작된 만큼, 재정부와 한국은행 이성태 총재간의 절충이 이뤄질 것으로 보는 시각도 우세하다.
일부에서는 11월 기준금리 인상을 시작으로 기준금리 인상을 통한 출구전략 돌입이 시작될 것으로 보고 있다.
환율 하락으로 수출에 적신호가 들어오는 문제에 대한 대책도 경제계를 중심으로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환율전문가 108명을 대상으로 조사, 최근 내놓은 바에 따르면 연말에는 1161원, 내년도 1분기에는 1140원, 2분기에는 1124원이 될 것이라는 원/달러 환율치가 도출됐다. 세자릿수 진입이라는 일부 외국계 애널리스트들의 전망치까지는 도달하지 않을 것이라는 중간 정산 결과인 셈이다.
하지만, 외국인 주식 순매수 자금이 3분기에만 14조9000억원이 달하는 등 달러 유입이 컸고, IMF의 한국경제 성장률 전망 상향조정 등 우리경제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도 환율하락 분위기를 그대로 끌고 갈 것임은 부인하기 어렵다.
이에 따라, 전경련의 주장처럼 “최근 환율이 지나치게 떨어져 수출기업 경영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우리 제품의 대외경쟁력 확보와 경상수지 흑자 기조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환율 급변동을 완화하기 위한 통화당국의 제한적인 시장개입이 필요하다”는 제언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고용대책·아시아경제권 협력 등 ‘열쇠’
이렇게 외국 수출 문제로 인해 선진국 경제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상황을 극복하는 문제도 조심스럽게 논의되고 있다. 국내 경제를 활성화시켜 국제 경제 상황이 설사 나빠지더라도 이에 대한 자체적인 충격 흡수를 할 필요성이 이미 위기 초입부터 요청돼 왔다.
실제로 21일 한국은행 경제동향간담회 참석자들은 민간 부문 고용 사정이 부실한 점을 지적하고 나섰다. 한국은행 간담회에 참석한 경제 전문가들은 “최근 국내 경기가 글로벌 경제상황 개선 등에 힘입어 빠른 회복세를 보였다는 데 대부분 공감하며 향후 우리 경제가 전기대비 플러스 성장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동의했다.
하지만 향후 성장 경로의 불확실성도 적지 않다는 의견 또한 이들은 제시했다. 이들은 “최근 취업자수가 다소 늘어났지만 민간부문의 고용사정은 여전히 부진해 자영업자 등 취약계층의 고용상황을 보다 면밀히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미 지난 상반기에 도입됐던 각종 인턴 사업 등이 큰 성과를 내지 못하고 종료됐으며, 신한은행 이백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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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선진국과의 공조 못지 않게 우리 수출 비중이 높아지고 있으며 성장 잠재력이 풍부한 아시아 각국과 연계망을 확충해야 한다는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
아시아 각국과의 연대를 통한 공조망 강화도 주요 키워드로 언급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22일 “아세안+3 경제협력의 평가와 전망'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한국은 경제성장과 민주화를 동시에 달성한 국가로서 동북아에서는 중립적인 위상을 갖추고 있다”면서 “아세안과 함께 책임있는 동반자로서 아세안+3 체제를 선도할 수 있다”고 밝혔다.
연구소는 한국이 동아시아경제공동체 창설 과정을 주도하기 위해서는 동북아 3국과의 FTA를 추진하고 아세안의 경제발전을 지원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연구소의 시각은 향후 아세안+3 경제의 미래가 동아시아 역내의 수요 창출에 달려있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이런 삼성경제연구소의 상황 인식은 이명박 대통령의 그것과도 맞닿아 있다. 이 대통령은 이번 10월 하순 동남아를 순방, 아세안 국가들과의 경제 협력 기반을 다지는 데 역량을 발휘했다. 하나금융지주 김승유 회장 등 주요 경제거물들도 대동한 이번 순방이 역내 무역을 활성화하는 ‘선순환구조’를 만들어야 내는 단초가 될지 주목된다.
결국 세계 경제 위기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MB정권 1기와 같은 고환율 수출 주도 같은 단순화된 주제의식 하나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만큼, 다양한 전략 구사가 펼쳐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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