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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지점 주고받은 우리銀·하나銀 엇갈린 행보

10년 숙원 철저진행 하나은행·가든파이브行 손실우려 우리은행?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09.10.19 14:59:12

[프라임경제] 은행권이 지점 통폐합과 비정규직 감원 등 관리비용 절감에 골몰하고 있다. 수익을 내기 어려운 지점은 불가피한 경우나 반대급부를 기대할 수 있는 경우가 아니면 일단 도마에 올리는 것.

그런 점에서 최근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은 인천공항지점을 주고받아 눈길을 끌고 있다.

공항지점은 높은 임대료 등 유지비용 때문에 각 은행들이 탐을 내면서도 막상 경영하는 데 숨은 애로가 많은 아이템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지난 4월 이뤄진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의 인수인계는 상당한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우리은행은 당초 진행돼 온 비효율 지점 철수 정책의 일환으로 실리를 택한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하나은행은 4대 금융지주사 산하 은행으로서 이미지 제고 효과가 높은 공항지점을 갖는 숙원을 푸는 것으로 풀이됐다.

한편 이들의 공함지점 인계는 이런 철학과 판단과정의 중점이 다르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한편 우리은행의 경우 이 점포 철수 후 매듭지은 가든파이브지점 건 때문에도 이야깃거리를 낳고 있다.

◆하나은행, 명장(名將) 내세워 십년대계(十年大計) 풀어

   
  <사진=하나은행은 금년 4월 우리은행이 철수하는 인천공항지점 자리를 인계받아 2002년 이래의 숙원을 풀었다.>  
하나은행이 금년 봄 입점한 인천공항지점은 우리은행이 입점을 포기하면서 그 빈자리를 넘겨 받은 것.

하나은행은 이미 2002년부터 인천공항 진출을 노려왔으나 두 번 실패했으며, 이번에야 그 꿈을 이룬 셈이다.

하나은행은 이번 입점을 위해 그간 면밀히 준비한 내용에 하나은행은 4월부터 인천국제공항에 지점 1곳과 환전소 6곳, 출장소 1곳을 여는 데 성공했다.

이번 진출에는 소호마케팅 팀장과 백궁지점 팀장을 지낸 오성섭 씨를 앞세워 철저히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 씨는 특히 각종 사업 개척에 발군의 실력을 보여왔다는 평이 있으며, 특히 하나은행 김정태 행장은 1월부터 오 씨 등 창립요원들에게 면밀한 준비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3개월간의 준비 기간을 알차게 활용, 3월 우리은행 철수·하나은행 4월 입점의 촉박한 일정을 극복할 수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오 씨는 현재 공항지점장으로 영전했다.

하나은행은 특히나 지난 연말 키코 논란 등으로 적립금 충당과 이미지 손실 등 후폭풍을 심하게 겪었다. 적자 전환을 하는 등 실적 면에서 부담이 없지 않았던 것도 사실. 하지만 그간 공항지점을 갖기를 염원했던 이유, 즉 이미지 제고 효과에 대한 자신이 있었기 때문에 어려운 상황과 같이 찾아온 기회를 잡는 초강수를 둘 수 있었던 것으로 해석된다. 하나은행은 이번 입점으로 높은 임대료를 상쇄하는 이미지 제고 효과를 공항 이용자들에게 각인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을 낳고 있다. 

◆실리 찾아 떠난 우리은행, 가든파이브에 눈길?

한편, 주판알을 튀겨 본 끝에 공항에서의 철수를 택한 우리은행은 명분과 무형의 기대이익 대신 장부에 시현되는 실리를 택한 셈이다.

하지만 우리은행의 경우 봄에 이같은 실리 행보를 보였으나 여름과 가을을 거치면서 가든파이브 문제로 잘못된 선택이 아니었냐는 구설수에 시달리고 있다. 요약하기에 따라서는 공항지점이라는 노른자위를 버리고 호기롭게 떠났으나, 판단 실수로 엉뚱한 곳에 착륙한 셈이라고도 할 수 있다.

우리은행은 서울특별시가 청계천 복원 공사를 이유로 터전을 잃은 청계천변 상인들을 입점시키고자 추진한 '가든파이브'에 인근 지점을 한 곳을 이전·개설했다. 우리은행으로서는 먼저 입지를 다진 인근 지점을 새 명소에 보내 확보된 고객과 새 고객 모두를 잡는 시너지 효과를 기대한 것으로 보인다.

   
  <사진=우리은행이 점포를 개설한 가든파이브. 자칫 동양 최대 쇼핑몰이 아닌 유령단지가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하지만 가든파이브 지점 건은 특히 이번 국정감사에서 '가든파이브=유령단지'로까지 비판받는 수모를 겪고 있다. 가든파이브는 청계천 상인들이 높은 가격 때문에 아예 입점을 포기하거나, 입점을 추진했다가도 저울질 끝에 이를 포기하는 등 '눈에 차지 않는' 면이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이들 우선 이주 대상자들 말고도 일반분양 추진도 진행됐으나 결국 38%만 차는 등 어느 면에서도 보더라도 장점이 없는 공간이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13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나라당 장제원 의원은 이른바 '아시아 최대규모의 쇼핑몰'인 가든파이브의 분양률이 38%에 불과해 개장이 10개월째 연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장 의원은 "가든파이브가 자칫 유령단지가 되는 게 아니냐"고까지 우려했다. 같은 당 박상은 의원도 가든파이브의 분양 상황에 대해 신랄히 지적했다.

문제는 이러한 유령단지 논란이 이미 지난 초가을부터 회자됐다는 데 있다. 우리은행과 신한은행만 입점

   
  <사진=우리은행이 가든파이브 입점을 강행한 것을 놓고 판단 실패가 아니냐는 성급한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서울시 금고라는 인연 때문에 이같은 결론으로 기운 게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한다.>   
을 결정했고, 다른 경쟁자들은 가든파이브 입점 건을 계산 끝에 접었다는 것.

결국 우리은행측의 판단은 다른 은행들의 정보력이나 하다못해 일반 소규모 자영업자들의 가든 파이브에 대한 시각보다 못하다는 지적을 낳을 수도 있게 됐다.

더욱이, 우리은행이 서울시의 금고역을 맡고 있는 사정을 겹쳐 보는 이가 없지 않아, 이같은 지점 개설 강행이 정치적 판단이 일부나마 가미된 게 아니냐는 해석도 가능한 점은 더 큰 우려를 낳고 있다. 우리은행이 황영기 전 행장(겸 우리금융 회장)과 박해춘 전 행장의 시대를 거치면서 파생상품, 카드 사업 부문의 공격적 추진 등 외형 성장을 추진하면서 금융지주 전반까지 힘들어졌던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에 따라 이종휘 행장은 취임 이후 '내실'에 큰 비중을 둬 왔고 은행 수뇌부 인사들도 이 점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처럼 한쪽(공항지점)에서는 이미지 제고 효과마저 포기하는 결단을 내리는 한편, 다른편(가든파이브)의 경우에는 실리 계산에 능하지 못한 모습에 정치적 판단까지 가미되는 모습을 보이면서 갈피를 잡을 수 없는 행보로 빛이 바래게 됐다.

이렇게 우리은행과 하나은행간 인천공항지점 바톤 터치, 그리고 그 이후 진행된 가든파이브 건은 공항 내 지점 하나를 주고받는 문제 뿐만 아니라 은행의 사세와 정보력, 판단력이 엇갈리면 어떤 결과를 낳을 수 있는가라는 점에서 눈길을 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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