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상황에서 이 회장은 조직 추스르기에 만전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16일 업계에 화제가 된 '이메일 정치'는 후발업체이자 역사가 상대적으로 짧은 하나금융지주에 우리금융이 인수'당하는' 시나리오에 조직이 흔들리는 것을 막기 위한 적극적 조치로 해석되고 있다.
이런 이 회장의 처지는 근래에 부임한 김준규 검찰총장의 행보와도 겹치는 면이 있다.
김 총장은 조직이 천성관 전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검사장이 총장 내정자로 지명됐다가 스폰서 논란 등으로 낙마,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어려운 상황에 부임했다.
◆적극적 성격·아이디어 많고 말의 정치학 즐기는 공통점
이 회장의 특성 중 두드러지는 것은 조직이 흔들릴 때마다 이메일 소통이라는 비장의 카드를 꺼내든다는 것.
이 회장은 16일 최근 불거진 하나금융지주의 우리금융 합병 인수설에 대해 전직원에 이메일을 띄웠다. 이 회장은 "금융산업 재편 과정에서 논의 가능한 다양한 시나리오를 점검하고 있다. 향후 금융산업 재편이 어떠한 방식으로 전개되더라도 우리금융이 그 중심적인 역할을 담당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이 회장의 이메일 사내 정치(社內 政治)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일례로 지난 5월에도 조직 계파 문화에 대한 훈계를 이메일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직 내부 단속용이기도 하지만, 파벌별로 불화가 있다는 외부 시선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로도 해석됐다.
또 이러한 이 회장의 이메일 정치는 어차피 조직이란 뒷말이 없을 수 없는 만큼, 아예 문제를 공론화하고 더 이상의 상황 악화와 심리적 동요 등을 막는 게 차라리 낫다는 판단을 반영하는 것으로도 읽힌다.
이 회장은 적극적 성격의 경영인으로도 유명하다. 특히 최근에는 우리금융 파생상품 투자손실로 황영기 전 우리금융 회장 징계·우리은행 기관 징계 문제가 불거진 상황에서도 해외 IR을 떠난 바 있다. 물론 우리금융의 주력 업체인 우리은행의 기관 징계가 걸리지 않는 바는 아니었겠으나 의기소침해져 일에 소홀하지 않겠다는 뜻을 시사한 행보로 받아들여졌다.
이 회장은 또 한때 서울시립교향악단 사장을 맡아 부실을 단기간에 정리하는 '경영혁신맨'으로도 이름을 날렸다. 이런 능력으로 인해 고려대(법대) 출신으로 이명박 대통령의 학연 덕을 봐 승승장구하는 것이라는 일부 시선에서도 상당 부분 자유로운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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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김준규 검찰총장> |
김 총장은 학벌에 따라 줄을 서는 조직 문화를 타파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섰다는 점에서 이 회장의 지난 5월 이메일 행보와 맥을 같이 하고 있다. 김 총장은 검사들의 출신고교와 대학을 표기하는 개인별인사존안자료와 법조인대전 등에서 이 기록을 제외하겠다는 구상을 밝힌 바 있다.
특히 검찰 내 일반직원들 중 로스쿨 교육 후 검사 발탁 등 기존 관행을 초월하는 생각들을 쏟아내 여러 차례 화제를 낳았다.
한때 인사 청문회 기간 중 언론 보도와 전쟁을 치르면서 언론에 덴 게 아니냐는 소리도 나왔지만, 이를 감안해도 역대 검찰 수장 중에는 가장 적극적인 발언을 하는 인물임은 틀림없다는 평가들도 따른다.
◆일 열심히 하지만 사고가 줄지어 따르는 불운 '동병상련'도
특히 이들은 적극적으로 일을 한다는 공통점도 있다. 김 총장의 경우 부임하고 가장 먼저 골몰한 대목이 바로 용산참사 수사기록 미공개 문제였고, 기록을 가져오라고 해 손수 오랜 시간 꼼꼼히 읽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회장 부임 후 제일성으로, "그룹 시너지를 높이기 위해 교차판매 등 연계 영업을 적극 모색하고 지배구조 개선 방안도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외곽에서 맴돈 경험이 있다는 점도 공통점이다. 김 총장의 경우, 특수통이나 공안통 등 화려한 이력을 가진 검사이거나 기획 능력이 뛰어난 기획통으로 분류되지는 않고(굳이 따지자면 국제통이라고 할 수 있다는 일부 기자들의 의견도 있음), 이전에도 전형적인 재경 검사(서울 주요 보직에서 근무하는 민완한 능력의 검사)도 아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간부로 승진한 이후에도 근무를 주로 지방에서 해, 부임하면서 "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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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이팔성 우리금융 회장> |
하지만 우리금융 이 회장이나 서초동 김 총장은 모두 일을 열심히 하고 능력과 열정이 있음에도 고생을 한다는 점에서도 공통점을 갖는다.
김 총장은 최근 공분을 산 아동성폭력 사건인 조두순 사건에서 검찰이 법적용을 잘못했다는 문제로 가시방석에 앉았다. 더욱이 16일에는 검찰이 피의자 가족을 유인해 사실상 조사를 했고 특히 모멸감을 주는 질문을 한 것으로 알려진 이른바 '모멸감 수사 의혹'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김 총장이 '수사패러다임 개선 방안' 등을 통해 '신사다운 수사 방식'을 확립하자고 강조한 지 불과 얼마 지나지 않아 일선, 그것도 검찰의 꽃인 특수부에서 터진 의혹이어서 더 상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금융은 최근 하나금융지주의 피인수 대상으로 부각된 외에도 끊임없이 따라붙는 부실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해, 이 회장이 이를 해방시키는 첫 인사가 될지 주목된다.
어려운 시기에 부임한 두 수장이 각자 조직에 원래의 명예를 되찾아 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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