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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은행 소송업무 수행 이상징후?

"안 물어줘도 될 돈 물어주고 적극적 공격없다" 지적도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09.10.16 11:33:46
[프라임경제] 굴지의 은행 신한은행이 송무(訟務) 수행에서 소극적이고 안이한 태도를 종종 보여 은행 곳간을 지키는 능력에 의구심을 낳고 있다.

신한은행은 국내 주요 은행들이 타격을 받는 중에도 우수한 실적을 올린 몇 안 되는 은행 중 하나. 하지만 거액의 금전이 달려있는 소송 등 법적 분쟁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좋은 게 좋은 것'으로 대응하는 태도가 보이고 있다.

   
  <사진=서울 남대문로 신한은행 본사>  
삼성그룹의 이건희 전 회장이 "1000억 달러 어치를 수출해도 2000억 달러 송사 잘못하면 손해 아니냐"고 법무 조직 강화를 지시한 적극적 소송 대응과는 정반대의 길을 가고 있는 셈이다.

◆자금회수 대응 너무 늦어, 왜 이러나?

신한은행이 최근 자사 손실을 회수하기 위해 225억원대 소송을 전직 신한은행 직원 유가족들에게 제기하고 나서 눈길을 끌고 있다.

이는 지난 2월 고객 예치금 225억원을 횡령한 신한은행 직원이 돌연 사망한 사건의 뒤처리로 남은 것. 서울중앙지방법원 등에 따르면, 신한은행 모 지점장으로 일하던 A 씨는 2004년 9월 자신이 관리하던 고객예탁금 15억원을 자기앞 수표를 바꿔 출금하는 방식으로 횡령했고, 이후 금융감독원 감사망이 조여오는 등 문제가 되자 세상을 등졌다. 신한은행측이 소송을 낸 것은 이 사건 횡령액 중 거액이 유가족들의 계좌에 들어가는 등의 흔적이 있어 방조(범죄 협조) 내지 공범(범죄행위 적극 가담)으로 배상을 청구한다는 내용이다.

여기서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은 지연처리 부분.

이 돈은 우정사업본부가 신한은행 계좌로 예치했던 금원으로서, 신한은행은 우정사업본부와 금융감독원 등이 이 사건에 주목하자 전액 변상 조치를 해 주기로 일찍이 '손을 들어 버렸다'. 직원 횡령 건인 만큼, 소송에서 패소 가능성이 높다고 짐작되는 데는 데 따른 대응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렇게 직원 행동으로 손실을 입은 만큼, 신한은행으로서는 적극적으로 구상(손해 배상을 대신 한 다음 이를 회수하는 조치)하는 게 순리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2월에 우정사업본부에 별다른 법적 대응 없이 손실을 모두 입금해 주기로 의사 표시를 한 뒤, 막상 손실(225억원)을 회수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적극적 조치를 안 하고 8개월여를 끌다 뒤늦게 대응에 나선 셈이다.

1996년 인천 북구청 세금 횡령 비리 건에서 보듯, 횡령 후 가족 계좌로 옮기면 회수가 어렵고, 그나마 자금을 다시 연쇄 이동을 시키는 경우를 예상할 수 있어 초동 대응이 급했는데도 대응이 미진했다는 평을 면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안 내 줘도 될 돈 '체면' 때문에?

한편 신한은행은 지난 5월에는 지급을 지연해 볼 수도 있는 돈을 미리 선뜻 내줬다는 논란에 휘말리기도 했다. 무려 324억원에 달하는 거액.

신한은행은 서울중앙지법에 메리츠화재를 상대로 RG관련 소송을 제기했다. 진세조선이 외국선사인 '송가'로부터 선박을 수주하면서 맺은 보험이 얽히고 설킨 것.

진세조선은 2007년 송가로부터 선박을 수주하면서 선수금으로 2000여만 달러를 받고 송가가 신한은행에서 RG(지급보증)를 발급받을 수 있도록 요청했다. 선수금을 받는 대신 만일의 경우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신한은행은 다시 메리츠화재에 RG보험을 들었다.

송가는 진세조선이 파탄 위기에 처하자 신한은행에 RG 지급 요청을 했고, 신한은행은 이를 지급했다.

역시 신한은행은 통상적인 수순에 따라 다시 메리츠화재에 보험금 지급을 요구했다.

하지만 메리츠화재가 논쟁거리로 들고 나온 대목은 진세조선과 송가가 이미 선박 인도가 지체될 것을 합의, 배상 요청을 자제하기로 했다는 부분이다.

결국 이런 새로운 특약을 근거로 지급을 거절하거나 연기할 수 있었는데 신한은행이 미비한 검토로 인해 지급을 하고 보험사에게 이를 떠넘겨서는 안 된다는 것. 이 분쟁이 처음 수면 위로 떠올랐을 당시 신한은행이 다퉈볼 만한 사안을 체면 문제 때문에 물러선 게 아니냐는 풀이가 나돌았다. 유무형 피해를 입을 은행측으로서는 당연히 지레 겁먹고 적절한 타협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는 것. 하지만 지나치게 '젠틀'했던 게 아니냐는 꼬리표는 최종적으로 신한은행측이 전면 승소 판결을 얻고 확정되더라도 따라붙을 전망이다.

◆우리금융은 당연히 물어줄 돈도 일단 쥐고 버티는데…

이런 신한은행의 소극적인 송무 태도는 자연스럽게 다른 은행권의 어그레시브한(공세적이고 저돌적이다 못해 때로는 억지스러운) 송무 태도와 비교되고 있다.

특히 일각에서는 우리금융지주의 2004년 송무 대응과 신한은행의 최근 행보를 비교하기도 한다.

우리금융은 400억 횡령 사건을 놓고 미래에셋증권에 다소 억지스러운 논리를 펴며 자금 회수 공격을 퍼부어 마찰을 증폭시킨 바 있다.

우리카드 직원들 중 일부가 우리은행과의 합병으로 어수선한 틈에 횡령 사고를 일으켰고, 이를 유흥비와 호화 생활로 탕진하는 한편 미래에셋증권에서 선물 거래를 하기도 했다.

즉 미래에셋증권은 '고객'이 선물거래 통장을 열고 돈을 거래한 것일 뿐, 아무런 범죄 가담은 없는 것. 하지만 당시 우리금융측은 용의자들이 개인임에도 불구 거액자금을 선물에 투자했는데도 창구 역할을 한 미래에셋증권이 위험고지 의무를 다하지 않은 것 아니냐고 주장, 마찰을 일으켰다.

어쨌든 고객들의 피땀어린 재산으로 구성된 금융사 자산인 만큼 회수에 전력을 다하다 보니, '무리수'를 뒀다는 평가다. 무리수인 것은 맞지만 적극적 태도인 것만은 인정해 줘야 한다는 것.

이렇게 신한은행의 송무 태도가 여러 모로 미진한 구석을 남기고 있는 가운데, 이런 부분에서부터 1등 은행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은행간 전쟁에서 밀리기 시작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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