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우리금융지주가 내놓은 신조직문화가 수박겉핥기식으로 변질될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현재 증자 추진 등 외형적 성장 구상까지 사실상 뒤로 미룬 채 역점 사업으로 신조직문화 구축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내실을 다져 본격적으로 도약하기 위한 포석인 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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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서울 회현동 우리금융·우리은행 본사> |
◆우리금융, 왜 지금 경영혁신인가?
'이팔성 우리금융號'가 조직문화 개편에 착수한 점은, 시의적절하게 메스를 댄 것으로 풀이된다. 우선 우리금융지주는 외환은행 등과 더불어 M&A 문제로 업계의 뜨거운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하지만 비단 M&A 추진 등 피동적인 상황 변화를 겪게 될 가능성 아니라 민영화 추진 등으로 독자적으로 설 가능성도 있는만큼, 지금 단계에서 추스를 필요가 있다는 풀이다. 특히 감독당국과 정치권에서 국정감사철을 맞아 민영화에 대한 논의를 다시 꺼내고 있는 등 우리금융지주의 향후 발전 방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은행 역시 이종휘 행장 직속으로 태스크포스를 두고 연구하는 등 지주사의 변화 물결에 부창부수로 응답하고 있다.
더욱이 예금보험공사와 MOU를 체결하고 단기 성과만 지향하는 문화에 오래 젖어 있어서는 펀더멘털 강화가 어렵다는 점도 문제로 남는다.
이에 따라 지난 9월 우리금융지주는 각 계열사 최고경영자들과 임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보고대회를 열고 전략적 문제들에 대한 심층적 체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까지는, 현장 제일주의와 창의적 조직문화를 통한 핵심 경쟁력 확보에 우리금융지주는 특히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빠르면 연말에 '신조직문화 선포식' 등이 본격 가동을 할 것으로도 알려졌다.
◆벤치마킹 대상은 토요타와 서울시?
우선 관련 태스크포스가 경영혁신으로 유명한 자동차 메이커 토요타를 연수 대상으로 삼은 것이 알려지면서 조직혁신의 윤곽은 대체로 일본식의 전략적 비용 절감과 효율성 제고들이 될 것으로 분석된다.
계열사 간 유사기능 통합은 물론, 저성과 직원 역량 강화, 구매절차 간소화 등이 주요 안으로 언급되고 있다. 혁신 아카데미 설립도 주요 카드가 될 전망이다.
우리금융이 이달 초 티엑스 가입 고객을 상대로 주식거래 수수료를 최대 1년 무료 혜택을 제공하기로 한 것을 유사기능 통합의 시험 가동으로 풀이하는 것도 이같은 혁신 추진 상황 때문이다. 온라인 증권 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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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우리금융은 조직 시너지에 특히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이번 티엑스 문제 역시 이같은 역량 강화의 신호탄으로 풀이된다.> |
비용절감 특히 구체적으로는 임금 감액 등 최근의 흐름 역시 이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 8월말 임급 감축에 합의를 이룬 우리금융의 행보는 토요타의 성과급 반납 사례를 연상케 하는 대목이다. 승진 누락 직원들의 경우 호봉 상승에 제한을 둬 승진을 안 해도 호봉상승을 통해 웰빙을 하는 것을 막자는 급여상한제 아이디어도 현실화된다.
아울러, 이같은 토요타식 성과 향상 시스템 외에 다른 벤치마킹도 진행될 점망이다. 우리금융이 연말까지 창의제도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을 하는 점은 서울시와 흡사하다. 오세훈 현 서울시장은 창의 공무원에 대해 아이디어 포상을 하면서 생각 짜내기를 독려 중이다. 이팔성 회장이 지주 부임 전 서울시와 밀접한 연관을 가졌던 인연을 연상케 하는 대목이다.
◆어정쩡한 절충안, 시행 연기 등 벌써부터 용두사미 우려
하지만 이같은 구상이 본격적으로 뿌리를 내리기 전에 열기가 사그라들 우려도 현존하고 있다.
우선 우리은행 현장에서 혁신 문제 추진이 적절한 절충안 도출로 매듭지어지는 경향이 발견되고 있다. 지주사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우리은행부터 단추를 잘못 끼우면 전체 그림을 망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우려가 더 높아지는 것.
우선 호봉 승급 상한제, 승진 시험제 부활 등이 야심차게 추진됐지만, 대체로 수정이 가해지거나 추진 동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풀이된다.
우선 책임자급 직원들은 승진에서 탈락되어도 매년 인상된 급여를 받았지만 이 폐단을 극복하기 위해 호봉 승급 상한제가 실시된다.
하지만 시행 시기가 오는 2011년 9월부터로 너무 늦다는 점이 우려를 부르고 있고, 15호봉 이상인 책임자급들은 호봉은 올라가지만 급여는 인상되지 않는다는 골자 역시 15호봉이라는 후한 기준선 때문에 사실상 패널티 기능은 없다는 해석을 낳고 있다.
더욱이 우리은행의 경우 인사고과나 근무성적으로 승진했던 기존 인사제도를 직급별 자격시험을 실시해 승진에 반영할 계획이었지만 시험평가로 대체한 점도 후퇴로 꼽힌다. 다만 현재 40시간의 연수시간을 20시간을 더 연장키로 하는 선에서 봉합이 이뤄진 셈이다.
한 발 물러선 형태인 시험평가 역시, 다시 한 번 일보 후퇴를 거듭할 전망이다. 매년 행원급들의 업무숙지를 위한 평가 시험을 책임자급까지 확대해 업무평가에 반영키로 한다는 대전제와 함께, 이르면 10월 시범적으로 실시한다는 구상이었으나 이도 연기 조짐을 보이고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10월 시험 실시가 아니라 11월 실시로 안다"고 전했다.
우리금융이 8월말 내놔 금융계 전반에 신선한 충격으로 받아들여졌던 '임금 5% 삭감 등 비용 절감' 문제역시 겉보기와 다른 게 아니냐는 뒷말을 낳고 있다. 토요타식 경영혁신의 본류와는 결이 다르다는 것.
이 삭감을 우리은행이 파생상품 투자 손실로 황영기 전 우리금융 회장이 금융 당국으로부터 중징계 논의를 이미 7월부터 본격적으로 당하는 와중에 기관경고 문제까지 불거지는 상황에 치고 나가기를 한 것으로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결국 우리금융-우리은행의 경영혁신 구상은 초입부터 과감한 불도저식 밀어붙이기 대신 주변 불평을 모두 다독이며 끌어안으면서 가는 화합형으로 진행되고 있는 셈이다. 인화단결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이 와중에 속도가 떨어지는 게 아니냐는 반대급부가 존재할 수 밖에 없는 상황. 이 회장이 서울시립교향악단 대표로 재직할 당시 보여준 추진력이 이번에는 발휘되지 않을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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