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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태 총재 11월엔 소신 관철할까

금리인상 의지에도 '동결'…한은 독립성 맞물려 냉가슴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09.10.09 10:59:47
[프라임경제] 한국은행 이성태 총재의 소신이 다시 꺾였다.

한국은행이 최근 기준금리 인상 문제를 놓고 기획재정부 등 정부와 입장차를 보여온 가운데 발표된 9일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결과는 2.0% 유지동결이었다. 이에 따라 금통위는 8개월째 금리 동결을 발표했다.

◆韓銀 기준금리 인상 필요성 주목 '부동산 가격 우려'

이 총재와 당국의 기준금리에 대한 인식차는 기재부와 한국은행의 기본 임무 차이에서 기인한다는 풀이다.

수출 등 경제 성장 문제를 고려하는 데 주안점이 있는 기재부와 한국은행법 제 1조에서부터 물가 안정 등을 주요소임으로 밝히고 있는 한국은행의 체질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시중에 풀린 자금을 회수하는 인플레이션 차단 문제(이른바 출구 전략) 및 기준금리 등에 대해 온도차도 여기에 기인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세계은행 총회 참석차 터키를 방문한 이 총재는 7일(현지시각) "몇 년 전처럼 (부동산 가격이) 확 올라가면 안 된다. 우리나라 부동산은 (금융위기로) 별로 안 떨어졌다가 올라가는 것으로 조짐이 좋지 않다"는 등 부동산 가격 상승 문제에 대해 우려했다.

또 "경기상황을 본다는 것은 GDP뿐만 아니라 부동산 국제수지 등을 모두 감안한다는 얘기"라고 설명해, 외형적 지수 외에도 물가 안정에 대한 의지를 밝힌 바도 있다.

◆경제위기 이후 독립성 주장에 한계

또 지난 번 금통위 이후에도 이 총재는 출구전략의 핵심이 막바로 금리인상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한국은행은 기준금리 인상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으나, 기획재정부 등의 난색으로 인상 단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해 국제금융위기 이후에 독립성이 일부 침해되고 있다는 평가다. 사진=한국은행>  

이명박 대통령이 이른 출구전략에 대한 발언을 내놓는다 해도 기준금리 문제와 이를 분리하려는 시도로 분석됐다.

그러나 결국 이번 금통위에서도 금리가 동결되면서, 기재부 등의 시각 앞에 한국은행이 일단 소신을 굽혔다고도 볼 수 있다.

선제적 조치를 강조해온 이성태 한국은행號로서는 좌절을 맛본 셈이다.

이런 상황은 한국은행 독립성 보장에 대한 사정이 좋지 않은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국제경제 위기가 닥친 2008년부터, 경제부처 관계자 등을 멤버로 한 서별관 회의가 일상화됐는데, 여기에 한국은행이 들어갈 때부터 이미 독립성은 잠식이 불가피했다는 것이다.

더욱이 최근 기조가 중앙은행들의 독립성보다는 총체적 경제정책기구로서의 역할과 경제위기 상황에서의 소방수 역을 강조하는 국제적 추세 역시 종속성을 강조, 이 총재가 각종 정책에서 독자적으로 소신을 펴긴 어려운 구도를 만들고 있다.

◆외국계기관 등 "한국은행도 11월에는 금리 올릴 것"

하지만 이번 금통위에서는 이 총재의 시각이 일단 한 걸음 뒤로 물러섰지만, 언제까지고 금리를 묶어둘 수는 없다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우선 기준금리를 무한정 묶어둔 채 경제회복을 추진했다가는 차후에 금리를 조정하는 경우 더 큰 충격에 빠지는 상황을 맞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실질 정책금리가 마이너스가 될 시점을 고려하면 정부가 기준금리 인상 필요성을 더 강하게 느끼는 것은 시간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노무라 인터내셔널 권영선 이코노미스트는 "이날 발표된 8월 산업생산은 한국의 연간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3분기에 플러스로 올라서고 실질 정책금리는 마이너스가 될 것임을 암시한다"고 말했다.

"이례적으로 낮은 금리를 정상화려면 연말 전이 적기임을 나타낸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노무라는 11월 중 한국의 기준금리 인상을 전망했다.

하지만 11월 중에는 기준금리 인상 필요성에 대한 한국은행쪽의 시각이 관철된다 하더라도, 연이은 동결 압박에 결국 수용 영향을 받은 것으로 해석되는 이번 달 금통위 회의 결과는 한국은행 독립성에 대한 우려를 그만큼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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