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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한 금융상황,은행상품 속에 답 있다?

원화강세행진·자금유동화·펀드런 등 아이디어상품 경쟁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09.10.06 11:16:34

[프라임경제] 세계 금융위기 여파가 다소 가라앉고 경기가 회복 기미를 보이면서 금융 부문도 복잡한 활동을 보이고 있다.

경기가 회복되다 다시 하강침체로 들어가는 더블 딥 가능성이 남아있고, 끝을 모르는 원화가치 고공 행진 문제로 수출 차질이 우려되는데다 증시에도 외국인 이탈 등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마저 제기되고 있다. 더욱이 기준금리는 출구 전략 채택 시기가 뒤로 밀리는 분위기 속에서 오를 줄을 몰라 자금 유동화 현상을 부채질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평가다.

이에 따라 은행마다 이런 변화에 발맞추기 위한 활동을 펴고 있다. 시장 선도 내지는 적어도 기존 고객 이탈을 방지하려는 아이디어 전쟁이 지난해 금융위기 한가운데 못지 않게 이어지고 있다.

◆환율사정 불안하면 보통 외화 예금으론 안 된다?-씨티은행 오토바이셀

한때 외화 예금 통장이 재테크 수단으로 주목받은 적이 있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원/달러 환율이 높게 치솟으면서 남은 달러를 보관해 놓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재테크가 되는 상황이었기 때문.

그러나 원/달러 환율이 하락세를 지속하고, 아예 내년에도 원화 가치 고공행진이 지속돼 내년 원/달러 환율이 세자릿수를 기록할 것이라는 해외 투자은행들의 분석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고 보면 달러화 등을 통장에 담아두는 것 자체로는 앉아서 돈을 벌 수 있는 매력은 이미 사라진 상황이다. 외화 예금 통장의 본원적인 의미만 남은 셈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라 해도 외화 통장을 통한 환율 파도타기 지혜가 덜 중요해진 것은 아니다. 오히려 상황이 복잡해진 만큼 송금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요구되는 일명 '기러기 아빠' 등으로서는 더 복잡한 사정이라고도 할 수 있다.

환율이 떨어질 때는 송금은 나눠서 하고, 해외에선 현금보다는 카드 결제가 유리하다는 게 그나마 현재로서는 가장 알려진 환테크 방법이다.

문제는 이같은 전략을 구사하기 위해서는 달러를 쓸 일이 있다면 쌀 때 많이 사놓는 유리하다는 체력전과 정보력 및 판단력 문제다.

자녀를 유학 보내고 생활비를 보내는 경우라면 꼭 필요한 대목이지만, 환율이 하락한다는 전반적 기조만 파악돼 있을 뿐, 당국의 개입 가능성 등 여러 변수가 있고 생활에 매몰되다 보면 이 문제만 신경쓸 수도 없어 적기를 택하기 어렵다.

달러를 살 때는 한꺼번에 사기 보다는 조금씩 나눠서 사기를 바라는 수요층에게는 한국씨티은행이 내놓은 '오토바이셀 통장' 같은 특이 기능을 갖춘 상품이 눈길을 끌어당길 수 밖에 없다.

이 상품은 원하는 환율을 구간으로 지정해 놓고 주문을 미리낼 수 있기 때문에, 외환 딜러에게 미리 필료 수량과 원하는 구간을 정해 매매를 일임해 놓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따라서 달러가 쌀 때 분할매수해서 외화예금에 넣었다가 나중에 필요할 때 써 환차손을 줄이고 싶은 경우 적절한 활용이 가능하다는 기대를 모으고 있다.

◆부평초처럼 떠도는 유동자금 유혹하는 하나은행 369 정기예금

   
   
최근 은행권은 지난 해 끌어들인 고금리 특판 예금들의 만기가 돌아오는 상황에서 이 자금을 다시 끌어안기 위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아울러, 경기 부양을 위해 유동성이 많이 풀린 상황에서 주식으로 가던 자금이 즉시 인출이 가능한 은행 예금에 머물고 있다는 점도 주목하고 있다.

결국, 이런 상황은 주식시장에서 발을 뺄 때가 됐다는 불안 심리가 조금씩 높아지고 있고, 한편 기준 금리 조정 가능성이 한국은행발로 계속 언급되는 등 금리가 오를 것이라는 기대가 합쳐진 '임시적 상황'인 셈이다.

은행들로서는 자금 유치를 위한 노력만큼 성과를 거두기 어려울 수도 있는 대목이다.

이런 상황에서 하나은행은 '역발상'으로 금융소비자들에게 어필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하나은행의 369 정기예금은 정기예금에 가입하고 나서 3개월, 6개월, 9개월 등 기간별로 중도해지 해도 높은 금리를 받을 수 있도록 해, 금리 상승기에 유리하다는 평이다.

즉, 언제 금리 사정이 변동할지 모른다는 생각을 품고 있는 소비자들에게, 중간 이탈 기회를 적절히 보장하는 것이다. 금리 상승기에 유리하다는 이미지를 심음으로써, 유사한 상품군 속에서도 독보적인 위치를 점하겠다는 포석으로 읽힌다.

이런 전략이 주효해, 하나은행은 지난 달 말, 369 정기예금이 19영업일 만에 1조원을 유치했다고 발표했다. 4대 지주 소속 은행으로서는 상대적으로 영업점이 적고 조달금리 면에서 열세인 점이 늘 고민거리이던 하나금융-하나은행으로서는 아이디어 하나로 상황을 극복한 성공사례를 또 하나 추가한 셈이다.

◆적립형 펀드 이탈 조짐 뚜렷-신한금융 적립 펀드 안정성 강조 눈길

최근 적립식 펀드의 이탈 조짐이 뚜렷하다. 지난해 주가 폭락으로 놀란 가입자들이 펀드에서 자금이 이탈하는 펀드런이 현실화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상장지수펀드(ETF)를 제외한 국내 주식형펀드의 9월 순유출 규모는 2조3906억원에 달한다(2일 기준).

더욱이 전문가들이 안정적인 투자 수단으로 이탈이 없을 것으로 낙관했던 적립식 펀드 역시 자금이 크게 빠져나가고 있다. 일부 신규 펀드에 자금이 꾸준히 들어오고는 있지만 이는 인덱스 펀드쪽으로 기울어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펀드 투자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적립식 펀드의 경우 8월 적립식펀드 판매 잔액이 사상 최대로 감소한 상황이다. 그만큼 환매 열기가 적립형까지도 덮치고 있다는 것이다.

1700선에서 일단 본전을 찾거나 10% 정도 수익을 낸 상품도 등장하는 등으로 인해, 적립식 펀드를 갖고 있던 투자자들 역시 이탈 대열에 동참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전문가들이 제안하는 적립형 투자가 시간 분산투자 효과 때문에 가장 적합하다는 조언은 도외시되는 분위기다.

   
   

이런 상황에서 대형 시중은행들 역시 펀드 환매로 고객이 줄어드는 문제로 고민 중이다. 일단 환매 수수료 등으로 당장은 수익이 더 나는 것 같지만, 전반적인 기류를 돌리지 않으면 이탈한 만큼 재유치도 어렵기 때문이다.

이 상황에서 신한금융지주는 적립식 투자와 포트폴리오 구성에 대한 대대적인 광고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신한지주 산하 신한은행의 경우 타은행들에 비해 적립식 펀드 이탈이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지만(국민은행 3808억원, 우리은행 2505억원, 신한은행 2203억원 등) 지주산하에 증권사를 갖고 있어 펀드 활성화에 큰 이해관계를 갖고 있다. 지주 전반의 수익 구조 개선을 위해서도 펀드 판매 등 비이자 수익에 강조점을 둬야 한다는 점도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주가 폭락 등으로 인해 놀라 돌아선 금융소비자들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편하고 쉽게 적립형 투자에 대한 이미지 메이킹을 해야 할 필요가 부각됐고, 그 방안으로 광고가 채택됐다는 풀이다. 광고 모델을 차갑고 이지적인 도시 미녀 대신 구혜선으로 택한 것도 이런 맥락으로 풀이된다.

이렇게 신상품을 둘러싼 아이디어 전쟁이 강려되고 있는 가운데, 금융위기 여파가 계속되고 비은행 수익 창출에 초점이 나날이 맞춰지고 있는 은행권 사정에서 어느 은행이 하반기에 알짜 실적을 올릴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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