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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사회적물의,당국규제는 늘 역부족·뒷북?

HSBC타미플루논란,빈손M&A,백화점몰카 등 규제난점 곳곳에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09.09.30 15:25:18

[프라임경제] 기업들의 '얌체 행보'에 대한 사후약방문격 제재가 뒤따르지만 이로 인한 실효성은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당국에서는 법규 적용을 통한 행정처분, 소송과 중재 제기 등은 물론 사후에 관련 규정을 신설강화하는 등 다각도로 노력하지만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HSBC은행의 타미플루 논란을 계기로 이를 살펴 봤다.

◆HSBC은행 타미플루 파문, '몰수' 등 솜방망이 처벌로 끝날 듯 

   
   
최근 영국계 은행인 HSBC은행이 신종 플루 치료제인 타미플루를 대량 비축했다 논란을 빚고 있다. 이 은행은 영국 본사 방침에 따라 직원들을 위한 비축에 나섰으며, 일부 직원에게 이를 교부하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개별 진찰 없이 대량으로 처방전을 받는 것이 의료법 위반이라는 논란이 불거졌다. HSBC은행은 직원과 직원가족의 처방신청을 받아서 의료기관에 일방적으로 처방을 요청했으며, 의료기관은 환자를 직접 진찰하지 않고 무려 1978건이나 되는 처방전을 발급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또 약을 일괄 조제한 약국 역시 환자에 복약지도를 실시하지 않은 점, 약제용기와 포장에 환자의 이름, 용법, 용량 등을 적지 않았다는 점 때문에 약사법에 저촉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국에서는 은행 역시 약을 보관, 교부하는 경우 약사법 위반인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비축분에 대해서도  당국은 몰수 대상이 되는지 판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몰수는 주형에 부가해 행해지는 것으로, 범죄행위에 제공됐거나 범죄행위로 생긴 물건을 박탈하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 보관 및 교부에 대한 약사법의 정확한 규정 적용이 어렵다는 논란이 나오고 있고, 몰수에 관련한 적합한 판례도 찾는 데 애로사항이 적지 않을 전망이라 보여주기식 군기잡기로 끝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한편 원희목 의원은 29일 타미플루 대량 교부 현상이 두드러지는 데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전수조사를 통한 규제를 방안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원 의원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 416명이 9464알을 처방받는 등 용법·용량(10알)을 초과해 처방받은 경우가 많다는 점을 들어 "보건복지부는 전수 조사를 실시해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HSBC와 같이 이미 대량으로 교부받은 부분에 대해서는 조치가 어렵다는 점에서 이 논의 역시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신촌 그레이스百 여자화장실 몰카 사건, 성폭처법 개정에 일부 기여?

1997년 7월 서울시내 유명백화점인 신촌 그레이스백화점(오늘날의 현대백화점 신촌점)이 3층 숙녀복 매장 여자화장실 변기 위 천장에 비밀카메라(속칭 몰래카메라)를 설치한 것이 드러나면서 사회적 논란이 됐다.

백화점측은 변기 내 쓰레기 투입자 색출 및 소매치기 등 도둑의 적발을 위한 이른바 '방범 목적' 등을 명분으로, 비밀카메라를 설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한국여성단체연합이 그레이스백화점에 항의서한을 보내고 백화점측의 해명과 시정조치 및 대국민사과를 요구했다. 고객들도 거센 항의와 함께 발길을 끊었고 당시 고객 내점 감소로 인해 매출이 세일 기간에도 평상시 절반에 못미쳤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런 논란에도 이 문제에 대한 형사 처벌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성폭력처벌에관한법률 규정에는 동영상 촬영 등으로 성적으로 수치스러운 장면을 찍는 일에 대한 규정이 미비했기 때문. 법도 일각에서는 통신비밀보호법 적용으로 우회적 처벌을 하는 방안도 논의됐으나, 타인의 대화를 엿듣는 행위라면 몰라도 행위를 엿보는 것은 통신비밀보호법 규정 적용이 불가능하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이후 1년여가 흐른 1998년 연말에 성폭처법이 개정될 때 동영상 촬영 등 시대적, 기술적 변화에 따른 범죄 행위에 대한 규정이 새로 들어가게 됐다.

◆빚내서 M&A하는 관행에 '제동' 움직임 성공적

이렇게 기업들의 얌체 행보가 발달할 수록 막는 기법이 논의되기도 한다. 우선 당국이 금호아시아나그룹 유동성 위기를 계기로 무리한 풋백옵션 등을 내거는 '빚내서 하는 M&A'에 대한 제동을 건 것이 눈에 띄는 대목이다.

풋백옵션은 자본 참여를 받을 때 채권자측에 주가가 일정 가액을 미달하는 경우 되사주기로 하는 일이다. M&A에 대한 자본 참여를 이끌어 내는 방안이지만, 인수된 기업의 주가가 제대로 오르지 않으면 인수한 주체측에 상당한 짐이 된다. 금호 아시아나 그룹의 대우건설 인수 때 이 기법이 동원됐지만, 결국 부메랑으로 돌아와 금호아시아나 그룹에 타격을 주게 돼 당국이 이를 앞으로 주시하겠다고 입장을 밝힌 것.

이러한 유사한 사례는 또 있다. 금융 당국은 아니지만, 주채권은행단이 기업의 지분 매각에서 빚을 내서 하는 M&A에 문제의식을 드러낸 적도 있다.

9월 화제가 된 하이닉스 지분 매각 건에서 하이닉스 지분을 안고 있는 금융기관들은 과도한 풋백옵션 등을 지양할 것을 조건으로 내건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하이닉스 인수의향서는 효성만 단독으로 제출, 지분 매입 방안에 대한 논의가 순차적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이렇게 기업들의 각종 행보에 대한 적절한 가이드라인 제시와 적용은 당국의 큰 애로사항이다.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 목적상, 도덕성 논란을 불러올 만한 행보나 법망 빠져나가기 노력은 피할 수 없다는 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기업 역시 사회 구성원이라는 점에서 이같은 논란이 일어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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