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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SBC은행이 최근 타미플루 대량 확보 문제로 인해 다시금 눈총을 받고 있다. 신종 플루 치료약인 타미플루를 대량 구입해 비축하고 직원들에게 임의로 교부하는 등으로 보건 당국의 주시 대상으로 떠오른 것.
영업망이 넓지 않고 조용한 행보를 보였던 지라 이전부터 HSBC는 종종 여론의 주목 대상으로 떠오르는 몇몇 기회 외에는 대중의 관심권 밖에 머물러 왔다.
하지만 이들의 논란 행보가 종종 벌어지는 점은 결국 선진 금융문화를 들여와 우리 금융시장과 윈윈하기보다는 한국에서의 이익 창출에만 매몰돼 있다는 방증이 아니냐는 점에서 우려를 낳고 있다.
◆타미플루로 '의료법 위반 교사범' 논란, 뒤늦게 "약품 국민들과 공유"
HSBC은행은 타미플루를 대량으로 구매해(1000인분) 이를 비축하고, 또 필요에 따라(임의로 판단) 직원들에게 교부하기도 하는 등 신종 플루 대책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다.
이 은행이 타미플루 비축에 나섰던 것은 지난 6월로 알려져 있는데, 이때는 환자만 구매를 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고 미리 구입하는 예방적 목적 구입이 가능했던 터라, 구매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
하지만, 은행이 구매한 타미플루는 정부 비축분이 아닌 시중 유통분으로 6월 당시는 예방적 목적의 구매가 가능할 때여서 구입 자체는 문제가 없다.
다만 의료기관이 1000명분이나 되는 타미플루 처방전을 한꺼번에 발급했다면 의료법 위반 등의 법적 논란이 일어나게 된다는 지적이다.
HSBC측은 의료기관을 접촉한 결과 처방전 발급을 받아 대량 구매를 했지만, 1000명의 직원이 의료기관을 방문해 '맨투맨 진료 상담'를 받고 구매한 것은 아닌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그렇다면 이는 진료를 하지 않고 처방전을 발급했다는 게 되어 해당 위료기관이 '의료법 위반'이 될 수 있다. 더욱이, 은행측이 접촉과 타진 과정에서 이를 적극 교사했다면 역시 '의료법 위반의 교사범 논란'으로 함께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은행측은 문제가 되자, 약품의 독점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환자가 대량 발생하는 경우 비축분을 (사회와) 공유할 것"이라는 등 뒤늦은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이처럼 '떠밀린 사회공헌'으로도 실정법 위반 구성 여부의 문제를 가릴 수는 없다는 지적이다.
◆파생상품 비전문가 통해 판매하다 덜미 '한국시장에선 대충 팔아도 돼?'
HSBC은행이 한국 법제도를 경시하는 게 아니냐는 논란을 낳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6년에는 HSBC은행이 금융감독원에 의해 직원 대량 문책 상황을 맞이한 적이 있다.
금감원은 당시 HSBC 한국지점이 간접투자증권 판매와 관련된 모집인 제도를 불법 운영했다는 점을 밝혀 냈다.
간접투자증권 판매는 은행 임직원에 의해 이뤄져야 한다고 규정돼 있었으나, 이를 무시한 채 영업이 이뤄진 셈이다.
또 고객예금 8억8400만원을 횡령하는 사고 등의 책임을 물어 기관경고 조치를 한 것으로 국회에 자료 제출이 돼 뒤늦게 알려진 바 있다(당시 한나라당 이계경 의원실이 당국으로부터 제출받음).
금감원은 기관경고 조치를 하면서 임원 2명과 직원 19명을 문책하고 직원 21명에게 주의를 줬다고 밝혔다.
모집인 제도를 이용해 판매를 한 점은 근래에 주목을 받은 '불완전판매(제대로 상품에 대한 정보제공을 하지 않은 상태로 판매가 진행돼, 금융소비자에게 피해를 입히는 일)'의 주요 원인이 되는 것.
결국 이때 금감원이 이를 짚어내지 못했다면 우리은행 파워인컴펀드 논란, 무역업체 키코 폭탄 등에 못지 않은 불완전판매 후폭풍이 불 수도 있었던 상황이다.
더욱이, 복잡한 금융상품은 전문가가 아니면 팔지 못하도록 하는 게 선진 금융 관행인데, 영국계 국제금융 브랜드인 HSBC가 이처럼 일했다는 것은 한국 시장과 해외 시장에 임하는 자세 자체가 다른 게 아니냐는 논란을 불러올 수도 있다.
◆외환은행 인수에 관심, 청와대 오가는 CEO
이런 와중에서도 HSBC은행은 외환은행 인수에 꾸준히 관심을 보이는 등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HSBC은행은 우리 나라 금융기관 인수에 매번 발을 담갔으나 번번이 고배를 들었다. 우선 HSBC는 1998년 제일은행을 시작으로 1999년 서울은행, 2003년 한미은행, 2005년 제일은행 등 국내 은행 인수전에 모두 관심을 표명했다.
하지만 매번 인수전의 승기를 잡지 못했다.
외환은행 역시 인수를 위한 관심을 표명했지만, 외환은행 헐값 매각 논란 등 법적 프레임이 작동한 문제로 HSBC은행이 론스타와 협상을 순조롭게 처리할 여건이 못됐다는 평가다.
하지만 금년 들어 각종 소송 문제가 사라진 상황에, 외환은행 매각 문제가 다시 은행계의 관심사로 떠오르자, HSBC은행이 외환은행을 인수하겠다는 의지를 강력히 불태우는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 매각 전 기초 다지기 과정에서, 정경 유착을 시도하는 듯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7월 영국 HSBC그룹 마이클 게이건 최고경영자(CEO)가 청와대를 방문해 이명박 대통령과 면담을 하면서, 관심을 끈 바 있다 게이건 CEO는 전날 오후 청와대를 찾아 20여분간 이 대통령과 비공개 면담을 했으며 이 과정에서 외환은행 매각을 위한 교감을 나누지 않았겠느냐는 논란을 낳았다.
실제로 위에서 언급한 몇 차례 한국 금융기관 인수 시도와 무산 과정에서, HSBC는 매번 정보만 빼내고 발을 뺀다는 '미운 털'이 금융당국으로부터 박혔다는 후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영국 본사의 수장이 청와대를 드나드는 것은 이런 상황을 타개하는 한편, 하나은행 등이 외환은행의 인수 적임자가 아니냐는 소리가 나오는 현상황에서 정략적인 분위기 몰이를 할 여지를 만드는 행보라는 평가다. '오얏나무 아래서 갓끈을 맨 꼴'이라는 것이다.
결국 이렇게 한국에서의 HSBC 행보는 선진 금융국인 영국식 장점을 들여오기 보다는, 오히려 한국 시장에 악영향을 끼치거나, 한국을 돈벌 곳으로만 보는 게 아니냐는 평가만 낳아 왔다는 평가다.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입이, '외국계'라는 점 때문만이 아니라 '사모펀드'의 비도덕성 우려에 상당 부분 기인했던 것을 회상해 보면, 이렇게 HSBC은행처럼 공적 역할론과 거리가 먼 행보를 보인 곳이 실제로 외환은행을 인수할 때 국민 여론이 부정적으로 나올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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