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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겐 우리은행이 님이었네" 黃퇴임의 변 눈길

詩인용,당국원망,애사심 등 은행장퇴임의 변엔 특별한게 있다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09.09.23 15:50:32
[프라임경제] 금융당국으로부터 과거 우리은행장 재직 시절 파생상품 투자손실 책임을 물어 징계를 받은 바 있는 황영기 KB금융 회장이 결국 '버티기'를 포기하고 23일 KB금융 회장 및 이사직 퇴임 선언문을 발표했다.

이 선언문에서 황 회장은 마지막줄에 전 직장인 우리은행에 대한 미안함과 애정을 드러내면서 더욱 눈길을 끌었다.

◆'퇴임의 변' 통해 일에 대한 못다한 열정 드러내

은행 수장들은 일에 대한 열정과 직장에 대한 애정을 공식적인 퇴임사나 퇴임이 임박한 시점에 사석에서 발언하면서 나타내는 경우가 많다.

홍석주 전 조흥은행장은 2003년 퇴임하면서 많은 미련을 드러냈다. 40대 은행장 시대를 열어젖힌 그는 그러나 다사다난한 행장으로 기억에 남게 되는 비운의 행장이었다. 파업 여파로 인해 조흥은행이 국민들로부터 많은 질타를 받은 여파를 수습하고는 자리에서 홀가분하게 물러나게 된 것. 

홍 전 행장은 이런 상황을 반영하듯, "파업 상황이 국민들께 죄송했다"며 퇴임사에서도 용서를 구했다.

그러나 홍 행장은 퇴임 무렵 정부에 대해서는 감정을 직설적으로 드러내기도 했다. 한창 조흥은행 발전을 위해 뛰던 그로서는 당국의 판단에 의해 금융시장 재편의 '지형도' 자체가 달라진 데 대해 섭섭한 감정을 적잖이 느꼈기 때문으로 보인다. 조 전 행장은 어느 인터뷰를 통해 "GE캐피털, 삼성생명 등과의 지분매각협상이 성사단계일 때 정부가 경영권 일괄매각을 추진한 것이 가장 아쉬운 대목"이라고 술회해 아쉬움이 컸음을 시사했다.

23일 사의를 표한 황 회장 역시 퇴임사를 통해 금융 시장의 창의성을 압살하는 게 아니냐고 말해, 일에 대한 애정과 함께 금융당국에 대한 서운함을 에둘러 표현했다.

황 회장은 "금융은 창의성이 중요하다"고 전제하고 "후배 금융인들의 열정이 꺾여서는 안 될 것"이라고 당부했다.

◆겸양, 퇴임 후 여유 표현…시심으로 애정 고백도

라응찬 신한지주 회장의 경우 은행장 퇴임시 '여한이 없다'고 표현했다. 1991년 신한은행장에 취임, 1999년 퇴임할 라 회장은 "고졸 출신으로 은행장까지 해봤으니 더 바랄 것이 없다"는 눈물의 퇴임사로 신한은행 임직원들의 심금을 울렸다.

하지만 1년여만인 2000년 10월 라 회장은 '전가의 보도'처럼 신한금융지주 설립위원장으로 다시 현장으로 불려 나왔다. 아직 그가 쉬기에는 너무 이른 시점이었던 것일까. 라 회장은 2009년 현재 지주사 회장으로 재임 중이다. 라 회장 시대를 통해 신한지주는 은행을 기반으로 '1000만인의 카드' LG카드를 가슴에 품고 지주의 기틀을 완전히 닦았다.

김정태 전 국민은행장은 분식회계 논란으로 2004년 연임을 포기하고 물러나면서 시를 읊었다. 김 전 행장은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그 꽃'이라는 고은 시인의 단 9단어로 된 시 '그 꽃'을 인용하면서 금융권과의 긴 인연을 접고 그간 보지 못하고 지나친 많은 것들을 돌아볼 계획을 시사했다.

김 전 행장은 이후 끊임없는 금융권 복귀설 속에서도 농사를 지으면서 소일하고 있다.

황 회장은 우리은행 퇴임사 외에도 다른 발언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황 회장은 퇴임을 20여일 앞둔 2007년 3월 8일 "저에게는 우리은행이 님이었다"고 말했다. 우리금융 회장 회장직 연임에 도전했다가 3배수에도 들지 못하는 수모를 당하며 고배를 마셨지만, 애정은 여전함을 보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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