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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공매도 금지에 드리운 총선 그림자

정치권 표심 잡기 지적에 금융당국 꼭두각시 비판까지

이정훈 기자 | ljh@newsprime.co.kr | 2023.11.06 15:44:07

(오른쪽)김주현 금융위원장이 (왼쪽)이복현 금융감독원장과 함께 지난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이달 6일부터 내년 6월 말까지 '국내 증시 전체 종목에 대한 공매도 전면 금지'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 금융위원회

[프라임경제] 개미 숙원 공매도가 내년 상반기까지 전면 금지된다. 여당이 밀어붙인 결과다. 시기를 놓고 총선을 의식한 표심 잡기란 지적이 뒤따른다. 금융당국은 '공매도는 글로벌 스탠다드'란 입장을 고수했었다. 그런데 이번 결정으로 정치권의 꼭두각시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코스피 등 국내증시 전 종목 대상…내년 6월 말까지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지난 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증권시장 공매도 금지조치'안을 의결했다. 이달 6일부터 내년 6월 말까지 코스피, 코스닥, 코넥스 등 국내증시 전 종목에 대해 공매도를 전면 금지한다는 내용이다.

공매도는 주가가 하락할 것을 예상하고 갖고 있지 않은 주식을 빌려 팔았다가 주가가 내려가면 싸게 사서 갚아 이익을 내는 투자 기법이다. 주식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고, 부정적인 정보가 가격에 반영돼 변동성을 줄이는 순기능이 있다는게 장점이다. 이로 인해 대부분의 전 세계 시장에서 공매도를 허용하고 있다.

하지만 시장이 불안정할 경우 특정 종목에 공매도가 집중되면 주가 하락으로 이어진다. 개인 투자자들이 기관과 외국인에게만 유리한 제도라고 주장하는 이유다. 

실제로 기관과 외국인의 담보 비율은 105%이고, 개인은 120%로 15%p 차이가 난다. 대차기안도 외국인은 없다. 개인은 90일이다. 이에 최근 공매도 제도 개선을 주장하는 국민동의 청원에 5만명 이상이 찬성을 던졌다.

◆ 기존 입장 급선회, 여권 압박에 백기

이같은 투자자들의 들끓는 여론에 금융당국이 백기를 든 셈인데, 과정이 석연치 않다. 그간 금융당국은 "공매도는 글로벌 스탠다드"라며 일부 제한된 공매도 금지마저 풀지 않을 경우 한국증시의 대외 신인도가 떨어질 것이란 입장을 고수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지난달 17일 정무위 국정감사에서 "전산화 형태를 어떻게 구현할지,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방안이 무엇인지는 정부 당국 내에서 고민이 필요하다" 등 공매도 제도개선은 시간을 두고 논의가 필요하다는 신중론을 보였다.

그러나 지난 5일 기존의 입장을 급선회했다. 이번 공매도 금지 결정에 여권 눈치보기라는 비판이 속속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공매도 금지 의견은 국회 정무위원회에 회부된 후 여당이 먼저 팔을 걷어붙였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달 국회 정무위 종합감사에서 "공매도를 3개월 내지 6개월 정도 아예 중단하고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야 할 때"라고 언급했다. 여기에 권성동 의원도 이달 1일 한시적 공매도 금지 여론에 대해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힘을 보탰다.

특히 국민의힘은 '김포시 서울시 편입' 다음 어젠다로 공매도를 내세웠다는 장면이 언론에 포착되기도 했다. 지난 3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 회의에 참석한 국민의힘 간사 송언석 의원은 원내대변인 장동혁 의원에게 '김포 다음 공매도로 포커싱하려고 한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냈다.

즉 이번 공매도 금지는 정치 영역으로 비화됐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결국 총선을 앞두고 내년 6월 말까지 '공매도 한시적 금지'를 내세우면서 개인투자자 표심을 의식한 게 아니냔 비판이다.

◆해외자본 이탈 심화 우려, MSCI 선진국 지수 편입 '물거품'

전문가들은 이번 공매도 금지로 해외자본 이탈이 심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공매도 금지가 (주식시장의) 가격 효율성을 떨어뜨리고 변동성을 확대했다"며 "시장 거래를 위축시켰다"고 분석했다.

이에 이번 공매도 금지가 글로벌 금융위기까지 여겨지지 않는 상황에서 정치적인 판단으로 섣부르게 결정된 것이 아닌지 의구심이 쏟아지고 있다. 국내에서 공매도 전면 금지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11년 유럽 재정위기 △2020년 코로나 위기 상황 등 시장의 충격을 대비해 시행됐다.

더욱이 정부 차원에서 추진해온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 지수 편입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MSCI는 그동안 선진국지수 편입 요건으로 공매도 전면 재개를 요구해왔다. 사실상 내년에도 국내 증시의 선진 지수 편입은 물거품이 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물론 금융당국은 이번 공매도 금지에 대해 최근 글로벌 투자은행(IB) 2곳이 국내 주식시장에서 고의로 불법 공매도를 하다 적발된 것이 공매도 금지 조치의 결정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시장 신뢰 회복'이란 명분으로 공매도 금지를 결정했다는 얘기다. 하지만 그동안 자본시장 접근성 개선 등 여러 정책들을 피력했던 금융당국이 손바닥 뒤집듯 이번 결정으로 일관성이 뒤떨어진다는 비판을 피하긴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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