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방산 분야에서 국내 조선사와 대결 구도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계속해서 깜짝 놀랄 일을 많이 만들도록 하겠다." - 강중규 한화오션 중앙연구원 원장
한화오션(042660)은 지난 15일 경기 시흥에 위치한 한화오션 중앙연구원 시흥R&D캠퍼스를 언론에 공개하며 첨단 기술력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한화오션이 중앙연구원을 언론에 공개한 것은 한화그룹 편입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과감한 투자를 통해 2018년 개소한 시흥R&D캠퍼스는 5년 동안 많은 변화를 이뤄냈다. 향후 유상증자를 통한 2조원 투자분을 살뜰하게 잘 써서 멋진 회사로 만들 것이다. 그 산실이 바로 여기 있는 시흥R&D캠퍼스다."
강중규 한화오션 중앙연구원 원장은 이날 시흥R&D캠퍼스를 찾은 기자들에게 이같이 전했다. 지난 5월 한화그룹에 인수된 한화오션은 2조원의 유상증자를 통해 2040년까지 매출 30조원 이상, 영업이익 5조원 이상을 달성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2조원 중 △방산 설비 확충 및 해외 사업장 구축 9000억원 △친환경 스마트십 개발 6000억원 △해상 풍력 단지 개발 2000억원 △스마트 야드 구축 3000억원을 투입할 방침이다.

강중규 한화오션 중앙연구원 원장. = 조택영 기자
지난 2018년 12월 개소한 한화오션 시흥R&D캠퍼스는 이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한화오션 고유의 기술력을 모은 핵심 거점이다.
초격차를 연이어 강조한 한화오션은 이를 이뤄낼 대표적인 시설로 '음향수조(Acoustic Water Tank)'를 꼽았다. 수영장처럼 생긴 음향수조는 수중에서 음파를 이용해 대상 표적의 음향학적 특성을 분석하는 방산 분야 전문 연구시설이다.
한화오션은 수상함·잠수함 등 방위산업의 여러 연구 분야 중 수중음향에 관한 연구개발을 위해 시흥R&D캠퍼스 내에 음향수조를 구축, 활발한 연구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국내 조선업계 중 음향수조를 보유한 업체는 한화오션이 유일하다.
함정들은 상대의 수중방사소음을 통해 적의 위치 등을 파악하기 때문에 수중방사소음을 최소화하면 위치를 노출하지 않아 적군의 공격을 피하고 생존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음향수조는 이러한 기술을 연구하는 곳으로, 한정된 공간 내에서 실제 환경을 대신해 원하는 수중 환경을 만든 뒤 음파의 △전파 △반사 △산란 △회절 △굴절 등의 특성을 확인·분석해 이를 군사적·비군사적 연구에 적용할 수 있는 중요한 설비다.
한화오션은 음향수조를 활용해 수삼함의 수중 방사소음 저감 기술인 마스커 에어 시스템(Masker-Air System) 개발을 위한 기반 연구를 수행했다. 해당 기술은 적으로부터 함의 위치를 노출하지 않도록 공기분사 기술을 이용해 선체에 일종의 에어커튼(Air-Curtain)을 형성하는 시스템이다.
수상함뿐만 아니라 잠수함에서의 소음도 즉시 생명과 직결될 정도로 잠수함의 정숙성은 중요하다. 이 때문에 한화오션은 잠수함 배관 내부의 유체 흐름에서 발생하는 소음을 저감하기 위해 음향수조 설비를 활용해 유체 소음기 개발을 진행 중이다.
한화오션 시흥R&D캠퍼스에는 음향수조 외에도 각종 시험 설비가 즐비했다. 특히 추진기시험동에 설치한 공동수조(Cavitation Tunnel)가 눈길을 끌었다. 한화오션은 공동수조가 전 세계 상업용 공동수조 중 가장 큰 규모임과 동시에 최신 연구시설이라고 강조했다.
공동수조는 전체 길이 62m·높이 21m 규모에 최대 출력 4.5㎿ 모터를 장착하고 총 3600톤의 물을 순환시켜 최대 15m/s까지 유속을 형성할 수 있는 대형 터널이다. 함정의 프로펠러가 일으키는 공동 현상을 모사해 추진력과 정숙성을 향상하기 위한 연구를 수행하는 곳이다.
공동 현상은 액체가 빠른 속도로 운동할 때 압력이 급변하면서 물이 기체로 바뀌는 현상으로, 이 과정에서 기포와 함께 강한 소음과 진동이 발생한다.
한화오션은 함정의 프로펠러의 생김새에 따라 달라지는 기포를 촬영해 분석한 뒤 이를 설계에 반영한다. 음향수조와 함께 한화오션의 방산·조선 기술력의 원천이 되는 설비다.
자율운항 관제센터에서는 한화오션의 자율운항 전용 시험선인 '한비(HAN-V)'를 원격 제어할 수 있는 설비를 볼 수 있었다.
의자 정면에 위치한 화면에는 선박에서 바라본 바다의 전경이 펼쳐졌고, 옆에는 디지털 트윈 기반의 시스템이 갖춰져 있었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자율운항 전용 시험선이 있어, 필요할 때마다 테스트할 수 있다는 게 한화오션만의 강점이다"라며 "또 원격 관제가 가능한 디지털 트윈 기반의 시스템이 구축된 점도 경쟁사와의 차별점이다"라고 말했다.
자율운항 관제센터 맞은편에 위치한 'HS4(Hanwha SmartShip Solution & Service)' 연구실은 선주들을 위한 항만, 기상환경 등 데이터 및 선박 장비 고장 여부 모니터링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마트십 플랫폼 HS4를 개발하는 곳이다.
해당 서비스는 지난해부터 건조하는 모든 선박에 기본 사양으로 적용되고 있다. 선주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고 한다.
이 외에도 모형제작 워크숍에서는 3D 프린터 기술로 만들어진 선박 모형과 3D 스캐너로 제작된 프로펠러를 만날 수 있었다. 한화오션은 내년 중으로 3D 프린터를 도입해 모형선 제작에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나무로 제작하는 것보다 모형선 제작 기간을 최대 40%까지 단축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한화오션 중앙연구원 관계자는 "중앙연구원은 세계 최고 수준의 방산기술력을 바탕으로 한화오션이 해외 방산 생산거점을 확보하고, 글로벌 무인·첨단 기술 업체를 인수해 글로벌 초격차 방산기업으로 도약하는 베이스캠프의 역할을 해나갈 것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