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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폐수 두고 오락가락 정부, 타깃된 HD현대오일뱅크

1509억원 과징금→검찰 기소→산업폐수 재이용 확대…"칭찬 대신 처벌, 이해 어려워"

조택영 기자 | cty@newsprime.co.kr | 2023.09.07 17:01:28
[프라임경제] HD현대오일뱅크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산업폐수 재이용을 두고 환경부의 과징금 통보에 검찰의 기소까지 이어진 탓이다. 이런 상황 속 최근 환경부 장관은 "킬러 규제 혁파"를 외치며 산업폐수 재이용 확대 방안을 발표했다. HD현대오일뱅크는 빼고서다. 이 때문에 업계에선 정부가 애초부터 HD현대오일뱅크를 겨냥한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현재까지 정유사인 HD현대오일뱅크의 문제점으로 떠오른 것은 기름이 아닌 물이다. 환경부는 지난해 10월 중순 HD현대오일뱅크에 과징금 1509억원을 부과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유해 물질인 페놀이 기준치 이상인 폐수를 무단으로 배출했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문제가 된 상황은 2019년 10월부터 2021년 12월까지 충남 서산시 HD현대오일뱅크 대산공장에서 발생했다. 당시 HD현대오일뱅크는 대산공장 폐수를 HD현대케미칼과 HD현대OCI 공장으로 보내 용수로 재활용했다. 보내진 물은 하루 950톤 규모로 알려졌다.

HD현대오일뱅크는 당시 대산지역의 가뭄으로 공업용수를 정상적으로 공급받지 못하자 물 부족에 따른 공업용수 재활용 차원에서 해당 물을 사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활용수는 이미 사용한 용수에 포함된 불순물을 제거한 물로 HD현대오일뱅크 자체 설비에도 사용하고 있었다.

또 재활용수를 외부와 차단된 관로를 통해 계열사에 이송했기에 밖으로 유출되거나 어떠한 인적·물적 피해도 발생한 것이 없었다고 반박했다. HD현대오일뱅크는 이런 내용을 환경부에 충분히 설명했다고 한다.

이런 해명에도 해당 문제는 법정 다툼으로 번지게 됐다. 지난달 11일 의정부지검 환경범죄 합동 전문수사팀은 물환경보전법 위반 혐의로 HD현대오일뱅크 전 대표이사 등 7명과 현대오일뱅크 법인을 기소했다.

HD현대오일뱅크 대산공장 폐수 33만톤을 자회사 HD현대OCI 공장으로 배출했다는 혐의다. 폐수 113만톤을 HD현대케미칼 공장으로 배출하고, 폐수 130만톤을 HD현대오일뱅크 공장 내 가스세정시설 굴뚝을 통해 대기로 증발시킨 혐의도 받았다.

서울 시내 HD현대오일뱅크 주유소 모습. ⓒ 연합뉴스


법인이 다르므로 방지시설을 설치해 용수를 공급하지 않으면 폐수 배출에 해당한다는 게 기소 이유의 핵심이다.

이렇게 사건이 법정으로 넘어가면서 일단락되는 듯 했던 상황이 최근 반전을 맞았다. 환경부가 지난달 24일 '킬러규제 혁파 규제혁신전략회의'를 통해 산업폐수 재이용 확대 방안을 발표한 것. 산업폐수 때문에 HD현대오일뱅크에 과징금을 부과하겠다고 강조했던 환경부가 기업 간 산업폐수 재이용을 허용해 용수 부족 사태를 해결하겠다고 태도를 바꾼 셈이다.

심지어 한화진 환경부 장관은 "공업용수의 재이용 허용의 경우 법 개정 시 '소급 적용을 하지 않는다'는 부칙을 마련할 예정이다"라며 "HD현대오일뱅크 사례는 해당이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규제가 완화되더라도 HD현대오일뱅크에 대한 처분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의미다. 이 때문에 애초부터 환경부가 HD현대오일뱅크를 겨냥, 때리기에 나선 것이라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업계 관계자는 "HD현대오일뱅크가 환경부와 검찰의 주장에 이렇게까지 강하게 반박할 줄은 아무도 몰랐을 것이다"라면서도 "공업용수를 재활용한 것을 칭찬해 주지 못할망정 처벌하려는 모습은 이해하기 힘들고, 왜 HD현대오일뱅크만 특정해서 공격하는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를 두고 HD현대오일뱅크가 △환경부 △검찰 △시민단체 등에 잇따라 뭇매를 맞자, 서산상공회의소는 입장문을 내고 "대산공단이 공업용수 부족에 시달려 온 것은 지역민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라며 "지역 기업에 대한 비판과 불신이 가속해 분열하는 일이 없도록 자제를 요청한다"고 호소했다.

이어 "HD현대오일뱅크는 다른 입장을 내놓고 있어 앞으로 법정에서 치열한 법리 다툼이 예상되는 사안이다"라며 "더 이상의 대립적인 공방은 법원 최종 판단이 내려질 때까지 기다려 달라"고 당부했다.

HD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재판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에서 입장을 밝히기가 조심스럽다"며 "재판 과정에서 성실히 소명할 것이지만, 우리는 정말 환경 피해를 끼친 바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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