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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성·크로바 재건축' 롯데건설 단독 입찰…사실상 수의계약 시공권 지킬까?

일부 조합원 반발 "시공사 재선정, 대법원 판결 회피 위한 꼼수 불과"

선우영 기자 | swy@newsprime.co.kr | 2023.08.02 17:15:58

미성·크로바 재건축 조감도. ⓒ 정비사업 정보몽땅


[프라임경제] 송파구 잠실 미성·크로바(잠실 르엘) 재건축 사업이 논란의 중심이다. 시공권(롯데건설) 유지 여부를 두고 찬성파 '조합 집행부'와 이에 반대하는 일명 '조합원 모임'이 수년 째 첨예한 대립을 이어가고 있어서다.

사실 앞서 지난 4월 조합원 모임(원고)이 조합을 상대로 제기했던 '시공사 선정 총회 결의 무효 확인' 항소심에서 원고가 승소, 롯데건설 시공권 무효가 점쳐지기도 했다. 하지만 조합이 상고를 결정한 동시에 사업 지연 방지를 위해 시공사 재선정에 돌입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지난달 25일과 8월2일 미성·크로바 재건축 조합 사무실에서 열린 두 차례 '시공사 선정을 위한 현장설명회'에 기존 시공사 롯데건설만 참여했다. 이로 인해 대법원 결과와 무관하게 사실상 수의계약으로 인한 시공권 유지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갈등의 골이 깊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 미성·크로바 인근 공인중개사 A씨

사건 시발점은 201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롯데건설은 미성·크로바 재건축 사업 수주전에서 하이엔드 브랜드 '르엘'을 적용한 '잠실 르엘'을 단지명으로 제시, 경쟁사(GS건설·006360)를 꺾고 시공사로 최종 선정됐다. 

그러나 롯데건설과 조합은 얼마 지나지 않아 소송(2019년)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수주를 위해 직원들을 모집, 조합원에게 총 5100만원 상당 금품을 제공했고 조합 측이 이를 방관했다면서 조합원 모임이 '시공사 선정 총회 결의 무효 확인' 소송을 감행한 것이다.   

서울동부지법에서 진행된 1심에서는 원고(조합원 모임)가 패소했다. 하지만 2심에서 판결이 뒤집혔다. 지난 4월 서울고등법원 민사9부가 조합원 모임이 조합 등을 상대로 낸 '시공사 선정 총회 무효 확인' 항소심에서 원심을 뒤집고 원고 승소를 판결한 것.

철거 전 미성·크로바 전경. ⓒ 연합뉴스


해당 결과에 입장이 난처해지는 건 다름 아닌 조합이다. 조합은 곧바로 상고를 결정했다. 또 향후 이뤄질 대법원 최종 판결에 있어 원심이 유지될 경우 시공권 무효에 따른 사업 지연이 불가피한 만큼 선제적으로 시공사 재선정 절차에 착수했다. 

조합이 조합원들에게 보낸 문자에 따르면 "새로운 시공사 선정은 공사 중단 및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위험 방지를 전제로 하고 있다"라며 "더군다나 시공사 재선정시 롯데건설로부터 2017년 시공사 선정 당시 제시했던 수준에 상응하는 조건을 유지하기로 약속받았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선 공사 중단을 막기 위해 롯데건설과 시공사 계약을 해지하고 시공사를 새로 선정하는 총회를 한 번에 개최할 것"이라며 "만일 타 건설사가 선정되더라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는 공문도 롯데건설에게 받았다"라고 덧붙였다. 

실제 조합은 시공사 선정 입찰 공고 후 지난달 25일과 8월2일 두 차례 '시공사 선정을 위한 현장설명회'를 개최했다. 그 결과 현 시공사 롯데건설만 단독 참여, 수의계약을 통한 재수주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시공사 재선정 없이 대법원이 시공권 무효를 판결했다면, 이에 따른 막대한 추가 분담금을 부담해야 했을 것"이라며 "하지만 롯데건설과의 동행 기회를 재차 얻은 만큼 조합 입장에서는 큰 산을 넘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롯데건설 시공권이 유지된 상태에서 대법원 발표 전까지 시공사를 재선정해 부작용을 방지하겠다는 계획이 성공한 분위기"라며 "이로 인해 재판 결과와 별개로 수의계약을 통한 시공권 유지 가능성이 매우 높지만, 향후 조합간 법적 갈등 불씨는 여전하다"라고 전망했다.

미성·크로바 현장. ⓒ 독자


물론 조합원 모임은 이번 시공사 재선정에 대해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입찰 공정성 침해는 물론 무엇보다 롯데건설 시공권 지위를 유지하기 위한 꼼수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조합원 모임에 따르면 이번 시공사 재선정은 공사가 일부 진행된 상태에서 후속 시공사를 선정하는 입찰에도 불구, '잔여 공사물량'에 대한 설계도서 및 공사원가가 아닌 '전체 공사물량'으로 의결했다. 이는 공공관리 시공자 선정기준 제4조 1항에 위반돼 위법하다는 주장이다. 

조합원 모임 관계자는 "전체공사 물량에 대한 설계도서 및 공사원가에는 이미 시공된 부분의 경우 새롭게 체결하는 공사도급 계약의 공사 목적물에 포함될 수 없다"라며 "포함되더라도 이미 시공된 부분의 이행은 원시적·객관적 불능인 만큼 해당 부분에 관한 공사도급 계약은 무효"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이번 입찰에 참여하는 건설사는 2017년 당시 기준 단가를 적용한 낮은 공사비로 참여하도록 정해 사실상 롯데건설만 참여할 수 있도록 실시되고 있다"라며 "사실상 시공사 재선정이 아닌 롯데건설 시공권 유지를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라고 비판했다.

한편 조합원 모임은 이번 시공사 선정절차 중지 가처분을 동부지방법원에 제출한 바 있다. 법원 심리기일은 오는 9일 예정이다. 아울러 이날 건설산업기본법 위반(입찰방해) 혐의로 조합 등을 서울지방검찰청에 고발한다는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9일 예정된 심리기일에서 가처분이 인용된다면 또 다른 국면을 맞을 수도 있다"라며 "하지만 결국 재건축은 속도인 만큼 양측 빠른 합의가 제일 중요하다"라고 설명했다.
 
현재 미성·크로바 재건축은 시공사 재선정을 통해 시공권 유지를 사실상 확정 지은 분위기다. 하지만 여전히 이에 따른 후폭풍은 해결해야 할 숙제. 과연 일련의 사태를 무사히 봉합하고 사업 정상화에 돌입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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