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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에 엄격한 뉴질랜드, 전자담배 '금연 도구'로 인정

뉴질랜드, 2009년 이후 출생자에게 연초 담배 판매 금지

추민선 기자 | cms@newsprime.co.kr | 2023.07.14 11:40:18
[프라임경제] 담배의 해로움에 공감하고, 금연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세계 모든 국가가 다양한 금연 정책을 내세우고 있다. 그 중 뉴질랜드는 엄격한 담배 규제를 통해 빠르게 흡연율 감소를 끌어내고 있어 눈길을 끈다.

뉴질랜드는 올 초부터 2009년 이후 출생자에게 궐련 담배 판매를 금지하는 '금연 환경법'를 통과시켜 시행 중이다. 이번 조치로 뉴질랜드는 부탄에 이어 세계에서 가장 엄격한 담배 규제를 시행하는 국가가 됐다. 현재 뉴질랜드의 성인 일일 흡연율은 8%로 경제협력 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가장 낮다.

'금연 환경법'에 따르면 2009년 1월 1일 이후 출생자는 담배를 구매할 수 없다. 이는 2009년생이 성인이 되는 2025년부터는 담배 없는 국가를 만들겠다는 뉴질랜드 정부의 야심찬 계획의 일환이다. 또한 점진적으로 현재 판매되는 담배의 니코틴양과 담배 판매 소매점 수를 줄여나가며 2025년까지 흡연율을 5% 이하로 낮춰 '금연 국가(스모크프리, Smokefree)'로 나아가겠다는 목표다. 

뉴질랜드가 2009년 이후 출생자에게 영원히 연초 담배 판매를 금지했다. 다만, 액상형 전자담배를 비롯한 비연소 제품은 위해저감 제품으로 인정, 판매를 허용했다. © 연합뉴스


하지만 이렇게 엄격한 규제를 취하고 있는 뉴질랜드가 의외로 허용하고 있는 담배가 있다. 바로 액상형 전자담배를 비롯한 비연소 제품이다. 실제로 지난해 뉴질랜드 연초 흡연율은 9.2%로 역대 최저치로 떨어진 가운데, 궐련형과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자는 27%로 전년 대비 1.8% 증가했다. 

강력한 금연 정책을 펴고 있는 뉴질랜드가 전자담배를 제외한 점은 바로 전자담배가 일반 연초 담배보다 덜 해로운 제품이라는 점을 인정해서다.

뉴질랜드는 2018년 이전까지는 액상형·궐련형 전자담배 등비연소 제품군에 대한 법률적인 기초가 마련되지 않아 제조 및 유통 과정에 대한 정부의 개입이 어려운 실정이었다. 그러나 기존의 금연 정책을 고수해서는 정부가 원하는 금연율을 원하는 속도에 맞춰 달성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연초를 대체할 수 있는 비연소 제품에 대한 인식을 전환하게 됐다.

특히 2018년 3월, 글로벌 담배회사와의 궐련형 전자담배에 대한 법정 공방을 통해 전자담배에 대한 정부의 검토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졌고, 이어 2020년 액상형 전자담배를 포함한 다양한 비연소 담배 제품에 대한 정의를 재정립하고, 이를 합법화했다.

특히 액상형 전자담배의 경우에는 세금도 부과하지 않으며, 국가 차원에서 액상형 전자담배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는 웹사이트를 운영한다. 연초 담배에서 베이핑(액상형 전자담배 사용)으로의 전환을 적극적으로 권장하고 있는 것.

실제로 많은 연구 결과에 따르면 액상형 전자담배는 일반 연초 담배에 비해 위해성이 적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미국 일부 주와 영국 등 일부 국가에서는 액상형 전자담배를 금연보조요법으로 제안하고 있기도 하다.

액상형 전자담배의 경우에는 담뱃잎을 태우는 것이 아니라 니코틴이 포함된 액상을 가열해 발생한 증기를 흡입하는 방식으로 연초 담배 대비 유해성이 낮고, 냄새가 적어 위해 저감뿐만 아니라 간접 흡연으로 인한 피해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운 것이 큰 장점이다.

젊은 층의 전자담배 사용이 급증하면서 규제를 보다 강화하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지만, 뉴질랜드 정부는 전자담배는 연초 담배에 비해 위해성이 적다는 과학적 증거에 믿음을 보이며 별도의 규제는 적용할 예정이 없다는 태도를 보여주고 있다. 

최근 아예샤 베럴 뉴질랜드 보건부 차관은 베이핑 제품에 대한 규제가 강화될 것이냐는 질문에 "베이핑은 지난 몇 년 동안 뉴질랜드의 흡연율을 줄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라며 "젊은이들이 전자담배를 시작하는 것을 막는 동시에 담배를 끊고자 하는 사람들이 금연 도구로 전자담배를 사용하는 것 사이에 균형을 찾아야 한다"고 말하며 사실상 베이핑을 금연을 위한 도구로 보고 있음을 인정했다.

강화되는 담배 관련 규제와 꾸준한 금지 요구에도 액상형 전자담배에 대해서는 유연한 정책을 취하고 있는 뉴질랜드의 정책은 국민의 건강을 지켜나가는 동시에 흡연자의 선택권도 지켜주고자 보다 넓고 포용력 있는 정부의 태도를 보여줌으로써 국민의 주목을 받고 있다.

한편, 한국의 성인 연초 흡연율은 2021년 기준 19.3%다. 국내 담배시장은 주로 일반 연초 담배와 궐련형 전자담배로 이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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