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건설사들이 주택 시장 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본격 '사업지 옥석가리기'에 돌입했다. 특히 공사비 인상 협상을 두고, 재건축·재개발 등 도시정비사업 조합과의 이견이 엇갈리자 사업 수주 포기도 각오하는 분위기다.
최근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도시정비 관련 조합들이 시공사 선정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시공사 선정 또는 지위 유지를 위해 사업 조건 개선 등 적극적이던 이전과 달리 사업성에 따라 수주를 과감히 포기하는 등 달라진 태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건설사들은 원자재 가격이 오르고 인건비가 상승하면서 입찰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라며 "여기에 물가 및 건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당분간 인상될 공사비 때문에 조합과의 갈등이 불가피한 만큼 '사업성 우선 선별 수주' 기조를 바탕으로 참여 자체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실제 시공권 확보를 위해 낮은 공사비로 계약을 했다가 손해를 볼 수도 있다는 게 업계 후문이다. 게다가 오는 7월 개정될 서울시 조례안 시행 이후 알짜 사업지가 쏟아질 전망이다. 즉 '확실한 수익 보장' 없인 위험을 감수하면서 시공권 획득에 사활을 걸지 않겠다는 분위기인 셈.
"긴 내부 논의를 거쳐 부득이하게 과천주공10단지 재건축사업 참여가 어렵다는 힘든 결정을 내렸다."
업계에 따르면 DL이앤씨는 경기 과천 주공10단지 재건축정비사업 참여를 포기했다.
해당 단지는 관문로 일대 632가구를 최고 28층 1339가구로 탈바꿈하는 과천 일대 재건축 '마지막 퍼즐'이다. 사업지 시공권 획득을 위해 무려 10개월간 심혈을 기울였던 DL이앤씨가 갑작스레 사업 참여를 포기하면서 업계 이목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뿐만 아니라 정비업계는 공사비 증액을 둘러싼 조합과의 갈등 때문에 과감히 사업을 포기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한다.
이런 대표 사례가 부산 진구 시민공원 촉진2-1구역 재개발 사업으로, 해당 조합은 17일 열린 임시 총회를 통해 시공사 GS건설 해임안을 가결했다. GS건설이 최근 제시한 공사비(3.3㎡당 972만원)가 2015년 시공사 모집 당시(550만원)보다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공사 해임을 앞둔 GS건설은 해당 공사비가 높은 수준이 아니라고 판단, 시공권 방어를 위한 별도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조합들도 시간 지체가 손해라는 점을 인지하고 있어 예상보다 공사비를 둘러싼 갈등이 빠르게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시선도 있다.
업계에 따르면, 기존 시공단(GS건설·대우건설·SK에코플랜트)과의 공사비 갈등으로 계약 해지에 돌입했던 경기 성남 산성 재개발 조합이 재협상에 돌입한다.
해당 산성 재개발은 지하철 8호선 산성역 인근에 지하 4층~지상 30층 45개동 3487가구 아파트 단지를 짓는 사업이다.
2016년 컨소시엄으로 참여한 시공단은 원자재값 상승 등으로 부담을 감안, 지난 2월 공사비 인상을 요구하면서 갈등이 시작된 바 있다. 이후 이견을 좁히지 못하자 조합은 지난달 26일 열린 이사회에서 결국 계약 해지를 강행했다.
이후 조합은 새로운 시공사 선정 재입찰을 진행했지만, 모두 응찰하지 않아 유찰되면서 재협상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업계 관계자는 "현 상황에서는 시간을 끌면 끌수록 시간적·금전적으로 손해를 보는 건 조합"이라며 "일부 조합에서는 이를 인지하고 공사비를 자체적으로 높여 사업을 빠르게 추진하는 경우도 있다"고 귀띔했다.
최근 건설사들은 도시정비사업에 있어 공사비 인상 없인 손해까지 감수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더불어 시장 침체 여파로 인한 '미분양 사태'도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사실상 공사비 인상은 건설사들에 있어 필수불가결한 요소다.
과연 도시정비 관련 조합들이 이런 건설사 요구를 받아들여 사업 정상화를 이뤄낼 수 있을지 향후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