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기차 업계 1위 테슬라의 전용 충전 방식인 NACS가 업계 표준으로 떠오르고 있다. ⓒ 연합뉴스
[프라임경제] 전기차 업계 1위 테슬라의 전용 충전 방식인 NACS(북미충전표준·North American Charging Standard)가 업계 표준으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 3대 자동차 업체인 포드와 제너럴모터스(GM)에 이어 리비안까지 자사 신차에 적용할 전기차 충전 규격을 NACS로 바꾸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에 국내 전기차 충전기 제조 업체들도 분주해지고 있다.
기존 북미 전기차 충전 시스템은 유럽과 우리나라 등지에서도 사용되는 CCS(합동충전시스템·Combined Charging System) 방식이 많은 부분을 차지해왔다.
테슬라의 전용 충전소 '슈퍼차저(Supercharger)'에 적용된 충전 규격인 NACS의 경우엔 독자적으로 사용하던 체계였다. NACS는 완속과 급속을 모두 지원한다. 단일 연결 단자로 가벼우며 250㎾ 이상의 급속충전을 할 수 있다는 것도 특징이다.
하지만 최근 NACS가 북미 충전 표준으로 자리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11월 테슬라가 해당 기술을 공개하면서다. 당시 미국 정부는 테슬라 측에 "전기차 충전소 보조금을 받기 위해선 다른 업체들도 해당 규격을 사용할 수 있도록 기술을 공개하라"고 하면서다.
해당 기술이 공개되자 포드와 GM이 먼저 반응했다. 이들은 기존에 사용하던 CCS 대신 2025년부터 NACS 연결 포트를 탑재하겠다고 발표하고 나섰다.
현지시간으로 지난 20일엔 전기차 제조업체인 리비안(RIVN) 역시 테슬라 전기차 충전소의 '슈퍼차저'를 사용하겠다고 나섰다. 앞서 세계 4위 완성차 업체인 스텔란티스도 NACS 방식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진 상황이다.
당분간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NACS와 CCS가 같이 사용되겠지만 결국 NACS 방식으로 굳혀질 것이라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현재 테슬라와 포드, GM의 미국 전기차 시장 내 시장 점유율은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해당 '동맹'에 참여를 선언한 리비안과 향후 뛰어들 가능성이 높은 스텔란티스까지 합하면 미국 내 NACS 방식의 전기차 비중은 한층 더 높아지게 된다.
이와 관련해 한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는 결국 충전이 가장 중요한 핵심 중 하나"라며 "충전소 규모와 함께 표준화된 충전 방식이 필요한 상황에서 미국시장 내 60%의 인프라를 갖춘 테슬라의 NACS 방식은 북미 전기차 시장의 대세가 될 것"이라고 바라봤다.
실제 미국 텍사스주는 전기차 충전기 제조업체들에게 고속도로 충전소 프로젝트에 참여하기 위해선 CCS 뿐만 아니라 NACS도 함께 포함시키도록 요구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텍사스 교통부는 "포드와 GM, 리비안의 NACS 채택 결정으로 요건이 바뀌었다"며 각각의 직류 급속 충전 포트에 CCS와 NACS 연결장치 하나씩이 있어야 한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사업체들에게 보냈다.
텍사스는 테슬라 본사와 신차 공장단지가 있는 주로, 테슬라 충전기술을 의무화한 첫 번 째주가 됐으며,이번 결정이 테슬라 충전기 규격이 국가 표준화가 되는 데 힘을 실어주게 됐다.
이러한 움직임에 국내 주요 전기차 충전 업체들도 NACS 방식 적용을 공식화하고 있다.
발 빠르게 움직인 것은 SK그룹이다. 전기차 충전기 생산 자회사인 SK시그넷은 지난 15일 NACS 커넥터를 적용한 제품을 올해 안에 내놓겠다고 선언했다. 포드가 자사 신규 전기차 충전 규격을 NACS 방식으로 전환하겠다고 선언하고 약 보름 만이다. 기존엔 CCS 방식 혹은 CCS와 일본 차데모(CHAdeMo) 방식이 하나씩 적용된 형태였다.

SK시그넷 초급속 충전기 V2 모델. ⓒ SK시그넷
SK그룹은 SK시그넷 외에도 초급속 충전기를 운영하는 SK일렉링크와 주차 연계 충전 서비스를 맡은 SK E&S를 통해 충전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SK일렉링크는 SK네트웍스가 국내 최대 급속 충전기 운영사인 에스에스차저를 인수해 재출범시킨 곳이다.
SK E&S는 5600개 이상의 주차장 네트워크를 보유한 자회사 파킹클라우드와 연계한 충전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특히 SK E&S가 인수한 미국 전기차 충전 업체 에버차지와 차지포인트, 블링크차징, 트리티움 등도 올해 안에 NACS 충전 방식을 적용한 제품을 출시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으면서 향후 수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SK시그넷 외에 NACS 도입을 확정 지은 국내 기업은 아직까지 없다. 하지만 LG전자, LS그룹 등 전기차 충전기를 제조하는 기업들 추세를 따라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전기차 충전기 핵심기술을 보유한 애플망고(현 하이비차저)를 인수한 LG전자(066570)는 지난 5월 충전기 생산을 기점으로 전기차 충전 솔루션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앞서 올해 1월 계열사인 LG유플러스(032640)는 자회사 LG헬로비전의 전기차 충전 사업부를 인수하고 전기차 충전 플랫폼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며 계열사간 시너지를 노리고 있다.
특히 LG유플러스는 조직 개편을 통해 현준용 부사장을 수장으로 한 전기차(EV) 충전사업단을 신설하는 등 관련 사업을 본격화하고 있으며, 올해 상반기 안으로 전기차 충전 통합 플랫폼 '볼트업'을 공식 출시한다는 방침이다.
LS그룹은 지난해 5월 E1과 공동 투자해 전기차 충전 사업을 담당하는 LS이링크를 설립한 것은 물론, 올해 3월에는 로젠택배와 전기 택배차 확대 운영을 위한 충전 인프라 구축 업무협약(MOU)을 체결하며 물류 거점에 전기차 충전 인프라 구축을 본격화했다.
현재 CCS를 적용하고 있는 현대차(005380) 역시 NACS로의 변환을 고민 중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장재훈 현대차 사장은 지난 20일 투자자와 애널리스트 등을 대상으로 진행한 중장기 전동화 전략에서 "NACS 표준은 큰 화두이자 많이 고민하고 있는 사안"이라면서도 "궁극적으로 고객 관점에서 판단해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장재훈 현대차 CEO 사장이 지난 20일 '2023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발표하고 있는 모습. ⓒ 현대자동차
한편 테슬라의 강력한 전기차 충전 생태계 확산으로 인해 대유플러스(000300), 에스트래픽(234300), 유라테크(048430), 디스플레이텍(066670), 휴맥스홀딩스(028080), 모트렉스(118990) 등 대기업이 지분을 투자했거나 또는 함께 연계해서 사업을 진행 중인 업체들 역시 주가가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는 모습이다.
완속충전기 5종에 대한 독보적인 기술력을 바탕으로 충전기 개발·생산을 진행 중인 대유플러스는 현재 SK시그넷에 완속 충전기 부품을 공급 중에 있다. 또한 독자적인 충전기 개발 생산을 통해 충전서비스 사업자에 전기차 충전기 공급과 함께 다수의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대유플러스는 전날인 21일 전거래일대비 5.06% 뛴 1142원으로 장을 마쳤다.
전일 정규장에서 전거래일대비 29.84% 치솟으며 상한가를 기록한 에스트래픽은 충전 인프라 및 자율주행 서비스 제공 사업을 영위하고 있으면서 현대차(005380)와 전기차 충전 사업 파트너로 협력 관계를 맺은 바 있다.
유라테크는 지난 21일 전거래일대비 27.76% 오른 1만125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유라테크는 자회사인 유라코퍼레이션이 현대차의 제네시스 무선충전 시스템에 들어가는 일부 하드웨어를 제작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전기차 충전기 관련 이슈 발생 때마다 주가에 반영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디스플레이텍은 같은 날 전거래일대비 6.54% 상승한 8310원을 기록했다. 한국전기차충전서비스(한충전)의 지분 17.44%을 소유한 주요주주로 알려져 있으며, 한충전은 현대차그룹이 서비스 중인 전국 24개의 초급속 충전소 유지보수·관리와 운영을 담당하고 있다.
이밖에 휴맥스홀딩스는 자회사를 통해 전기차 충전 사업을 하고 있으며, 모트렉스는 자회사 모트렉스EV가 현대엔지니어링과 전기차 충전 사업 협업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올해 2월 체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