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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말만 많은 '촉법소년' 연령, 정부 개입 절실

 

김우람 기자 | kwr@newsprime.co.kr | 2023.05.18 10:01:23
[프라임경제] "형사미성년자(촉법소년) 연령을 현행 만 14세에서 만 13세로 70년 만에 1살 낮추겠습니다." 

지난해 10월 한동훈 법무부장관의 계획이었다. 소년범죄 증가와 범죄수법 흉포화에 대응해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특히 형사미성년자인 촉법소년 연령은 1953년 형법 제정 이후 아직까지 유지 중인데, 그때와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지금의 청소년들은 당시와 다르게 성숙해졌고, 민법상 성년 연령도 20세에서 19세로 낮아졌다. 선거권 연령도 18세로 하향됐다. 

그런데 법원행정처가 반대하고 있다. 연령하향이 근본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는 게 이유다. 법원행정처는 지난 2월 제출한 자료에서 다음과 같이 밝혔다. 

"13세 소년이 형사책임 능력을 갖췄다고 단정 짓기 어렵다. 범죄를 저지른 13세 소년은 성인과 동등하게 처벌하지 않고, 다양한 보호처분 등을 활용해 신속하게 교육하고 치료해야 한다."

70년이라는 세월이 흐르는 사이 촉법소년들의 범죄는 심히 악랄해졌다. 그리고 법원과 법무부가 엇갈린 의견을 내는 동안에도 촉법소년들의 범죄는 성인 못지않은 강력 범죄로 변화하고 있다.

지난 4월 충청남도 천안시에 있는 파출소에서 한 소년은 경찰들에게 심한 욕설과 배를 발로 걷어차는 등의 폭력행위를 가했다. 이 소년의 나이는 불과 2010년생이었다. 촉법소년에 해당하는 소년은 어떤 형사처벌도 받지 않는다.

2020년 훔친 차로 운전을 하다 배달 중이던 오토바이 운전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사건도 있다. 당시 가해자들도 촉법소년이라는 이유로 무죄판결을 받았다. 이들은 2년 후(당시 나이) 집단폭행이라는 또 다른 범죄를 저지른 뒤에야 경찰에 구속됐다. 

지난해에는 촉법소년들에게 금은방 털이를 지시한 20대들이 검거됐다. 붙잡혔을 때 경찰에 촉법소년임을 적극적으로 주장하고, 진술을 거부하는 등 치밀하게 처벌에서 빠져 나갈 방법을 알려준 것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촉법소년들의 범행은 다양해지고, 치밀해지고, 악랄해지고 있다. 지금의 촉법소년은 전과기록도 남지 않아 오히려 '가해자들을 위한 보호조치'에 불과하다. 

사법부의 솜방망이 처벌은 촉법소년들의 무성의한 반성 태도(예를 들어 소년원에서 출소한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는)로 국민들의 공분까지 사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저출산으로 청소년 인구가 낮아지고 있음에도 소년범죄는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2022년 대법원 '촉법소년 범죄접수 현황'을 살펴보면 2017년 7897건에서 2021년 1만2502건으로 2배 가까이 증가했다. 

2021년 소년 보호관찰대상 재범률도 12%를 기록해 성인 재범률(4.5%) 대비 약 3배에 달한다(2022년 법원통계월보 자료). 

이처럼 우리나라가 갈피를 못 잡고 지체하는 것과 달리 해외에서는 촉법소년의 중범죄에 대해 엄벌주의를 적용하고 있다. 

일본은 2000년 형사 책임 연령을 16세에서 14세로 낮추고 16세 이상의 청소년이 살인을 저질렀을 때 형사재판에 넘긴다는 조항을 신설했다. 2007년에는 소년원 송치 대상을 11~12세로 정했다. 

미국은 14세 이상 18세 미만의 소년범은 소년법 적용을 받지만, 강간이나 살인 등 흉악범죄를 저지를 경우 일반 형사처벌을 받는다.

우리나라도 연령 기준을 현실화해야 할 명분은 충분히 커졌다. 연령 하향 조정 논쟁을 두고 언제까지 찬성과 반대만 따질 때가 아니다. 촉법소년 연령 인하는 정의와 형평성 문제다. 법을 악용하고, 계획적으로 이용 하는 사람들에게 알맞은 형을 줌으로서 얻는 정의와 형평성 있는 사법체계를 구성해야 한다. 

연령 인하는 가해자들의 반성을 유도하는 특별예방 차원의 집행이다. 단순히 소년범죄율을 낮추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범한 범죄에 정당한 형벌을 받고 교화를 유도하려는 것이다. 

그럼에도 국회에서는 매번 입법 시도만 이뤄졌을 뿐이다. 이제는 방법의 차이로 표류하는 연령 하향 조정 논쟁에 구체적이고 확실한 정부의 개입이 절실하다. 하루 빨리 촉법소년이 가해를 저지르고도 보호를 받는 것이 아니라 선량한 시민들이 보호받도록 해야 함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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