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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다시 재현되는 30년 전 '부실 공화국의 악몽'

 

전훈식 기자 | chs@newsprime.co.kr | 2023.05.17 15:11:16
[프라임경제] 필자가 초등학생 시절 엄청난 붕괴사고로 연일 '부실공화국의 악몽'이 이어진 바 있다. 바로 지금으로부터 30여년 전 성수대교·삼풍백화점 붕괴사고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과 강남구 압구정동을 연결하는 성수대교는 1994년 10월21일 오전 7시, 상부 트러스 48m가 붕괴한 사건이 벌어졌다. 해당 사고로 출근하거나 등교하던 시민 49명이 한강으로 추락했으며, 이중 32명이 사망했다. 

1970년대 당시 선진 공법 '트러스 공법'으로 시공된 성수대교는 철저한 관리와 시공이 필요했음에도 용접과 볼트 사용에 있어 허점이 보이는 등 세심함이 부족했다. 여기에 부실한 관리 역시 붕괴 요인으로 꼽힌다. 

대교 시공사는 리비아 대수로 공사 시행 등 해외에서도 명성을 쌓던 동아건설이다. 하지만 사고 여파로 사세가 급격히 기울던 동아건설은 IMF 외환위기로 결국 부도 후 해체되고야 말았다. 

성수대교 붕괴사고는 국내 사회에 적지 않은 파장과 함께 안전 경각심을 높이는 계기로 작용하는 듯 보였다. 하지만 이도 잠시, 불과 8개월 만에 또 다른 대형사고에 발생했다. 1995년 6월29일 오후 6시경 서울 서초에 위치한 삼풍백화점이 순식간에 붕괴하는 사고가 벌어진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당초 대단지 상가로 설계됐던 건물이 정밀 구조 진단 없이 백화점으로 변경, 1989년 완공됐다. 이후 무리한 확장공사로 사고 발생 수개월 전부터 조짐을 보였지만, 백화점은 응급조치만으로 대처하기 급급했다. 즉 설계·시공·유지관리 부실에 따른 예고된 참사였던 것.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로 인한 인명 피해는 △사망 502명 △실종 6명 △부상 937명에 달했다.

이후 약 30여년이 흐른 2022년 1월11일, 광주 '교통 중심부' 화정동 아파트 공사 현장 붕괴 사고가 발생했다. 그리고 불과 15개월도 되지 않은 4월29일, 인천 검단신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이 무너지는 사고가 벌어졌다. 

성수대교·삼풍백화점 붕괴사고가 충격이었던 이유는 사고를 예상치 못한 한강 다리와 거대한 백화점이 무너졌다는 데 있었다. 이들 모두 민과 관이 연결된 비리 구조와 안전 불감증, 사람보다 경제적 이익을 우선된 왜곡된 사회 인식이 빚어낸 전형적 후진국형 사고였다. 특히 선진국 반열에 올랐다는 자부심을 가졌던 국민들의 자긍심에 상흔을 남기기에 충분했다. 

물론 성수대교·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등 대형 참사 이후 안전대책 관련 법령 및 건축 규정을 보강하는 등 많은 부분에서 나아져 다들 유사 참사가 일어날 리 없다고 믿었다. 하지만 시간의 흐름에 따라 또 다시 유사 사고가 발생, 재차 안전불감증 문제가 수면 위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언론을 통해 보인 최근 붕괴사고 현장은 국민들에게 형용할 수 없는 충격을 주기에 충분했으며, 이에 정부 및 업체 안전 수칙 개선과 함께 안전불감증 인식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사고로부터 교훈을 얻기 위해선 사고를 계속 알리고, 원인을 다시 한 번 살피는 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사회는 빠르게 잊길 원하고 있다. 

실제 성수대교·삼풍백화점 붕괴 사고는 각종 사회 이슈에 묻혀 국민들 기억 속에서 사라졌다. 그리고 이번 광주 화정동과 이번 검단 주차장 붕괴 사고 역시 이런 잊힘을 강요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우리는 30여년 전 거론된 '부실 공화국'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잊어버린 채 지금을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닌 지 돌아봐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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