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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토지거래허가제 "공공 명분으로 사유재산 침해"

 

선우영 기자 | swy@newsprime.co.kr | 2023.04.24 13:45:41
[프라임경제] "윤 정부가 시장 연착륙을 위해 1‧3 부동산 대책 등을 발표, 규제들을 대거 완화·폐지하면서 주민들로부터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에 대한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돌았다. 하지만 기대는 한순간에 무너졌다. 주민들은 분노하고 있다."

최근 서울시가 일부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재지정하면서 제도 형평성과 실효성 등에 대한 논란이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지역 주민들 역시 '시장 침체 및 사유재산에 대한 과도한 침해'를 주장하면서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토지거래허가제(이하 토허제)는 대규모 개발이 예정된 지역 토지 투기 방지를 위해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 장관이나 관할 지자체장이 특정지역 거래를 규제하는 제도다. 최장 5년까지 지정 가능하다.

해당 제도에 따르면 일정 규모 이상 토지 등 거래시 관할 지자체 허가는 필수다. 직접 거주하거나 운영하는 목적이 아니면 매수가 불가하다. 즉 주택 거래시 '2년 실거주'가 적용되며, 전세를 끼고 사는 '갭투자'를 할 수 없다. 허가 없이 계약을 체결할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토지 가격 30% 금액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 

이와 관련해 서울시는 최근 제5차 도시계획위원회를 통해 강남구 압구정 아파트지구를 비롯해 △영등포구 여의도 아파트지구 △양천구 목동 택지개발지구 △성동구 성수 전략정비구역(1~4구역) 등 4곳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재지정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당초 예정된 토허제 지정 기한 만료(오는 26일)가 2024년 4월26일로 연장된 것. 무엇보다 2021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이후 3년째 규제로 묶였다는 점에서 주민 반발이 심상치 않다. 

앞서 오세훈 서울시장은 "부동산 가격이 높아지면 경제 선순환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는 만큼 서울 집값은 문 정부 초기 수준으로 회귀해야 한다"라며 "토지거래허가구역은 집값이 많이 상승한 지역이기 때문에 해제를 고려할 타이밍이 아니다"라고 강조한 바 있다.

언급한 내용을 보면 오 시장이 부동산 시장 과열을 우려, 집값 상승 기조를 재차 자극할 수 있다는 판단 아래 토허제를 해제하지 않은 것으로 해석된다. 문제는 토허제 규제가 유지된다면 불안한 부동산 시장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사실 토허제를 두고 적지 않은 부작용 등 해결할 문제도 많다. 우선 토지 거래 관련 규제임에도, 오히려 토지 위 주택에 보다 많은 영향력을 발휘한다. 

현재 토지거래허가 기준 면적(주거지역)은 60㎡ 이상이다. 60㎡ 이상 거래시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의미다. 

지자체장들은 허가 기준 면적 10~300% 내에서 기준을 선정할 수 있으며, 현재 시 또는 도의 경우 10%(6㎡)를 초과하는 토지 위 주택에 한해 토허제를 적용하고 있다. 대다수 주택 공유 지분이 통상 6㎡ 이상이라는 점에서 토허제를 피하긴 불가능하다.  

결국 규제 지역 아파트 거래시 토허제에 의해 지자체 허가는 필수적이다. 건물 소유에 있어 토지 취득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건 모순이라는 지적이다. 제도 취지나 적용 방식에 의구심이 제기되는 이유다. 

아울러 토허제 주 목적 '투기 방지 효과'에 대한 실효성도 미지수. 오히려 주요 단지를 중심으로 상승 가격에 매매되는 사례가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강남 압구정동 '신현대11차(전용 183.41㎡)'는 지난달 24일 60억원에 매매된 바 있다. 이는 직전 실거래가(2022년 11월, 56억원)와 비교해 4억원 상승한 수치다. '현대1차(전용 131㎡)'도 지난 2월 실거래가(35억5000만원)보다 높은 40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뿐만 아니라 토허제 때문에 인근 용산 한남동 및 서초 반포동 등으로의 '풍선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일례로 지난 1월 반포동 래미안 원베일리(전용 200㎡) 입주권이 무려 100억원에 매매됐으며, 한남더힐(240㎡)도 지난달 최고가(110억원)를 경신한 바 있다. 

무엇보다 토허제의 가장 큰 맹점은 '주택시장 안정'이라는 공적인 목적 탓에 사유재산 침해에 직면하고 있다는 점이다. 자유 경제에서 사유재산(주택) 거래를 지자체 허가를 거쳐야 한다는 것이 과연 타당할까.

물론 집값 안정화를 위한 서울시 판단도 이해할 수 있다. 토허제를 통한 거래 규제시 수요 부족을 초래, 결과적으로 집값 하락을 유도할 수 있다. 다만 이 과정에서 발생할 주민들의 피해에 대한 가치 판단을 반드시 감안해야 한다. 

토지 투기를 막기 위해 모습을 드러낸 토허제를 도심 아파트 규제 적용이 아닌, 실효성과 형평성을 아우를 수 있는 실질적 제도로 개선해야 할 시점이다. 헌법으로 보장된 주거 이전 자유와 사유재산 보장을 '공공'이라는 이유만으로도 침해할 순 없다. 보다 효과적인 방법을 강구해 연착륙을 이끌어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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