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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이래 김기자]주69시간근무제…원점 재검토, 왜?

52시간→69시간→60시간…"몰아서 쉬라고? 그림의 떡"

김이래 기자 | kir2@newsprime.co.kr | 2023.03.17 15:11:46
[프라임경제] 왜라는 질문은 본질을 탐닉합니다. 왜? 물음을 통해 현재를 진단하고, 미래를 대비하기도 하는데요. 모두가 궁금해 할 법한 질문에 왜이래 김기자가 허심탄회하게 풀어줍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 6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근로시간 제도 개편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 연합뉴스


시행 5년차에 접어든 주52시간제도가 갈팡질팡하는 모양새입니다. 일정기간 계도기간을 지났지만 여전히 각종 산업현장에서 부작용을 토로하고 있고, 노동계와 경영계의 입장차도 극명합니다. 이에 정부가 제도를 손질하겠다고 나섰는데요. 정부의 근로시간 개편안에 윤석열 대통령이 나서 "연장근로를 하더라도 주 60시간 이상은 무리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라며 보완할 것을 지시했습니다.

Q. 현행 주52시간제 개편, 왜?

2018년 3월 개정된 근로기준법에서 휴일을 포함한 최대 근로시간을 주 52시간으로 제한하는 '주 52시간제'가 시작됐습니다. 근로시간은 일주일에 기본 40시간, 일일 8시간으로 제한하는데 주 최대 12시간만 연장근로가 가능해진 셈이죠. 같은 해 7월, 공공기관과 300인 이상 기업을 시작으로 2021년에는 5인 미만 사업장을 제외한 5~49인 사업장에도 주52시간제가 시행됐습니다.

이로 인해 일부 제조업 등 중소기업 근로자들은 초과근로수당이 줄어들자 투잡에 나서기 시작했습니다. 납기일에 맞춰 밤샘근무를 하던 IT업계도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주52시간제도가 안착되기도 전에 부작용을 토로하는 목소리가 잇따르자 정부는 30인 미만 사업장에는 지난해 말까지 1년 6개월간 계도기간을 부여해 1주 8시간 더 일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후 미래노동시장연구회는 사업자 특성에 맞게 연장근로 관리기간을 정하는 근로시간제도 개편안을 발표했습니다.
 
Q. 주 최대 69시간까지?

지난 6일, 고용노동부는 주52시간제 개편안을 발표했습니다. 여기에는 현행 주52시간 근무를 최대 69시간까지 일할 수 있도록 한 것이 골자입니다. 노사 합의를 통해 연장근로시간 관리단위를 현재 '1주 단위'에서 '월·분기·반기·연 단위'로 확대한 것입니다. 고용부의 설명처럼 총량으로 계산하게 되면 1주에 최대 69시간까지 가능해진 셈이죠. 

한마디로 몰아서 일하고 몰아서 쉬자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일이 많을 때는 집중해서 일하고, 연장·야간·휴일 근로를 저축해 휴가로 사용하자는 얘기지만 정작 여론은 싸늘합니다. 지금 있는 휴가도 다 사용할 수 없는 분위기에 장기간 휴가는 '그림의 떡'이라는 이유에서죠.

외신들도 '주 최대 69시간제’에 주목했습니다. ABC방송은 "한국 정부가 급격한 출생률 하락으로 고령화 위기를 눈앞에 둔 상황에서 노동 유연성을 통해 일과 삶의 균형을 개선하기 위해 이같은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이어 "지금도 한국인들은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오래 일한다"면서 "노동자의 건강과 휴식은 고려하지 않는다"고 비판했습니다.
 

16일 한국노총 주최로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주69시간 노동시간 개편안 폐기 촉구 기자회견이 열렸다. ⓒ 연합뉴스


Q. 업계 반응은?

근로시간 제도 개편안이 발표되자 노동계와 경영계는 극명한 입장차를 보였습니다 먼저 경영계는 근무시간 유연화를 환영하는 분위기입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정부의 개정안은 근로시간의 유연성과 노사선택권을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며 "경제 발목을 잡아 온 낡은 법제도를 개선하는 노동개혁의 출발점"이라고 밝혔습니다. 대한상공회의소도 입장문을 통해 "근로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노사의 근로시간 선택권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근로시간제도 개편을 추진하는 것은 옳은 방향"이라고 말했습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개편안이 기업의 업무효율을 높이고 생산성을 향상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환영의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제도 개선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선 업무량 폭증에 대비하도록 미국과 같이 연장근로 한도를 규정하지 않거나 월 최대 100시간 및 연 최대 720시간 연장근로를 허용하는 등 다양한 연장근로 확대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반면 노동계는 MZ세대 노조를 중심으로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는 "정부의 발표 취지가 진정 노동자가 원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그 취지가 개편안에 반영해 충족됐는지 의문"이라며 우려를 표했습니다. 아울러 "근로자들은 기본 근로시간을 유연하게 쓰는 것을 원하지 연장근로를 유연하게 쓰는 것을 떠올리지는 않는다"며 "이번 개편안은 연장근로의 유연화이기 때문에 공감받지 못하는 것"이라고 꼬집었습니다. 

한국노총도 "사람의 몸은 기계가 아니다. 몰아서 일하다가 건강이 나빠지면 회복이 안 될 정도의 심각한 후유증을 남길 수 있다"라며 "몰아서 쉬면된다는 정부 대책은 무책임의 극치"라고 비난했습니다. 이처럼 젊은 세대의 비판이 거세지자 고용노동부는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와 비공개 간담회를 갖는 등 의견 수렴 절차에 착수했습니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개편안에 대해 원점에서 재검토되는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도 잇따릅니다. 일주일 최대 근로시간의 적정시간을 놓고 정부가 어떤 해결책을 제시할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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