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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가경의 문해력 칼럼] 문해력은 어떻게 자라나는가

 

이가경 문해력 스피치 융고 대표 | bonicastle@naver.com | 2023.03.10 11:09:17
[프라임경제] 대개 눈에 보이는 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가장 쉬운 이해력을 필요로 한다. 굳이 애쓰지 않아도 시야에 보이는 상황이나 형상은 내가 알고 있는 상식의 틀 안에서 얼마든지 해석되기 때문이다. 활자의 경우도 그렇다. 눈으로 읽는 활자의 의미는 내 식대로 해석되면서 이해된다. 

여기서 문제는 '내식대로'에 있다. 그 말의 범주에는 내가 이미 알고 있거나 경험했던 척도가 포함된다. 정보나 지식을 많이 알고 있거나 다양하게 농축된 경험을 해봤다면 그만큼 이해력의 수준도 뛰어날 것이라 믿는다. 

달리 말하면 그와 같은 수준 높은 이해력을 갖추지 않으면 어떤 것도 완전히 해석하거나 이해하기 힘들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누군가는 더 많이 읽고 보면서 상당한 이해력을 갖추기를 원한다. 그렇게 무작정 많은 책을 읽고 보는 것으로 글을 읽고 이해하는 문해력이 향상될 수 있을까.

책 속 활자를 읽는 것은 저자가 그려놓은 흐름대로 내가 따라가는 것일 뿐 읽는 행위만으로는 결코 내 생각으로 발전시킬 수 없다는 게 나의 지론이다. 왜냐하면 내 생각과 의견은 읽기를 멈추고 활자를 어떻게 톺아보는지에 따라 조금씩 형성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나만의 관점도 형성되는 것이다. 

누군가의 생각과 의도로 짜인 글의 속성상 그 안을 샅샅이 살펴보면 오류가 발견되기도 하고 그럼으로써 질문이 파생되기도 한다. 그런 과정을 반복하면 독해력과 이해력이 높아짐은 물론, 나아가 통찰력 또한 얻게 된다. 

그러니 많이 읽는 것보다 어떻게 읽느냐가 문해력을 키우는 관건이 되는 것이다. 책의 종류와 양에 관계없이 매 순간 멈춰서 글의 의도를 제대로 파악하고 질문하며, 저자와 다른 생각을 하게 되면 자연스레 문해력은 향상된다.

이런 맥락에서 나만의 생각과 의견 곧 나의 관점도 단지 이해하는 것에서 멈춰서는 갖출 수가 없다. 보고 읽고 이해하는 것을 넘어선 다음 단계(멈추고 톺아보고 질문하는)에서 비로소 나만의 관점이 생기기 때문이다. 

요즘은 누군가가 제시해 놓은 일종의 매뉴얼이나 내식대로의 관점을 바탕으로 큰 세상을 알아가려하고 많은 사람을 상대하려고도 한다. 이 때문인지 너도나도 이해되지 않는 일들이 너무나 많다고 하소연한다. 서로에게 오가는 말의 의미도 제대로 파악하질 못하고, 타인의 행동과 사고방식의 이해도 원활하지가 않다. 

그럴수록 스스로 멈춰서 톺아보기는커녕 간단한 방식으로 관계를 단절시켜 관심과 질문을 멈추려고만 한다. 그 모든 애로사항은 성장하지 못한 이해력과 내식대로의 관점 때문일 것이다. 

얕은 이해력은 대부분 순간적인 판단을 옹호한다. 슬프다, 기쁘다 혹은 나쁘다, 좋다와 같이 생각을 톺아봐야 할 긴 시간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그때의 감정적인 사인을 이해력으로 둔갑시키는 식이다. 그래서 우리는 마땅히 성장하지 못한 닫힌 관점에서 하루라도 빨리 벗어나야만 한다. 

그러려면 관계에서 또는 페이지에서 일단 멈춰서야 한다. 그리고 질문해야 한다. 반박하거나 제안하거나 무수한 가능성과 다른 결론을 스스로에게 허락해야 한다. 우리는 멈추지 않아서 볼 수 없었을 뿐이다. 멈추면 보이는 것들이 세상에는 너무도 많다. 일단 멈추면, 내 식대로 이해했던 것들이 얼마나 닫힌 관점이었는지를 그제야 가늠할 수 있게 된다. 

그렇기에 멈추고 질문하는 힘은 그만으로도 위대하다. 단번에 생각의 흐름이 바뀌고 예측하지 못했던 새로움을 짐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때는 이해할 수 없던 것이 다시 이해될 때에는 이루 말할 수 없는 기쁨과 감격이 동반된다. 성장은 그처럼 무수히 이로운 영향을 선사한다. 그러므로 멈추고 톺아보고 질문하면서 스스로에 대한 물음을 허락하도록 하자.


이가경 문해력 스피치 융고 대표
<내 나이는 39도> <기울어진 의자> <마흔의 온도> 저자, 필명 이다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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